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환경 다큐멘터리 ‘리빙더체인지’(Living The Change)의 도입부는 여러 시민들이 저마다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생태파괴, 에너지 고갈, 먹거리 문제 등 갖은 심각성을 내비치지만 큰 틀에서는 기후위기로 모아지죠. 눈여겨 볼만한 지점은 이들 사항과 경제 현실 간의 복잡한 관계입니다.
그간 환경과 경제는 ‘딜레마’와 다름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환경을 보존하자니 산업쇠퇴 문제가 생기고, 경제 호황을 이루자니 환경파괴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겼었죠. 그런데 리빙더체인지는 이런 생각이 얼마나 협소한지를 알려줍니다. 상술처럼 환경파괴는 경제발전을 명목으로 이뤄졌지만 이는 하나의 과정일 뿐, 궁극적으로는 경제 또한 망가질 것’임을 경고합니다.
지속 불가능한 환경, 지속 불가한 경제로.
환경의 원리와 경제의 작동방식은 일면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정된 자원이 균형을 이룰 때 이상적인 활동이 이뤄지죠. 경제 쪽에선 제한된 공급에 수요가 따르면 그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됩니다. 단 이때 공급과 수요 간 지나친 불균형이 발생하면 가격파괴가 생기는데, 이는 경제위기를 낳게 마련입니다.
환경도 마찬가집니다. 한정된 자원이 균형을 이뤘을 때 생태계가 선순환 합니다. 꽃과 나무가 있어야 곤충과 새가 날아다니고, 적당량의 탄소가 토양에 있어야 비옥한 땅과 깨끗한 하늘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과하거나 부족하면 순환이 원활치 못하게 돼 환경위기가 발생합니다.
리빙더체인지는 전반부에서 환경 상의 불균형을 꼬집습니다. 탄소 등 천연자원의 지나친 차출, 그로 인해 생태계 내 각 요소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식입니다. 제한된 화석연료의 경우 플라스틱, 의류, 전자제품, 식품 등의 생산 공정에 전방위 사용되며 고갈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여파를 부를까요.
경제 불균형으로 이어질 겁니다. 플라스틱과 전자제품 등 공산품 제작이 공급 한계를 마주할 겁니다. 인류 생존의 필수인 식음료 역시 그럴 겁니다.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한 환경파괴가 되레 경제파괴를 낳게 되는 셈입니다. 이에 그칠까요. 제자리를 벗어난 화석연료가 난데없이 우리 코끝의 공기로, 하늘로 향한 까닭에 이미 기후위기는 시작됐습니다.
자, 그렇다면 ‘환경기술’을 개발하면 어떨까요. 그간의 기술발전이 환경파괴를 토대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환경을 깨끗이 하는 기술을 만들어 보는 거지요. 이론적으론 그럴 듯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데에는 환경소비가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로 불리는 태양광을 볼까요. 삼림파괴는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됐고요, 태양광 터빈 등을 제작할 때에는 화석연료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차후에 태양광 물품이 폐기물이 된다면 어떨까요. 재활용도 안 됩니다. 물론 이런 부작용들마저도 해결할 수 있는 기막힌 기술이 탄생한다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러자니 현재 자원 소비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이자와 환경파괴, 지역화폐와 환경보존
리빙더체인지가 각 문제의 해결책을 집요하게 제시하진 못합니다. 뒤에 말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개선책의 일부분을 드러내는 데에 그칩니다. 발생된 위기의 배경 및 원인 등을 경제적 관점에서 진단하는데요, 이 가운데에 꽤 재미난 분석들이 나옵니다. 저 개인적으론 이자와 환경의 상관관계가 흥미로웠습니다.
이자는 초과노동을 발생시킨다는 겁니다. 만약 이자가 없다면, 지금의 절반만 일해도 개인은 현재와 동일한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 시민은 바라봅니다. 사실 그렇죠.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엔 이자가 포함됐습니다. 그 비용은 공급주체가 아닌 소비주체가 부담합니다. 우리가 더 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동이 늘어난다는 것은 조업의 증가를 뜻합니다. 자연히 생산에 투입되는 자원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에 대한 과잉된 착취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대목이죠. 경제발전을 위한 자원낭비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럴까요. 이게 과연 경제 ‘발전’을 위한 걸까요. 이자가 아니라면 없었을 일, 단지 ‘유지’를 위한 과잉 아닐까요.
