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
이틀만에 책 한 권을 호다닥 읽었는데, 잘 기록해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될 문장들이 많아 공유도 할 겸 브런치를 켰습니다.
"둔감한 마음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
"자신이 가진 재능을 한껏 키우고 활짝 꽃피우게 하는 힘, 둔감력"
"어디서든 잘 자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예전부터 엄마와 여동생이 저를 보고 종종 '너는 참 둔하다'면서 웃었던 일화가 많은데, 당시엔 그말이 세심하지 못함을 지적하는 핀잔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옆에서 하는 대화도 나한테 하는 이야기가 아니면 안 들리고, 남들은 맛없다는 며칠 지난 음식도 맛있게 잘 먹고, 밤에 천둥번개가 무섭게 내리쳐도 꿈에도 모르고 아주 잘 자거든요.
이 책을 읽고나서는, '둔한' 저를 칭찬하기로 했습니다. 오히려 행운이죠! 지금부터 이 책에서 좋았던 문장들을 소개하면서 제 생각도 같이 적어볼게요. 둔하신 분들, 둔하고 싶은 분들 모두 환영입니다 :)
1. 자존심 강한 사람이 더 예민하다 - 재능이 있어도, 자존심이 강한 편이라면 리스크가 있습니다. 재능이 있기 때문에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평가가 좋을 때는 누구보다 무섭게 성장하지만,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거나, 인정받지 못할 때) 감당하기 어려워하고 상황을 회피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찾아오는 여러 기회들을 놓치고 맙니다.
ㄴ느낀 점: 뜻대로 되지 않아 절망을 마주했을 때, 의도적으로 잠시 감각들을 재우는 것(둔감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온 감각을 열어두고 시련을 한껏 마주하게 된다면 그 절망의 늪이 너무 깊어서, 자꾸 악순환에 빠질테니까요. 여기서는 둔감함을 '끈기'와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겠네요.
2. 대충 흘려 넘기는 대단한 능력 - 잔소리나 꾸중을 들을 때 "네~ 네~" 하면서 가볍게 대답하고 흘러 넘기는 게 이득입니다. 같은 상황에 어떤 사람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다가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지만, 둔감한 누군가는 어떤 일이든 훌훌 털어내는 강한 사람이 됩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 바로 풀 죽어 고개 숙이지 말고, 대충 흘려듣고 태연히 넘기며 대담해질 것!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제발 귀 기울여 듣지 말 것.
ㄴ느낀 점: 제 주변에도 상사가 욕에 버금가는 심한 말을 했는데도, 타격감을 적게 받는 지인이 있는데요. 물론 그 상사는 후에 여러 이슈로 회사에서 잘렸지만 당시 그런 모욕을 태연히 넘긴 지인이 참 대단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랬냐고 물었더니 '원래 그런 사람이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비결이 이거였네요. 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자구요 ㅎ
3. 어디서든 잘 자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 수많은 둔감력 중에서도 으뜸은 잘 자는 것이랍니다. 이름하야 '수면력'.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어주고 건강을 지켜주는 원천이죠. 수면력이 약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생각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시다! 아무리 고민해봤자 해결되지 않는 일은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 대신 차라리 '잠들기를 포기하자'고 생각하는 게 도움됩니다.
ㄴ느낀 점: Oh yeah! 불면증 없는 저는 행운이었네요. 하지만 저도 걱정과 생각이 많은 날엔 잠을 못 자 엄청 괴로워할 때가 있는데요. 그때마다 '자야 하는데, 망했다..'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그럴 땐 그냥 자는 걸 포기해야겠군요!
4. 둔감력을 기르려면 '우쭐하는 재능'도 필요하다 - 다르게 표현하면 '잘난 체하며 뽐내는 능력'이요. 보통 우쭐대거나 잘난 체한다고 하면 경박하고 부끄러운 행동으로 여기지만, 남들이 보기엔 불편한 그 행동이 때로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기대 이상의 큰 효력/동기부여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우쭐하며 자신감을 갖는 것은 경박하고 꼴사나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를 향해 더 크게 날갯짓할 수 있는 멋진 둔감력을 갖춘 일이죠.
ㄴ느낀 점: 칭찬 받으면 겸손 뒤에 숨지 말고, 그냥 인정하고 우쭐대고 춤도 춰 봅시다! 자기의심 하지 말고, 곧이 곧대로(둔하게) 받아들여 나를 믿고 나아가자요.
5. 연애는 쉽고 결혼은 어려운 딱 한 가지 이유 - 둔감력은 결혼 생활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결혼 생활이 오래도록 이어질지 아닐지, 두 사람의 장래가 밝을지 어두울지는 둔감력에 달려 있습니다. 치약을 말아 두든, 안 말아 두든 둔감한 사람은 이걸 문제 삼지 않죠. 애초에 싸움이 시작되질 않아요. 결정적 순간에도 날 세우지 않고 서로 양보하고 물러서는 것. 그게 결혼생활을 지혜입니다. 둔감력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6. 사랑을 하려면 예민한 마음부터 바꿔라 - 둔감하면 연인 사이가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듯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는 연애 초기에나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둘 사이를 좋게 유지하려면 민감함뿐만 아니라 상대의 잘못도 너그럽게 받아주는 둔감함이 필수입니다.
ㄴ느낀 점: 여럿 연애를 해오면서 어쩌면 크게 공감한 내용 중 하나예요. 하나하나 트집 잡고, 문제 삼고, 토라지게 되면 일단 둘다 지쳐요. 같이 지치면 처방전도 없습니다. 말처럼 쉽진 않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가벼운 잘못은 가볍게 넘기고 따지고 싶어도 참기도 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어 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적절한 센스와 적절한 둔감함, 연애고수라면 둘다 갖추었겠네요!
이 책은 와타나베 준이치 작가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인데요. 밀리의 서재에도 있으니 목차 보시고 끌리는 챕터만 골라봐도 좋을 듯 합니다. '둔감함'의 숨겨진 기능을 ㅎㅎ 발견도 했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어 좋은 경험이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그 누구보다 둔하면서도 때로는 생각이 많아 예민한 저에게는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때로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끄고 둔하게 살아보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