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쿨함이 아닌 끈질김과 질척댐을 통한 소통

용산. 미미옥. 양지쌀국수.

by Gozetto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어느 순간 갑자기 제시된 모토이다. 독일의 대문호인 괴테가 "가장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실제 우리가 마주하는 한류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과연 맞는 말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실제 한류라고 하는 문화 텍스트의 모습이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적이라는 것의 정의, 하다못해 이미지가 대체 무엇인지 명확히 알기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 한국적이라는 것은 느낌으로 존재한다. K-Pop은 다른 국가의 노래와는 분명 구분되는 무언가 있고, 세계의 대도시들이 천편일률적이라 해도 한국의 서울은 서울만의 독특한 그 무언가 있다. 그러한 것들을 우리는 모두 합해서 한국적이라고 하는 듯도 하다. 한국적이라는 표현말고도 일본스럽다, 동남아 느낌이 난다, 미국 답다 등처럼 우리는 지역, 국가, 대륙 등에 그 곳만의 특별한 이미지를 부여하고 소통한다. 물론 의미가 통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이미지가 옳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그러한 이미지에서 서로가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은 세계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느낌에 의존하는 이미지로는 어느 정도의 이해와 그에 따른 호응만 얻을 수 있을 뿐 진정한 의미에서 상대를 명확히 이해하고 소통할 수는 없다. 이미지는 존재하는 허상일 뿐이다. 분명 존재하지만 전체를 인지하기에는 계속해서 흩어진다. 그러한 흩어짐이 최근에는 힙함과 멋으로 연결되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흩어지기 때문에 중심을 잡고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멋있어 보이지만 이내 허상으로 느껴지며 공허해질 뿐이다. 그렇기에 이미지는 이해와 소통을 위한 계기만 될 뿐 기반이 되지는 못한다. 지속적인 이해와 소통을 위해서는 허상인 이미지에서 자기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즉, 자기 자신만의 주제를 꺼내야 한다. 수많은 자신들의 다양한 주제와 특이점들이 서로의 영역을 제시해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며 이해를 기반으로 서로 섞일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베트남 북부식 쌀국수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쌀국수 시장에서 미미옥의 쌀국수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베트남 쌀국수를 한국식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베트남과 한국 두 영역을 명확히 이해하는 가운데 자신만의 주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골목의 독특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신용산 주변의 오래된 골목에서 미미옥은 건물부터 자신만의 색깔이 명확하다. 골목의 낡은 건물을 현대적 느낌의 한옥으로 개조한 듯한 식당의 외관은 스쳐지나가듯 보면 한옥이요, 제대로 보면 현대와 전통이 섞인 한옥이다. 답정 한옥이지만 신용산의 오래된 골목에서도 미미옥의 외관은 특별하게 보이는 것이 맞다. 통유리벽 안으로 보이는 식당 내부는 현대식 가구 사이로 한옥의 골조가 보인다. 하지만 그 모습이 독특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특히 식당에 들어가면서 보이는 'ㄷ'자 형태 바가 한옥의 골조와 비교해도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바가 원래 한옥에 있는 구조인 양 잘 녹아있다. 그렇다고 한옥의 골조가 튀어 보이지도 않는다. 한옥이 아니지만 한옥으로 보이는 건물의 외관은 세련되지만 과하지 않고 튀지 않지만 독특함이 있어 보인다. 한옥 그 자체만이 아니라 낡은 건물들이 늘어선 용산 골목 사이에 통유리벽이 세워진 한옥의 모습은 어색하거나 독특해 보일 법도 하건만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모습으로 다양한 의태를 보이기 때문인지 골목에 녹아들어있다.

하지만 미미옥이 가장 특이한 이유는 한옥임에도 메인 메뉴가 쌀국수라는 것일 게다. 쌀면을 사용한 잔치국수나 비빔국수를 파는 것이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쌀국수다. 다만 한국 쌀국수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 북부식 쌀국수가 아니라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쌀국수이다. 양지살, 닭고기, 버섯을 베이스로 뽑은 육수에 이천 쌀로만 만든 쌀국수가 담겨 있다. 그 위로 숙주, 쪽파, 버섯, 양지살이 토핑으로 올라가 있다. 화룡점정으로 방아잎이 흩뿌려져 있다. 베트남 쌀국수에 고수가 있다면 한국 쌀국수에는 방아잎이 있다는 것인가. 베트남 쌀국수만큼 진한 향신료 혹은 약초 향이 나지 않지만 방아잎 특유의 싸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향이 은은하게 육향과 함께 올라온다. 눈을 감고 맡는다면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은 쌀국수 육수처럼 느껴졌을 느낌이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본인만의 색이 뚜렷한 육수의 은은한 향이 베트남의 이미지와 한국의 이미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그러한 은은한 향을 통해 미미옥은 쌀국수라는 음식을 새롭게 해석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한국식 쌀국수를 만드는 첫 걸음을 뗀다.

