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롯데시네마. 대부.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가족의 이름 아래 합리화하며 사라지는 것들(3.5)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느와르 영화의 대표작 <대부>(1972)를 롯데시네마의 재개봉을 통해 보게 되었다. 사람들이 그토록 대단한 명작이라 손에 꼽다 보니 영화를 보기 전 기대감이 상당히 컸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렇듯 영화관을 나서면서 기대감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는 생각과 함께 찝찝한 만족감으로 바뀌었다. <대부>는 느와르 영화하면 떠오르는 모든 장르적 특성이 깊이 묻어나는 영화이다. 하지만 <영웅본색>(1986), <무간도>(2002)가 떠오르는 홍콩 느와르, <신세계>(2013)가 떠오르는 한국 느와르와 비교하면 <대부>는 오락성보다 범죄 장르와 엮여 가문, 명예와 같은 세속적인 인간의 가치를 탐구하는 영화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느와르 장르 자체가 이른바 하드보일드하고 마초적인 남성성에 기초한 장르라는 점에서 대단히 대중적인 장르라 오락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으나 <대부>는 세속적인 인간의 가치가 지닌 어두운 측면을 극단적으로 비틀어 보여준다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느와르 장르 자체가 이미 오랫동안 소비되고 변형된 만큼 <대부>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느와르 장르의 분위기와 이미지는 독보적일지 몰라도 서사 자체는 익숙하다.
<대부>의 서사는 마피아 가문의 일원이나 가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 분)'가 결국 가문과 명예의 수렁에 서서히 빠져들다 결국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꼴레오네 가문의 수장이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대부>와 같은 느와르 영화의 위험한 지점은 범죄 조직이 겉으로 보기에 대단히 명예롭고 끈끈한 가족처럼 그려진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조직원 본인들이 스스로를 명예롭다고 생각하는 이유나 끈끈한 가족으로 보이는 이유는 결국 그들이 범죄를 저질러 정상 사회에서 벗어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질러 정상 사회로 돌아갈 경우 처벌을 받게 되는 이들의 집합체이기에 서로를 지키는 가족이 되어야 한다. 다른 범죄 조직과 비교해 자신들의 범죄 행위에는 명분과 선이 존재하고 이를 수호하며 범죄를 저지른다는 생각은 명예로 연결된다.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란도 분)'가 자신의 가족들이 처한 위기에는 언제든 당연스레 나서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습이나 수많은 범죄 행위에도 마약 사업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느와르 장르의 범죄 조직이 갖고 있는 모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모순적인 범죄 조직에는 마이클처럼 벗어나 정상 사회에 편입해 평범한 삶을 바라는 인물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대부>는 자신이 바라던 것과 다르게 마이클이 수많은 범죄로 부와 권력을 축적한 꼴리오네 가문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대단히 비극적이다. 특히 마이클이 변화하는 과정은 대단히 감정적이라 더욱 느와르 범죄 장르 특유의 어두운 현실 감각이 여실히 느껴진다. 암살 시도로 아버지 비토가 중태에 빠진 것에 대한 복수심에 더해 시칠리아에서 사랑해 결혼까지 간 아내 '아폴로니아 비텔리(시모네타 스테파넬리 분)'가 암살과 형 '소니 꼴레오네(제임스 칸 분)'의 암살에 대한 복수심까지. 아버지의 암살을 꾀한 '버질 솔로초(알프레도 레티어리 분)'와 경찰서장 '마크 맥클러스키(스털링 헤이든 분)'을 직접 죽이겠다는 과격한 행동력에서부터 마이클의 그 이전부터 마피아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았음을 깨닫게 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 뒤에 가족을 잃은 비애와 복수심으로 완전히 달라져 자신의 옛 연인인 '케이 아담스(다이앤 키튼 분)'를 감정없이 대하는 듯한 모습, 가문의 사업을 위해 잔인한 계획은 서슴지 않고 진행하는 냉정한 모습 등은 그가 정말 가문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이러한 마이클의 변화를 통해 <대부>는 이전의 열망조차 잊게 만드는 가문과 명예의 어두운 측면을 특유의 느와르적 분위기로 깊이 있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