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드의숲 Mar 04. 2019

너희같이 가난한 것들이 뭘 알아 1

한국판 노예제가 부활하다.

몇 달 전, 호텔이 벌컥 뒤집히는 사건이 있었다. 


운동을 마친 정 회장은 정대리를 소리쳐 불렀다


"야! 룸서비스에서 짬뽕하나 만 시켜라. 지난번에 시킨 짬뽕은 평소보다 건더기가 너무 적게 들어갔어. 이번엔 좀 듬뿍듬뿍 넣으라고 해!" 

"짬뽕이요? 

"그래! 빨리 시켜라 배고프다!"

"네... 회장님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헬스클럽 정대리는 뒤돌아서서 입을 실룩거렸다. 

"어휴! 저 또라이 진짜! 내가 자기 개인비서도 아니고..."

정대리는 고개를 내저으며 마지못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그는 모 기업 회장이다. 그렇다. 이전 글에서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객실료 못 내겠다는 그 정 회장이다. 한 재벌 총수 일가족의 갑질 퍼레이드가 몇 년째 언론사들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데도 이 호텔에서의 그의 저질스러운 행태는 장마 통의 비처럼 멈추질 않았다. 반말은 일상이고 눈에 거슬리면 서슴없이 욕설을 내뱉으며 이렇게 짬뽕 건더기의 적고 많음까지 따지는 지독히도 타산적인 인간이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안녕하십니까 룸서비스 과장 김 xx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과장님! 헬스클럽 정대리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정 회장 지금 헬스클럽 왔거든요. 짬뽕 하나만 부탁드릴게요. 지난번에 시켰는데 짬뽕 건더기가 너무 적었다고 타령이네요." 


룸서비스 김 과장은 정 회장 얘기에 불쾌한지 탄식부터 쏟아냈다.


"하아!... 그 양반은 뭐든 불만이죠. 누가 그 양반 비위를 맞추겠어요. 이제 좀 안 왔으면 좋겠는데 왜 자꾸 오는지 모르겠어."

"그야 여기서 누릴 거 다 누리니까 그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 회장이 말하면 뭐든 다 들어주는데 여기만 한 곳이 없겠죠."


"생각하면 열 받친다니까요. 아니 막말로 우리가 자기 시중드는 하인도 아니고 요구할 거 다 요구하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욕지거리나 해대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매번 우리만 죽어나죠"

"정대리 혹시 그 얘기 들었어요? 호텔 레스토랑이 몇 년째 매출 안 나온다고 난리인데 그나마 정 회장이 매출 올려준다면서 위에서는 정 회장이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는데요." 

"아 네 저도 얼핏 들었어요. 어이가 없어서 진짜! 지난번에도 수영장 아르바이트생이 규정상 외부음식 반입이 안된다고 정 회장한테 말했다가 무릎까지 꿇으라며 된통 당했거든요. 그 아르바이트생이 울면서 노동청에 신고한다는 거 제가 겨우 막았다니까요. 신고하면 그 영악한 노친네는 이리저리 빠져나갈게 뻔하고 막상 피해 보는 건 우리 부서일 텐데 뒤처리는 누가 다 하겠습니까. 고스란히 저한테  넘어오겠죠. 그래서 부장님한테 보고했더니 뭐라는 줄 아십니까? 고객이 짜다면 짜다는 일개 음식점도 있는데 호텔이 그 정도도 못해서 되겠냐는 식으로 윽박 주는데.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진짜! 더 기가 막힌 건 정 회장 응대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냐고 부장이 되려 저를 나무라시는 거예요. 진짜 처자식 아니었으면 멱살 잡았을 겁니다. 니미 만년 대리에 진급도 안 시켜주면서"

"그런 일이 있었네요. 그럼 다른 고객들은 외부음식을 다 제지당하는 상황에 정회 장만 갖고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걸 보고 다른 고객들이 뭐라고 안 하나요?"

"바로 그게 문제죠! 윗대가리들은 직원들이 중간에서 곤란해지건 말건 상관없다는 심사죠. 어차피 자기네들이 더러운 꼴 안 본다 이거죠." 

"와 이건 뭐 정 회장 갑질과 다를 게 없네요! "

"에휴 정 회장이나 부장이나 총, 칼만 안 들었지 죄다 범죄자 같다니까요."

"그러다 진짜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죠 뭐! 요즘 같은 시대에! "

"하긴 그 유명한 피자집, 치킨집 회장 줄줄이 뉴스에서 다들 난리던데. 그 노친네도 이제 몸조심하라고 좀 전해줘요 하하!"

"그냥 정 회장 일거수일투족을 유튜브에 올려서 끝장 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암튼 짬뽕 신경 써서 좀 부탁드려요 과장님!"

"네 대리님 신경 좀 써서 유통기한 얼마 안 남은 거 다 때려 넣을게요!"

"하하! 탈만 안 나게 해 주십시오!"



정 회장의 비이성적인 행위에 호텔 직원들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그들 입에선 정 회장의 험담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도 윗선에선 각하 모시 듯 정 회장을 VIP 대접하라고 난리고 응대하다 잘못 걸려 정 회장에게 당하는 직원들만 재수가 없는 격이었다.  



"야 정대리 짬뽕 왜 안 오냐 배고픈데!"

"아 네 회장님 이번에 제가 신경 좀 써달라고 해서 시간이 조금 지체되나 봅니다."

곧이어 룸서비스 직원 한 명이 짬뽕을 가지고 왔다. 

"회장님 짬뽕 왔습니다!"


정 회장은 짬뽕을 받아 들고는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음 오늘은 푸짐하고 맛있네! 내 짬뽕은 항상 이렇게 준비를 하라고 정대리 알았지?"

"네 회장님 그럼 맛있게 드세요!"

"어디 가려고? "

"네? 저는 나가서 헬스클럽 일 봐야죠!"

"내가 다 먹고 나서 나가! 혼자 먹으면 맛이 달아나니까! "


정대리는 뭐 이런 게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그의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정 회장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그릇을 든 채 국물을 홀짝홀짝 흡입했다.


"야 정대리!"

"네 회장님 이제 다 드셨나요?"

그러자 정 회장의 대답은 정대리의 말 문을 꽉 막히게 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노년은 봄날일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