뜨끈한 국물에 싸한 방아잎이 섞이면서 문득문득 추어탕 국물과 비슷한 느낌을 남긴다. 한국의 소면과 비슷한 굵기의 쌀면이 국물을 끌어 올리며 꽃샘추위로 조금은 움츠러든 몸을 펴게 한다. 입에 들어올 때는 부드럽지만 이에는 쫀쫀하게 씹히면서 면을 타고 들어온 국물이 입 안에서 뿜어지는 듯한 기분이다. 씹으면 씹을 수록 뿜어지는 국물 사이로 방아잎의 싸한 기운이 이따금 코를 살짝 뚫어주는 듯하다. 양지살은 적당히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워 부드러운 쌀면과 함께 부들부들하게 씹히면서 고소한 육향을 혀에 남긴다. 다만 비누향이라는 오명을 지닌 고수와는 달리 호불호가 덜하지만 다채로운 향이라는 지점에서 베트남 쌀국수의 향신료 혹은 약초 향과 맞닿는 방아잎 향으로 미미옥의 쌀국수는 아직 베트남의 이미지가 조금 흩뿌려진 한국식 쌀국수 같다. 여기에 미미옥만의 특별한 양념장을 넣으면 조그맣게 남아있던 베트남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칼칼한 한국식 쌀국수만이 남는다. 맑고 삼삼하면서도 이따금 추어탕의 느낌을 풍기는 방아잎의 향이 담긴 육수에 매콤하면서도 칼칼한 양념장이 들어오면서 한국만의 담백하면서도 칼칼하고 은은한 향을 자랑하는 쌀국수로 탈바꿈한다.

결과적으로 미미옥이 추구하는 쌀국수는 익숙한 베트남 쌀국수에서 베트남 쌀국수하면 떠오르는 외면 이미지 즉, 양지살과 숙주 토핑과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고 고수가 곁들여지면서 나타나는 향의 다채로움이라는 결을 살리면서 베트남의 이미지를 한국식으로 해석한다. 양지살과 숙주를 토핑으로 사용한 것과 흩뿌려진 고수를 방아잎으로 대체한 것이 베트남의 이미지에 대한 한국식 해석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베트남의 이미지는 담백한 육수와 향과 더불어 매콤한 칼칼함이라는 한국의 매운맛이 지닌 결과 연결되면서 한국의 이미지가 덧붙여지면서 완전히 새롭지만 익숙한 한국의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러한 한국의 이미지는 세련되지만 과하지 않고 튀지 않지만 독특함이 있는 미미옥 건물의 외관으로도 연결되면서 한국만의 그중에서도 서울 용산에서 시작한 서울식 쌀국수가 된다. 베트남 쌀국수라는 음식을 단순히 이미지로 받아들이면서 변형한 것이 아니라 베트남의 이미지와 한국의 이미지 양측 사이에서 명확한 연결 지점과 그에 대한 해석을 기반으로 미미옥이라는 식당의 쌀국수가 된 것이다.


베트남 쌀국수에 한국적인 이미지를 덧붙인다는 표면적인 접근으로는 한국적인 쌀국수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베트남 쌀국수가 지닌 베트남의 이미지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분석하고 음식의 외면, 맛의 결 등으로 표현될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분석해 비교‧대조하면서 자신이 제시하고 싶은 최종적인 한국의 이미지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구체화했기에 한국적인 쌀국수가 가능했다고 하겠다. 한 식당의 음식도 이럴진대 인간인 우리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대충 그렇겠지.'라는 이미지에 기반한 접근은 소통의 계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소통까지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지는 허공으로 흩어지면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넘어 상대의 영역만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까지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현대의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허공에서 흩어지는 이미지의 멋과 흩어지는 이미지를 붙잡지 않는 쿨함에 취하는 것에서 벗어날 시간이다. 이미지를 더 끈질기고 질척대며 자신만의 언어로 구체화하고 나눠보자. 서로 끈질기고 질척대는 가운데 우리는 섞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