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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천원짜리 요플레, 나는 200원짜리 요구르트

by 이소

“엄마, 우리 어렸을 때 왜 나는 200원짜리 요구르트 사주고 선우는 천 원짜리 요플레 사줬어?”


그동안은 엄마가 속상할까 봐, 상처받을까 봐 묻지 못했던 말. 30여 년 만에 나름의 용기를 내어 물었다. 엄마의 대답은 나의 용기에 비하면 정말 간단하고 빨랐다.


“글쎄, 모르겠다. 돈이 없어서 그랬겠지 뭐.”

“그럼, 둘 다 요구르트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걸 어떻게 다 기억하니.”


눈을 피하고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얼버무리는 엄마의 모습에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서운한 걸까? 속상한 걸까? 아니면 결국 엄마를 속상하게 한 게 미안한 걸까?


나는 더 묻고 싶었다. 정말 돈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는지. 하지만 엄마는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초록색 우유 배달 가방이 걸려있던 우리 집 까만 대문이 생각난다. 우유를 먹지 않는 나와 동생을 위해 엄마는 우유 대신 요구르트를 배달시켰었다. 빨대를 콕 찍어 먹으면 금세 사라져 버리는 200원짜리 요구르트.



노란 유니폼과 모자를 쓴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왔다. 뽀얀 크림에 빨갛고 부드러운 딸기가 들어있는 요플레를 가지고 오는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나쁜’ 아이로 만드는 사람이다.

“요플레 하나 주세요.”


또 하나다. 엄마는 요플레를 항상 하나만 산다. 나도 요플레 좋아하는데, 맨날 선우만 사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픈 동생을 위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쁜 아이가 된다. 아픈 동생을 샘내는 나쁜 누나가 된다.


내 손에는 하얀 빨대가 꽂힌 요구르트가 들려있다. 선우는 ‘아’ 하고 입을 벌리고 앉아 있다. 엄마는 작고 하얀 플라스틱 스푼으로 요플레를 떠서 선우의 입에 넣어주고 있다. 선우의 입가에 묻은 뽀얀 크림이 얄밉다.


왜 맨날 나만 요구르트 먹고 선우는 요플레를 먹지? 왜 맨날 나는 혼자 먹고 선우는 엄마가 먹여주는 거지?


나도 엄마한테 요플레를 먹고 싶다고, 사 달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왠지 그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떼를 쓰면 엄마가 속상할 것 같다.



7살 무렵의 나는 동생이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자폐증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엄마와 동생을 배려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요플레가 뭐라고. 그게 뭐라고. 곧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그 시절의 시큼한 요구르트 맛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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