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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Dec 04. 2018

 Track 8

이소라


꼭 그래야 할 일이었을까

겪어야 할 일이었을까

혼자서 남겨진 방 그 마지막 끝

-

먼저 사라진 그대

또 올 수가 없네.


querencia of jihye

기분이 참참참 오늘 같은 날은 제주 '곶'에서 얻어온 인센스 스틱을 연달아서 켜놓고, 이소라 7집의 Track 1부터 Track 13을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몇 번이고 듣는다. (단 한 곡도, 한 소절도 빼놓을 수 없고 그 중 Track 3,7,9,8,10이 제일 좋다.)


'행복'이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찾으려고 느끼려고 할수록 더 모르겠다.

'행복하다'라는 생각이든 느낌이든 그런 감정을 느껴본지가 참 오래되었고, 그게 무섭다.

괜찮은 건지 궁금하다. 그래서 도저히 모르겠어서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가장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 행복하다' 의 기억은 굴업도다.

매주 백패킹을 다니는 엄마가 먼저 굴업도를 다녀와선 나와 큰이모를 꼭 데려가야만 한다고 몇 번이고 사진을 보여주길래 굴업도가 빛을 발하는 가을만 기다리고 있었다. 강아지풀이 우거지면 그 때는 정말 황금빛 물결이 장관이라고, 사진 백장이고 천장이고 찍어준다고 했다. 큰이모랑 같이 맥주먹는 순간이 문득 떠오른 '아!행복' 기억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날만 기다렸다.


가을이 오기전에 이모는 가버렸다.


그 해 가을 빈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수 많은 고민을 안고, 막내이모와 작은이모가 그 자리를 함께했다. 정말 눈물나게 아름다웠고, 쉴 새도 없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살아있는 이유 같았고 온 세상이 아름다웠다. 나를 한치의 의심 없이 사랑해주는 엄마, 이모, 삼촌과 함께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바다를 보고, 온 세상이 황홀해지는 그 공간에 함께 있었다. 정말 행복하다 외에 아무생각도 안들었다. 이모가 보고싶었다.

이모가 가던 날은 너무 눈부시게 따뜻하던 날이어서 더 미웠다. 그 날은 같이 산에 가서 막걸리를 마셨어야 하는 날이었다. 같이 깔깔대고 웃었어야 하는 날이었다.


시작은 이게 아니었는데, 또 이 길로 빠졌다.

어쨋든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한 치의 의심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밥해먹고, 바다와 지는 해를 바라볼 때' 였다.


행복하다는 생각이 곧잘 들지 않는 건 위험한걸까, 당연한걸까.

당연하지만 조금 서글픈건가.


나의 굴업도.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봄의 굴업도.

그 곳이 백패킹의 성지이든, 한국의 파타고니아든 그런건 하나도 상관없다. 그냥 그 곳은 나의 퀘렌시아다.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 늘 내 곁에서 건강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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