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조건, 명확함과 가성비

합정. 최강금돈까스. 등심돈까스.

by Gozetto

개인적으로 식당을 맛집으로 판단할 때 가성비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저렴한 가격 대비 준수한 성능을 즉, 많은 양 혹은 뛰어난 맛을 보인다는 의미에서 가성비는 아니다. 만금(萬金)을 주면서까지 갖고 싶은 물건이 있고 만금을 받아도 갖고 싶지 않은 물건이 있다. 물건이 지닌 가치가 돈의 가치와 비교해 가치를 뛰어넘으면 갖고 싶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떨어진다면 갖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때 물건의 가치가 돈의 가치와 비교해 돈의 가치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곧 물건에 의한 만족감이 돈의 가치를 뛰어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가 뭔가를 원하고 사는 행위는 결국 원하고 사고자 하는 그 무엇이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가격 대비 성능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임에도 성능이 좋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돈이든 시간이든 인간이 투자를 하기 위한 가장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즐기는 식도락 인생에서 가성비는 어떤 기준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성비로 식당이 맛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닌 듯하다. 가성비에서 성능은 크게 음식의 양과 같은 양적 요소와 음식의 맛과 같은 질적 요소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양적 요소와 질적 요소를 판단하는 것은 음식을 먹는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다르기에 같은 음식도 전혀 다르게 파악된다. 여기서 음식이 다르게 파악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에 중요한 지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파악하기 위한 기준이 있으며 그 기준에 따라 음식을 분석하는 행위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식당에서 자신들이 파는 음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맛으로 자신들이 이해한 음식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행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가성비를 기준으로 맛집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것은 식당에서는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해석한 음식을 팔아야 한다고 인식한 상태에서 먹을 때 음식에 대한 식당의 이해와 해석이 어떻게 와닿는지, 이해와 해석은 적절한지 등을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을 하나의 주제로 표현하고 그 주제를 명확하고 제대로 논증할 줄 아는 식당이 곧 맛집인 것이다.

물론 맛집인지 파악하기 위해 모든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음식을 이리저리 분석할 필요는 없다. 음식을 주라 여기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음식보다 분위기를 더 마케팅 포인트로 잡는 식당이 있다. 어떤 식당은 오랜 기간 동안 영업하면서 쌓인 역사와 그에 따른 이미지가 음식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애초에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봤듯이 요식업에 뛰어드는 사람 중 음식에 정말 진심이어서 오랜 기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공부한 다음 뛰어드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기도 하다. 실상 대부분의 식당은 말 그대로 대중 식당 즉,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라 여겨지는 맛을 가진 음식을 팔 뿐이다. 음식을 주라 여기는 식당이어도 음식을 이해한 다음 주제에 입각해 해석하여 요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대중 식당이라는 곳에서 음식을 파악한 다음 주제에 입각해 해석한 요리를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전자가 음식을 일종의 자기 표현 수단으로 여기는 것과 달리 후자는 음식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식을 자기 표현 수단으로 여기는 식당이 모두 그 식당만의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5년 전부터인가 고오급화 되면서 최대 2배 가까이 가격이 오른 돈카츠계를 보자. 5년 전보다 더 이전에는 대체로 돈카츠 가격이 8천원에서 1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돼지고기 자체의 품질이 좋아진 재료의 고급화와 등심살에 지방과 일부 덧살이 붙은 스페셜 등심을 사용하는 등 고오급 돈카츠가 등장하면서 가격은 1만원에서 최고 2만원으로 형성되었으며 이제 1만원 이하 돈카츠는 거의 찾기 어렵다. 이렇게 가격이 올랐을 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갑에서 내는 돈이 더 가치있게 사용되기를 즉, 가성비 있게 사용되길 바란다. 고급 재료에 맞는 양과 맛, 그에 따라 시공간이 기억에 남는 경험 등이 있길 바라는 것이다. 요식업계의 고급화와 소비자가 원하는 만족의 정도는 서로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 쌍방향 관계이다. 이렇게 어렵게 표현하지 않아도 매년 물가는 오르는데 지갑 사정은 비슷한 사회에서 돈을 사용할 때 얻는 만족감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살기 좋은 사회라 할 것이 아닌가.

