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것

합정. 세상끝의라멘. 끝라멘.(With KSH)

by Gozetto

합정 세상끝의라멘은 홍대‧합정 인근의 라멘 집들 중 자기만의 색깔을 명확히 하고 매력을 어필하는 식당이다. 한국 라멘계는 대체로 미소계열 돈코츠라멘이 주류인 바 그 가운데에서 돈코츠도 아니고 미소도 아닌 닭육수인 토리파이탄과 간장인 쇼유로 라멘을 만드는 세상끝의라멘은 자기만의 길이 명확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도 않는 닭과 간장이 베이스다. XX아빠 유튜버는 닭과 간장은 그 누구도 싫어할 수 없는 재료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즉, 세상끝의라멘은 누구도 싫어할 수 없는 베이스로 자신만의 라멘을 선보이는 매력적인 식당이라 할 수 있다.

2019년에 혼자 방문했을 때는 첫라멘을 먹어봤는데 2021년에는 군 휴가를 나온 KSH와 함께 와서는 첫라멘과 끝라멘을 주문했다. KSH는 처음이니까 첫라멘을 먹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을 속으로 하며 간장 빛으로 물든 검은 육수에 두꺼운 중면이 담긴 끝라멘을 맞이했다. 올리브유에 발사믹 식초가 가미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검은 육수에서 끓인 간장의 달달한 향과 닭고기의 담백한 향이 함께 올라온다. 향에 취한 채 젓가락을 놀리면 단짠으로 무장한 육수를 안고 흔히 만나는 얇은 라멘 면보다는 굵고 우동 면보다는 얇은 중면이 입으로 입장한다. 조금만 집었다고 생각했는데 평소에 먹는 한 입보다 더 통 크게 입을 꽉 채운다. 튼실하다 못해 중후한 면이다. 하지만 이런 중후한 면이 간장과 닭육수 베이스의 담백단짠한 육수와 만나 펄떡펄떡 뛴다. 건강미가 넘치는 다리로 경쾌하게 조깅을 하는 모습이다. 중후한 면이 육수를 안고 쫄깃하게 들어오니 한 입에 기분 좋은 포만감이 몰려온다.

면을 타고 올라오는 단짠한 육수는 닭육수의 달달한 담백함과 간장의 달짝지근함으로 단짠이 극대화 되어있다. 하지만 담백함 덕분에 입 안이 달콤함으로 젖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부담스럽다 싶을 때는 수비드 목살과 닭가슴살을 곁들이면 좋다. 부드럽게 씹히면서도 이와는 직각을 이루는 고기 결로 식감이 강조된다. 이 와중에 고기 결 사이로 육수가 스며들면서 고기는 더 부드러워지고 맛은 적당히 연해진다. 중후하면서 경쾌한 면, 담백단짠한 육수, 부드러우면서 짭짭 씹히는 목살과 닭가슴살. 삼위일체가 따로 없다. 여기에 육수를 머금은 멘마는 꼬들거리면서 부드러워 삼위일체의 식사에 색다른 리듬을 부여한다. 김은 면을 감싸면서 육수에 적시면 부드럽게 풀어진다. 풀어지는 와중에 면 사이사이로 고소함과 해산물 특유의 시원한 비릿함을 추가해 청량함 한 스푼이 추가된 기분이다.

외식사업자이자 자영업자들의 멘토인 백종원 씨가 <골목식당>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튜터링(?)은 딱 한 마디로 줄일 수 있다. “이 식당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해당 식당만의 음식에 대한 주제나 방향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맛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다. 식당의 특색이나 색깔이 명확할수록 식당의 매력이 생긴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특색이나 색깔을 명확하게 잡고 나아가며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수많은 길 중 길을 선택해 자신의 관점을 관철하고 연출하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자신만의 길을 가는 행위인 것이다. 라멘 한 그릇 먹으면서 별 생각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