물론 경제학에선 원론적 분석이란 비판도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리빙더체인지는 이 대목을 지적하면서 ‘지역화폐’를 대안 중 하나로 꼽습니다. 뉴질랜드 애쉬허스트의 한 마을에서 실험적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나오는데요, 이들 동네의 개인 및 기업 몇몇은 지역화폐 ‘LOAVES’를 통해 경제선순환뿐만 아니라 공동체에 관한 인식제고 등까지 효과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자가 없는 지역화폐는 자연히 초과노동을 낳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먹고 사는 데에 적정한 근로, 생산, 소비를 이루게 합니다. 마을기업은 지역기반을 닦을 수 있고, 소비자들은 멀리 나갈 것 없이 동네 안에서 물건을 구매 혹은 교환합니다. 이웃 간 공동체가 싹틀 수 있는 여지가 큰 만큼 리스크에 대한 회복탄력성도 보다 탄탄합니다.
묘수의 필요성, 지구봄프로젝트에서
리빙더체인지에서 지역화폐 얘기는 매우 지엽적인 부분입니다. 이밖에도 타임뱅킹 및 분뇨의 퇴비화 등 여러 스토리가 소개됩니다. 뉴질랜드에서 실현되는 환경보존 실천 사례 몇몇을 보여주는 식인데, 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작품을 직접 보는 게 가장 좋을 겁니다. 영상물은 ‘지구봄 프로젝트’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배운 게 많지만, 생각이 더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통상 환경문제 개선을 위한 모범실천 사례는 ‘시골’에서 보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빙더체인지 역시 그렇습니다. 산업개발 및 소비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인데, 일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인간의 욕심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경제인데, 이를 축소하는 게 가능할까요.
저는 인간의 욕심을 일종의 ‘천재지변’으로 봅니다. 정부라는 곳이 특정 정책으로 시장을 통제하려 해도, 대개 실패로 돌아가는 게 이 때문 아니겠는가 생각하곤 했습니다. 제도의 도입은 종종 인간으로 하여금 “어떻게 규제를 비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해 더 큰 문제를 생산하죠. 물론 그렇다고 인간의 욕심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환경도, 경제도 파괴하니까요.
그래서 묘수가 필요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환경과 경제의 또 다른 공통점은 ‘상생’을 미학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깨끗한 물 없이 물고기가 있을 수 없고, 노동자의 피땀 없이 사장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환경과 경제가 상생할 만한 묘수는 없을까요. 어느 한쪽의 희생 없이, 정말 현실 범위 내에서 가능한 그런 묘수 말입니다.
리빙더체인지의 한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뉴질랜드 리버튼에 ‘먹거리 숲’을 조성해 자생하는 한 가족들이 말하길 “다양한 작물들의 공생을 가능케 할 숲을 ‘개발’했다”며 “생태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을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개발’과 ‘개입 최소화’란 표현은 경제 문제를 바라볼 때 주로 등장하지 않던가요.
자연 회복을 위해 개발, 개입 최소화를 말한 이 가족들. 허나 경제 쪽에서 개발 및 개입최소화는 환경파괴를 야기하겠죠. 환경과 경제의 상반되는 속성이 또렷이 드러난 대목으로 비칩니다. 이처럼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환경과 경제의 문제. 그래서인지 도통 좁히기 어려운 둘 사이의 관계.
이 관계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모르면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하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관심 가지려면 재미를 느껴야 합니다. 재밌으려면 함께 해야 합니다. 함께 하려면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기반은 마련됐습니다. 지구봄 프로젝트입니다. 아직 체계도, 비전도 불확실하지만 ‘일단 고’입니다. 지구봄 프로젝트, 아래에 있습니다. 함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