문제는 요식업계의 고급화에 비해 앞서 언급한 가성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맛집은 더 적어졌다는 것이다. 요식업은 특정 마니아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혹은 좋아할 수 있는 맛을 만들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특정 주제에 입각해 요리를 한다는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위한 맛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마니아를 위한 맛을 만들어 장사 대상을 축소하는 행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재료가 고급화되고 요리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지면서 음식 재료와 만드는 사람의 실력 모두 상향 평준화되어 식당도 마찬가지로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이는 대중 식당이라 할 수 있는 식당의 질이 높아졌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어느 식당을 가든 거의 비슷한 품질의 좋은 음식을 먹을 수는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저 품질이 조금 더 좋아진 평범한 음식에 과한 돈을 내는 것이다.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그 순간의 시간과 공간을 기억에 남기는, 가성비 넘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돈카츠를 예로 들었으니 합정의 최강금돈까스에서 파는 등심돈까스를 잠시 보자. 최강금돈까스는 돈카츠를 파는 곳이지만 돈까스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돈카츠를 한국식으로 해석하려 한다. 지라산에서 키운 흑돼지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양배추 샐러드에는 복분자 마요를 드레싱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돈카츠를 찍어 먹는 소스는 흔히 알고 있는 돈카츠 소스 이외에 함초 소금에 들기름을 섞은 들기름장을 추천한다. 같이 나오는 밥과 국도 쌀 품종 중 고급이라 하는 삼광쌀과 지리산에서 직접 만든 된장으로 만든다. 즉, 한국에서 상등품에 해당하는 돼지고기를 쓰면서 동시에 잘 어울려 한국의 돼지고기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복분자, 들기름, 삼광쌀, 된장 등 한국적인 부재료를 사용해 최강금돈까스에서 음식을 통해 선보이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료 선정은 다른 돈카츠 식당과 차별점을 둘 뿐만 아니라 최강금돈까스만의 돈카츠를 대하는 관점과 그에 따른 이미지를 형성한다.

특히 돈카츠 소스 이외에 소금과 겨자 혹은 와사비를 주는 최근 돈카츠 식당들과 달리 최강금돈까스는 돈카츠를 돈까스라 부르면서 그 이미지에 맞게 들기름장을 소스로 사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통 튀긴 음식은 기름을 아무리 털어내도 그 자체로 기름이 충만해 느끼할 수밖에 없는데 이곳의 들기름장은 니글거릴 수 있는 기름의 느끼함은 잡아주면서 돼지고기의 고소함을 배가시킨다. 게다가 염전과 갯벌이 많은 서해안에서 주로 서식하며 염분이 풍부한 함초가 포함된 함초 소금은 다른 돈카츠 식당의 소금과도 차별점이 있다. 함초 소금이라는 이름이 주는 한국적인 이미지만이 아니라 맛 자체도 은은하고 적당한 짠맛이 들기름과 만나 돼지고기의 고소함과 만나 달게 느껴진다. 이 단맛이 느끼함을 잡아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느끼함이 덜하니 튀김 한 점을 먹었을 때 포만감이 튀김의 느끼함에 의해 더 먹기 힘든 부담감과 불쾌함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든든하면서도 한 접시를 다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겠다는 인상을 주며 실제로도 그렇다.

최강금돈까스의 예시에서 보면 결국 주제에 입각해 음식을 해석해 요리한다는 것은 어떤 그 식당만의 대체불가능한 매력을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대체불가능한 매력은 단순히 고급 재료로 요리를 만들 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파는 음식이 어떤 조리를 거쳐 어떤 맛이 나는 음식인지,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그 음식을 즐기는지, 재료 간 시너지는 어떻게 나는지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 다음 자신의 이해를 다시 재해석할 때 가능하다. 물론 이 재해석에도 수많은 연출이 필요하다. 어떻게 플레이팅 하는지, 어떻게 음식 먹는 방식을 설명할지, 음식을 먹는 식기는 어떤 재질이 좋을지, 어떤 인테리어가 음식과 어울릴지 등 접시 위 음식의 모습부터 손님에게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식당의 모습까지 자신의 재해석을 강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잠시 최강금돈까스로 돌아가면 최강금돈까스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쓰는 식기가 한식을 먹을 때 많이 보는 동식기이다. 이러한 연출들이 하나 둘 연계되고 연계 지점들이 보는 것으로 느껴지고, 맛으로 느껴지고, 온 몸으로 느껴진다. 그 때 우리는 특별한 식사를 했다 느끼며 그 순간을 기억에 남기는, 가성비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맛집이라 하는 곳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한 곳 혹은 하게 될 곳이 아니다. 자신이 지불하는 돈에 대한 만족감을 기억에 남기는, 가성비 있는 경험을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맛집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신이 파는 음식에 대한 자기만의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요식업계의 고급화는 지속될 것이며 그에 따라 우리가 먹게 될 음식의 품질도 지속적으로 상향평준화될 것이다. 그러한 상향평준화의 시대에서 조금이라도 더 기억에 남는 식당 즉, 맛집이 되려면 대체불가능한 매력을 고민하고 그 매력을 어떻게 하면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매력이 명확하게 보이고 느껴지는 음식은 만금이라 해도 소비자의 기억에 남고 꾸준히 선택된다. 음식을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한 자기 표현 수단으로 여길 때 음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명확한 주제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식당을 우리는 가성비 넘치는 맛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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