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이의 뒤집기나 걸음마를 생각해보자. 수십 번을 움직이며 노력한 끝에 아이는 자신의 머리부터 가누기 시작해 뒤이어 전신을 제 뜻대로 움직인다. 아이의 몸 뒤집기나 걸음마처럼 우리의 모든 행위는 인식을 하든 못하든 매 순간마다 조금씩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움직임을 찾는 노력이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덜어지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움직임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반복하는 행위는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상태를 향한 구도의 길이다. 즉, 현재의 자신이 가장 이상적인 자신을 향해 가는 과정은 현재의 자신에게서 뭘 더하거나 덜어내는 과정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을 극한까지 이해하려 노력한 끝에 바라보게 될 모습은 더한 것도 덜할 것도 없는 그대로의 자신이며 그 모습은 그 자체로 최고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단순하고 직선적인 맛이라고 해서 반드시 초딩 입맛의 음식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대체로는 그런 음식을 초딩 입맛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음식이 단조롭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하고 직선적인 맛의 음식이어도 초딩 입맛이라는 말로 무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와, 이게 진짜 최고다."하는 순간이 있다. 홍대 <더 리얼 치즈버거>의 DoubleCheeseBurger가 그렇다. 생긴 건 빵 사이에 패티 2장, 치즈 2장 밖에 없다. 버거라면 응당 있어야 하는 조금의 채소도 없다. 아, 없지는 않다. 버터든 식용유든 암튼 오래도록 볶아 캐러맬화 된 양파가 있다. 첫 인상부터 단순하고 어딘가 좀 부족해 보이는 모습. '더 리얼'이라는데 리얼 치즈버거는 이런 것일까?
가게 외관과 내관은 모던한 미국 서부 바 같은 느낌이다. 카운터를 기점으로 홀과 부엌이 다른 세상 같다. 마치 과거의 깨끗한 서부 바의 부엌에서 현대의 모던한 홀로 버거가 넘어오는 기분이다. 그 와중에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음료 냉장고는 천국처럼 보인다. 세차게 겨울 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냉장고에서 차가운 음료 하나를 꺼내 마시게 하는 화려함이다. 홀은 준비에 꽤나 힘쓴 야외 캠핑장의 깔끔한 식사 장소 같다. 검은 철제 몸을 지닌 하얀 의자와 탁자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손님이 북적인다면 사람 많은 캠핑장에서 활력 넘치는 에너지가 공명을 일으키는 것처럼 식당의 분위기도 활기로 가득 찰 것 같다. 자기 손보다 큰 햄버거를 와구와구 먹는 아이를 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 4명 단체 손님 석만으로도 아이의 모습에 괜히 미소가 지어지고 손님들의 얘기를 배경음악 삼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아, 시국이여 언제 끝나는가.
하지만 분위기에서 느낀 기분은 앞서 말했듯 음식을 보면 당황을 넘어 '이것은 버거인가?'이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도달한다. 아니 가게 이름이랑 너무 다른 거 아... 패티 2장과 치즈 2장의 감칠맛에 기대감 보다 더 컸던 의구심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지고 대신 치즈버거 자체가 자리잡는다. 패티에서 올라오는 육향과 불향이 치즈의 고소함과 만나 여태까지 먹은 치즈버거들이 모두 잊혀진다. 채소도 없어서 소고기의 고소함, 육향과 불향, 치즈의 고소함이 막힘 없이 들어온다. 후각을 자극하던 향이 혀를 시작으로 온 몸을 자극하며 퍼져나간다. 채소 없이 탄, 단, 지를 먹으니 죄책감이 올라올 만도 한데 그냥 밀려 들어온다. 하지만 억지로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 아니다. 밀어붙이는 대로 입이 저절로 열린다. 패티와 치즈가 죄책감을 느낄 때가 아니라 어서 더 먹기나 하라는 듯 죄책감을 싹부터 잘라버린다. 패티의 육즙과 녹아내린 치즈까지 쥬시하게 들어와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한다. 오죽하면 버거 먹을 때 항상 함께 마시는 콜라마저도 잊어버렸다.
정말 단순하기 그지 없는 모습으로 "치즈버거는 이런 것이다!"를 외친다. 겉으로 보기에는 뭐 이렇게 부실한 녀석이 다 있나 싶지만 함께 있으면 이렇게 진국일 수 없다. 버거를 먹을 때는 음료와 감자튀김과 속도를 맞춰 먹는데도 감튀와 음료가 한가득 남았는데 버거를 다 먹는 사태가 발생했을 정도다. 다른 재료 없이 볶은 양파를 조금 곁들인 패티와 치즈로 단순하고 직선적인, 그렇기에 더 "맛있다!"라고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그 맛에 취해버린다. 이 단순명료한 맛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요소를 하나둘 버렸을까? Simple is the Best. 말이 되나 싶으면서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보이는 아리까리한 이 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