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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의숲 Mar 06. 2019

너희같이 가난한 것들이 뭘 알아 2

한국판 노예제가 부활하다.

"야 정대리!"

"네 회장님 이제 다 드셨나요? 그릇 치우라고 할까요?"

이런 정 대리에게 정 회장의 대답은 그의 말 문을 꽉 막히게 했다. 

"야! 여기 짬뽕국물 좀 남았다. 넌 여기다 밥이나 좀 말아먹어라. 버리기 아깝다 야! 꺼억!"


정 회장은 짬뽕 국물과 함께 그 조악한 말을 남기고는 사우나를 향해 들어갔다. 이 정도면 정 회장은 호텔 직원들을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한 낮 노예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하아! 이 추잡스럽기 짝이 없는 인간을 도대체 언제까지 수발들어야 하는 건지..." 

그의 입에서 탄식이 한 움큼씩 쏟아져 나왔다. 

그는 정 회장 머리에 짬뽕 국물이라도 들이붓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참이 지나서야 사우나 밖으로 모습을 나타낸 정 회장은 휴게실 소파에 앉아 접힌 신문을 펼쳤다. 그러다 또 어떤 기사에 열이 받쳤는지 혼자 궁시렁거리며 목소리를 점점 높여갔다. 그는 분까지 삭이다 결국 허공에 대고 호통을 쳤다.


"도대체 지금 정치하는 새끼들은 왜 다들 이 모양이야. 국민들 경제 수준을 모두 하향평준화 시키려고 작정을 했나. 대기업이 먼저 살아야 할 것 아니냐. 낙수효과도 모르냐 이 무식한 것들아! 그러니 실업률이 4.2%나 되지! 아니 이 정부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가네. 한강물을 길어다 쓰는 것도 아니고 일자리 창출에 무슨 돈을 그렇게 쏟아부었데. 근데 실업률이 이래? 그 돈 죄다 대동강에 뿌렸나 원! 그래도 4대 강 사업은 진짜 일자리라도 만들었지."


그때였다.

"거 좀 조용히 좀 합시다. 혼자 이용하는 곳도 아니고."


정 회장과 다른 투숙객들 간의 실랑이는 늘상 있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 회장은 호텔을 마치 자신의 왕국인 것 마냥 이용했고 그럴 때마다 다른 고객들과 부딪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 대리의 얼굴은 이미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알은 채 하기 싫어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50대 중 후반의 그 남성은 투숙객으로 보였다. 영화배우 마동석을 연상케 하는 덩치와 거친 인상을 가진 그는 정 회장의 말이 귀에 거슬렸는지 딴지를 걸었던 것이다.


"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너? 내가 어딜 봐서 너야 너는!"


그러자 정 회장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욱하는 성질로 그 투숙객에게 상상하기 힘든 말을 뱉어버렸다.


"뭐? 어디서 이런 가난한 새끼가 와서 짖어대! 요즘 호텔 사우나에는 개나 소나 다 들락거린다더니 그것도 가난한 개새끼야?"

"뭐? 가난한 개새끼?"


분위기는 금방 험악해졌다.


"그래! 이 가난한 짐승 새끼야! 너 재산이 얼마야?"


투숙객은 기가 막힌 다는 눈치였다.정 대리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는지 빠른 걸음으로 정 회장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회장님 잠시만! 제가 잠시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정 회장은 정 대리를 향해 다짜고짜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야! 너네같이 먹고살기에 급급한 것들이 뭘 알아. 맨날 아등바등거리기나 하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나 하냐!" 그리고는 정 대리의 턱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정대리! 네가 그 따위로 손님 받으니까 이 호텔 수준이 지금 이 모양인 거야. 내가 사우나에 아무나 들여보내지 말랬지. 제발 가려서 좀 받아라 했어 안 했어! 그렇게 말을 안 들어 처먹어! 어디 가서 정 씨라는 성에 먹칠 좀 하고 다니지 마 제발! 이 새끼야!"


사우나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정 대리와 정 회장을 바라봤다. 누가 들으면 정 회장이 호텔 주인쯤 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정 대리는 분노와 수치심, 증오심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정 회장을 노려보며 한 숨을 푹푹 쉬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뿐이었다. 평소처럼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편으론 너무 기가 차다는 생각이 들어 목석처럼 한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투숙객은 정 회장을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어느샌가 사우나 밖으로 빠져나갔다.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투숙객은 당직 지배인을 찾아 정 회장 얘기를 하며 또 한바탕 해댄 모양이었다. 당직 지배인도 그 앞에서 머리만 조아릴 뿐이었다.


그렇게 정 회장은 정회 장대로 투숙객은 투숙객대로 난리를 치며 그날 호텔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 무렵 스노우폭스의 김승호 회장이 갑질고객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 문구가 SNS를 통해 크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공정 서비스 권리 안내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상품과 대가는 동등한 교환입니다.

우리 직원들은 훌륭한 고객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를 담아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무례한 고객에게까지 그렇게 응대하도록 교육하지는 않겠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항상 존중을 받아야 할 훌륭한 젊은이들이며 누군가에게는 금쪽같은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인격적인 모욕을 느낄 언어나 행동, 큰 소리로 떠들거나 아이들을 방치하여다른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하실 경우에는 저희가 정중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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