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으로 얻는 위로

성수. 텐동식당. 이까 텐동.

by Gozetto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 튀김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먹을 수 없는 것마저도 튀기기만 하면 먹을 수 있게 된다니. 그야말로 창조 그 자체다. 어쩌면 신을 동경하는 인간에게 튀김은 잠시나마 창조를 경험하게 해주기에 가장 사랑받는 요리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히 먹을 수 없는 것을 먹을 수 있게 만든다는 이유만으로 튀김을 좋아할 수는 없다. 창조가 이유라면 튀김은 튀김 요리를 하는 사람에게만 사랑받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튀김을 사랑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도 튀김을 즐길 때 한층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튀김을 사랑하는 이유는 겉바속촉이라는 튀김의 특징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한국에서 사랑받는 튀김들은 모두 하나의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다. 이름하여 겉바속촉.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 신조어는 맛있는 튀김을 설명할 때 대명사로 굳어버렸다. 그 유래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게임 "WOW"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 유래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표현 그 자체에서부터 튀김이 지녀야 할 덕목을 완벽하게 서술했다. 바삭한 튀김옷이 이를 먼저 만족시키고 그 뒤를 속재료가 부드럽게 씹히는 것으로 만족을 극대화한다. 음식을 먹을 때 식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다.


그러나 겉바속촉한 튀김을 세계인이 그 중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다 못해 아예 말까지 만들어낸 이유는 어찌보면 너무 슬픈 이유일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일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노는 순간마저도 일하는 것 마냥 끝을 보려고 하는 국민. 국민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떤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국민 행복도는 전세계 국가 중에서는 중상위지만 OECD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 한국인에게 일상은 온갖 스트레스로 점철된, 헬조선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지옥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에 대해서 서서히 마음을 잃어가는 일상. 그런 일상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는 것이 겉바속촉일지도 모른다.

바삭한 겉면은 일상에서 자신을 힘들게 한 인간들을 질겅질겅 씹는 것보다 더한 쾌감을 준다. 기름에 튀겨지면서 공기로 채워진 튀김옷이 바삭하는 순간 어쩌면 한방 먹인 것처럼 복수하는 느낌을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히 복수로 끝나지만도 않는다. 바삭한 겉면 뒤에 오는 촉촉한 속살은 복수로 끓어오른 마음을 꼬옥 안아주며 오늘도 고생했다고, 잘못한 거 없으니 마음 놓으라고 하는 듯하다. 지옥같은 일상에서는 상상만 하던 모든 일들이 튀김 한 입으로 채워진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하지만 위로를 주고 받는 것이 쉽지 않기에 그만큼 더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텐동 한 그릇을 비우는 것은 위로 한 사발을 시원하게 원샷하는 것이다. 그 위로라는 것이 너무 과하면 과한 대로 더 짜증날 수 있는데 그걸 다양한 튀김으로 변주를 주니 짜증날 틈도 더 우울해질 틈도 없다. 겉바속촉을 그대로 살린 계란말이 튀김. 톡톡 튀는 팽이버섯 튀김. 기름을 쭈욱 빨아들여 부드러운 가운데 수분을 아낌없이 촉촉하게 뿌리는 가지 튀김. 은은하게 단맛이 돌면서 묵직한 식감을 선보이는 단호박 튀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하게 바다향을 뽐내는 김 튀김. 느끼하지 않게 시원하게 싸한 맛 선보이는 꽈리고추 튀김. 기본 채소 튀김들에서 각양각색의 위로를 받는다.

탄탄하게 기본이 되어주는 채소 튀김 위로 새우 튀김과 오징어 튀김이 쌓인다. 몸 마디마디 마다 탱글하게 씹히면서도 살 자체는 꽉 차고 무겁게 들어온다. 오늘 하루 고생했다며 진중하게 천천히 안아준다. 거대한 몽둥이처럼 생긴 오징어 튀김은 생긴 거와 다르게 마시멜로우 마냥 부드럽게 들어온다. 바삭거리는 식감 안으로 몽글몽글한 오징어 살이 숭덩숭덩 들어온다. 힘든 하루였어도 경쾌하게 마무리 하라고 하는 듯하다. 간장 소스와 후리카게로 간이 된 밥은 짭짤한 맛으로 튀김이 주는 위로에 단짠한 밥만의 위로를 더하며 이제 하루를 그만 마쳐도 된다고 한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해도 지금만큼은 잠시 마치자고 한다.

슬픈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겉바속촉의 튀김이라 해도 좋다. 슬프기 때문에 튀김의 위로가 더 가치있는 것이다. 너무 느끼해서 끝까지 다 먹기 힘들어도 좋다. 일상에서는 그만큼 꽉 차게 화나게 하는 사람이 더 많기에 꽉 차게 위로해주는 텐동이 더 맛있는 것이다. 매일 먹기에는 부담이 되더라도 오늘 하루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잠시 지갑을 여는 행동이 필요하다. 지갑의 끝이 텅장이어도 그 순간 행복할 수 있고 순간의 행복이 쌓이면 다시 통장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위로가 필요한 사회에서 슬퍼하기 보다 위로를 크게 한 사발 들이키며 다음의 위로를 기대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