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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다움 May 06. 2024

‘불안' 하지 않는 법

불안 없이 사는 건 원래 불가능할지라도

사람은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에는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5가지 원인(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 상세하게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원인 말고, 해결책에 대해 짚어보려고 합니다.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대해 제시하는 해결책을 정리해 둠으로써, 불안할 때마다 읽고자 함입니다.  


*책의 원문을 재구성, 재해석하여 변주를 주었습니다.



1. 이성의 도움을 받아라  


남녀를 뜻하는 이성(異性)이 아니라,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인 이성(理性)을 뜻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지위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위협하거나 자학까지 불사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지위, 명예가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만, 이것들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본능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는 마땅한 가치라고 한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죠.


그게 바로 '이성'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타인이 나를 평가할 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불안해하지 말고, 일단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과정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망상에 사로잡혀 2+2는 5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한다 한들 흔들릴 필요가 있겠냐는 것입니다. 칭찬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모욕을 당했다고 움츠러들지 말고,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을 판단하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근거 있는 비판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자기 합리화나 남들의 평가에 귀를 닫으라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평가가 '참'이라고 결론이 난다면 그때는 받아들입니다. 고치거나 해결해야죠. 그렇게 해서 더 발전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과정이었던 거죠.


다른 사람들의 머리는 진정한 행복이 자리를 잡기에는 너무 초라한 곳이다.

-쇼펜하우어



2. 꾸준히 예술을 통해 '삶의 비평'을 하라  


우리가 문화생활 (독서, 음악, 미술 등)을 계속 곁에 둬야 하는 이유는 불안을 잠재우는 것과 꽤나 직결되어 있습니다. 급성장, 기술, 산업화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이런 문화생활은 때때로 사치 또는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술은 '삶의 비평'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꼭 챙겨야 할 분야입니다. 세상을 더 진실하게, 더 현명하게, 더 똑똑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안내해 주니까요. 예를 들어 소설은 허구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면들을 간접적으로 반영하여 공감과 배움을 제공합니다. 결말까지 담겨 있기 때문에 벤치마킹을 할 수도 있고 반면교사 삼을 수도 있는 좋은 거리가 되죠.


소설을 읽고 나면 우리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 소설가가 우리에게 알려준 대로 사람들에게 반응하고, 탐욕이나 오만이나 자만을 간파하여 거기서 물러서고, 우리 자신과 남들 안에 있는 선에 이끌리게 됩니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공감을 확대하며, 이런 삶 저런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며, 내면이 풍요로운 사람이 됩니다.


소설은 감추어진 삶의 목격자이기 때문에 지배적인 위계 관념에 상상의 평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

일상생활을 묘사한 위대한 화가들은 세상에서 무엇을 존경하고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속물적 관념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랭 드 보통 <불안>



3. 정치적 관점(이데올리기에 대한 이해)을 가져라   


우리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 사회현상, 이데올로기에 대해 너무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눈을 똑똑히 뜨고 그 원인과 결과를 계보학적으로 파악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어떤 문제와 현상들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어쩌면 특정 계급이나 미디어의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임을 깨닫게 되죠.


물론 이러한 '분석, 이해'와 같은 정치적 관점이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해결을 위한 여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거리를 던져 줍니다. 그 결과 피해의식, 수동적 태도, 혼란은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고 또 명품을 치장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아무런 회의 없이 무조건 숭배하고 존경하는 경향이 조금이라도 줄어든 세계를 만드는 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선망을 멈추지 못한다면, 엉뚱한 것을 선망하느라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인가.

-알랭 드 보통 <불안>   



4. 죽음에 대한 생각을 활용하라


한창 베스트셀러였던 책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알랭 드 보통도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의 더 진정한, 더 의미 있는 길의 안내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선망하며, 그렇게 되고자 무수한 노력과 시간을 들이며 그런 나의 '지위'를 우러러봐주는 사람들을 곁에 두며 우쭐대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지위'에 상관없이 내 옆을 지켜주고 슬픔을 진정으로 같이 슬퍼해줄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는 것이 생전에 훨씬 더 의미 있는 활동임을 죽을 때가 되어서야 깨닫습니다. 그나마 조금 더 일찍이라도 이 교훈을 깨닫는 사람만이, 진정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에너지와 시간을 쏟을 기회를 얻게 되겠죠.


죽음을 생각하면 사교 생활에 진정성이 찾아온다. 우리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입원실까지 와줄 것인지 생각해 보면 만날 사람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악용을 할 수도 있지만(사람을 공황에 빠뜨려 억지로 어떤 일을 하게 한다든가), 잘 이용하면 성공을 위해 근본적인 일을 계속 미루며 살아가는 태도를 고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알랭 드 보통 <불안>



5. '보헤미안'처럼 살 수도 있다  


우아한 집, 좋은 옷을 산다는 것은 저한테도 당연히 추구해야 할 미덕이자 선망의 대상이라 글을 읽는 동안 민망했습니다. 보헤미안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니더군요. 실용적이고 경제적이지 않지만 종종 몇 시간씩 달콤 씁쓸한 상념에 잠길 줄 알고, 사람은 없이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행복해진다고 믿으며, 외적으로는 평범하지만 내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보헤미안들은 대도시에 살면서 지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피하고 대신 진정한 친구들과 매일 접촉할 수 있는 동네에 모여 살았습니다.



결론은


1. 글의 제목에는 '불안하지 않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사실,


2. 지위에 대한 불안은 계속 있을 겁니다. 완벽한 해결은 어렵습니다. 우리가 '성공'한 삶과 '성공하지 못한' 삶을 나누어 생각하며 살아가는 동안에는요. 우리는 계속 지위를 추구하게 될 겁니다.


3. 그렇지만, 그 지위를 어디서 채울 것이냐에 대해서는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책에서는 강조합니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인 것입니다.






현대사회 속세에 찌들어 살면서 이미 꽤나 굳을 만큼 굳어버린 '가치관'이 제 어딘가에도 깊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5가지 주요한 불안의 해결책들을 곱씹으며 새로운 관점으로 환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이러한 루틴을 가져야겠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낍니다.


요약본만으로는 불충분한, 원대하고 깊은 뜻들이 책 속에 더 많이 있으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불안의 해결책을 정리하다 보니.. 딱 한 마디로 요약되는 대사가 하나 떠올라 남기면서 글을 마칩니다.


뭣이 중헌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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