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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이 옷가게는 쉴 새 없이 나를 자극하지 뭡니까. 이토록 자극적인 이 옷가게 주인은 바로 우리 이모. 서울 길거리 한복판에 있어도 남다른 센스 덕에 눈에 띌 만한 이 가게는 전라북도 남원의 한 시골마을에서 오늘 오픈했다. 오픈 첫날임에도 끊이지 않는 손님들 사이에 부대껴서 둘러보는 내내 "너무 멋지다", "자극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도대체 나는 어떤 포인트에서 이렇게나 자극을 받은 걸까?
취미에서 시작해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할만한 하나의 셀링 아이템을 찾아낸 것. 그것이 나를 자극한 첫 번째 포인트이다. 사실 좋아하는 것(취미)이 있는 것만으로도, 뚜렷한 기호가 있다는 거니까 그 사람한테 매력을 느낀다. 그런데 그걸 잘하기까지 하면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수요를 발생시키고 수익화를 이룬다면 사업가가 된다. 내가 생각하는 취미에 대한 종점, 이모는 그곳에 달한 것이다.
나도 언젠간 꼭 이루고 싶은 목표인데, 아직까지는 '돈'이 될만한 나의 셀링 아이템을 찾지 못했다. 또 이것저것 두루 좋아한다는 이유로 하나를 파지 못한다. 이모처럼 나도 옷을 좋아하긴 하지만, 좋아하는 여러 것들 중 하나일 뿐이며, '옷'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좁히는 것이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옷' 하나를 포커싱해서 사업화한 이모의 선택이 멋있다.
(1) 좋아한다 = 소비자
(2) 잘한다 = 생산자
(3) 수익화 = 사업가
오감을 자극하는 디테일하고 감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것. 그것이 나를 자극한 두 번째 포인트였다. 온라인상에서는 화면에 가려, 시각 외 나머지 오감들은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까지 온갖 오감이 작동한다. 벽지, 소품, 쇼핑백, 거울, 화분, 행거 등 모든 디테일을 오너가 셀렉한다.
이를 통해 곳곳에서 오너의 취향, 브랜드의 컨셉, 애티튜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잘 된 오프라인 공간에 왔다 가면 그 브랜드에 더더욱 빠지기도 하고, 정을 거두기도 한다. 이모가 꾸민 공간의 모든 곳에서 디테일과 정성은 감탄을 유발했다.
취미1, 취미2를 접목해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낸 것, 그것이 나를 자극한 세 번째 포인트이다. 이모는 가장 좋아하는 취미들, '그림'과 '옷'을 믹스했다.
사업의 치트키는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유행을 좇느라 그저 따라한 듯한, 흔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옷가게 곳곳에 이모가 그동안 그린 그림들이 걸려있었고, 그것 자체가 옷의 분위기를 더 살리면서 차별화된 인테리어와 공간을 조성했다. 옷을 구경하면서 그림도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다른 곳보다 훨씬 많았다.
실력이 좋다한들 뭐니 뭐니 해도 오너에게 "진정성"이 없으면 그 브랜드에게 정이 가지 않는다. 또는 빨리 식는다. 실망한다. 오너가 얼마나 그 브랜드와 아이템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지, 또 어떤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는지에 따라 나의 소비가 결정되곤 했다.
단순히 업체에 맡기지 않고, 사소한 것이라도 오너가 직접 디테일 하나하나 따져가며 셀렉하는 브랜드는 확실히 다르다. 단순히 파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고, 정말 그 손님에게 어울리는 소비를 더 돕는 판매자에게 마음이 간다. 소비자들에게 구매 과정에서 판매자의 정성과 디테일, 솔직함, 친절함은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생각보다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
평소에 이모가 어떤 마음으로 옷을 대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했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이모의 옷가게에 흠뻑 빠져 들었다. 대박이 날 것 같은 예감이 괜히 막 솟구쳤다.
끝으로.. 초등학생 아이를 육아 중인 워킹맘에, 체력이 다소 힘들 수 있는 50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결국 실현한 이모의 열정과 의지가, 사실은 가장 자극적이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여럿 욕망들이 다시 살아난 시간들이었다. 막연하게 나도 언젠간 해보고 싶었던 것들 중 하나였던 걸 실제로 보고 나니 더 용기와 영감을 얻었다. 이모 고마워요! 대박 나세요!
남원에 놀러가면 꼭 들려보시길!
전라북도 남원시 비석길79 (소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