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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Nov 12. 2018

MOON

짙은

왜 난 힘들 때만 그댈 떠올리죠

왜 난 슬플 때만 그댈 생각하죠

다 무너질까 겁이 나니까

나 사라질까 두려우니까


그만큼 힘들었죠 놓여지길 바랬죠

버려질 마음으로 내 자신을 숨기며

사랑을 원하면서 사랑을 주지 않는

끝없이 차고 기우는

저 달과 같은 모습으로



이럴 때만 아빠 보고싶어 하는거 참 치사한데 어쩔 수 없이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아빠가 그렇게 애지중지 아끼고 사랑했던 딸이 속상해하는걸 하늘에서 보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 싶어서.


아빠는 내가 태어난 날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꽃다발을 사왔고,

엄마한테 매일 혼났다고 한다. 그만 사오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나의 어렸을 적 사진은 매일 꽃과 함께 찍혀있다.


3살 이전의 기억은 정말 내가 경험한 그 자체의 기억이 아니라

뒤적거리며 찾은 사진과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에서 상상한 경험을 기억으로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해맑게 웃으면서 아빠랑 장난치던 사진과

늘 꽃과 함께 누워있던 아기의 사진만 봐도 나는 너무 사랑받는 아이였고,

아빠는 딸내미라면 껌뻑죽는 동네에서 유명한 딸바보였다고 한다. 


웃긴게 참 행복하고 아무 걱정 없을 때는 잘 떠오르지 않고, 보고싶다는 생각도 안하면서

힘들고, 슬프고, 가슴아프고, 외로울 때면 꼭 몰래 아빠한테 찾아간다. 나도 사랑받는 사람이고 기댈데가 있다는 걸 느끼고 싶은 순간들인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하고 나서 아부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서 다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저녁에 내가 생각나서 전화를 해주시는 그 마음이 가끔은 눈물날 정도로 고맙고 소중하다. 


누가 밥먹다가 나를 떠올려준다거나, 좋은 풍경을 보고 함께 보자고 놀러오라고 말해준다거나 

그런 것들이 난 세상 그 무엇보다 진심인 소중한 감정들이라고 생각한다.


화천에서 지혜 모르는 사람이 없어.

지혜가 있어서 너무 항상 마음이 꽉차고, 따뜻해. 행복해.

사랑스러워.


라는 말씀을 누구보다 많이 해주시는 요즘

다시 아빠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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