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일
새해 아침이 되자마자 한 말은 "새해 같지가 않아"였다.
특별한 무슨 날에는 특별한 기분을 기대하는 습관이 늘 허무함을 만드는 것 같다.
요란하게 집 앞산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지만 눈을 떴을 때는 7:40 일출 시간에 맞춰 놓은 알람이 울렸을 때였고, 대충 베란다 창문으로 어차피 흐려서 안보였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잠들었다.
떡국 대신 떡만두전골을 끓여먹곤 정신을 차려보니 그래도 오늘은 새해였다. 새로운 다짐을 하거나 지키기 딱 좋은 날이었다.
버킷리스트라는 말을 좋아하진 않는데, 작년에 써놓은 '하고싶은 일들'의 목록을 쓰윽 훑어보니 꽤 많은 것들을 해냈다. 해냈다고 하기엔 그냥 도전하면 되는 것들이었기에 어렵진 않았지만.
그래서 올해도 그냥 두서없이 내가 되고 싶은 모습,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기라도 하려고 한다.
1. 건강해야지.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싶다. 잘먹고, 잘자면 모든게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지독히 단순한 생각이었다.
내 몸을 잘 알고, 잘 지켜줘야 했다. 무엇보다 1순위는 제출음식, 제철과일 잘 먹기다.
1)제철음식, 제철과일 잘 챙겨 먹고 살기
계절을 느껴가며, 그 계절에만 나는 음식들로, 건강하게 먹고 싶어졌다.
'한 접시 건강법' 이라는 책을 샀다. 매일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아침을 챙겨먹고, 저녁을 챙겨먹고 싶다. 면역력 저하와 염증이라는 덫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리고 요리를 더 많이 해봐야지. 부담갖지 말고, 스스로 더 많은걸 만들어 먹어봐야지. 요리 도전!
2)영양제 잘 챙겨먹기
아이에 대한 생각을 안할 수 없다.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으니 지금부터 온갖 영양제와 엽산까지 잘챙겨먹어야지
3)운동하기
테니스는 지금처럼 매주 꾸준히 할거고, 연습도 자주 나갈거다. 그리고 요가와 명상을 다시 시작할거고,
회사에서 일주일에 2번정도는 헬스를 하려고 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해야지.
건강해지는 것도 건강인데, 탄력있고 섹시한 몸을 만들고 싶어졌다. 섹시한 48살이 되고 싶어서!
자세를 곧바로 하고, 생기있는 눈빛과, 맑은 안색을 가져야지.
4)나쁜 생각하지 말기
슬프거나 속상한 생각이 들 때면 조금만 슬퍼해야지. 나쁜 생각을 하다보면 술이 먹고 싶어지고, 그건 몸과 마음에 최악이라는 사실을 작년에 뼈저리게 느꼈으니. '흠 이건 내가 원하는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분 좋은 일을 해보자! 슬픈 생각에 빠지지 말고, 내가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을 해보자.
5)뭘 하려 하지 않기
바쁘게 무언갈 배우고, 돌아다니는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 '새로운 걸 해보자'라는 압박감에 건강을 해치면서 새로운걸 도전하지는 말자. 지금까지는 늘 새로운걸 도전하고, 뭘 하려고 했다면 올해는 '아무것도 하지말기'를 해보자. 그러다보면 정말 내가 해야 할 것, 하고싶은 것들이 고개를 든다는걸 순례길에서 배웠다. 정말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며 살아보자.
2. 책방에 책 입점시키기
다양한 독립책방에 내 책을 입점시켜서, 지인들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정말 원하는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출판사에 제안하는 것도 생각중이다. 내 지인이라서가 아니라, 이 글이 필요해서 읽는 사람들에게 닿으면 참 좋겠다.
그리고, 글을 더 많이 써서 또 다른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사소한 프로젝트라도?
아, 친구 까페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다. 나중에 자세히 써보기로.
3. 돈 관리하기
나름 저축을 하긴 했지만 사고싶은 게 생기면 한 두달쯤 모른척하고 되는대로 써왔다. 정말 돈관리를 계획적으로 해야한다는걸 느꼈다. 저축이건, 소비건, 뭐든. 소비의 경계를 잘 세우고.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정말 쓰고 싶은 곳에 쓸 수 있게!
4. 인정받기
나의 서비스가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이 시장에 꼭 필요했던 거야! 정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러기 위해 서비스에 더 몰입하고, 더 성장시키고, 더 생각을 많이 해야지.
5. 남미가기
올해가 지나기 전 꼭 꼭 남미를 가고 싶다. 남미를 다 돌지 못해도 좋다. 볼리비아 유우니 사막을 꼭 가고싶다. 남편과 함께라면 더 없이 좋겠다.
그리고 국내 여행도 꼭 많이 가고 싶다. 소소하고, 따뜻한 풍경을 찾아 많이 느끼고 싶다.
6. 아이
올해가 지나기 전 아이를 가지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많이 왔다갔다한다. 내가 아이를 책임지고 온 사랑을 다 줄 수 있을지. 조금 더 단단해지고, 멋있어지고, 내가 나를 믿을 수 있을 때 가지고 싶다. 올 해 안에 그 마음이 준비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금 더 기다려줘야지.
7. 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편지쓰고, 표현하고, 연락하고, 사랑해야지. 받으려 하지말고, 주려고 노력하자. 기대하지 말고, 기대하게 해야지.
8. 사소한 리추얼 많이 만들기.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나를 좋은사람으로 만들게 하는 사소한 리추얼과 습관을 더 많이 만들어야지.
아침엔 명상을 하거나, 저녁엔 일기를 쓰거나, 반신욕을 하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기분이 안좋을 땐 산책을 하고, 좋은 점을 콕 찝어 표현하거나, 마음이 어지러울 땐 청소를 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사소한 습관을 더 많이 만들자.
9. 말과 글에 신중하기
내가 하는 말과 글이 늘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좋은 표현을 하도록 해야지.
기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어야지. 더 많이 웃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안아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탓하지 말고, 안아주는 사람이 될거야.
10. 좋은 걸 더 많이 흡수하기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좋은 점, 행복한 이유, 꿈 들을 더 많이 흡수해야지. 나도 더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지.
11. 이사하기
보금자리를 옮겨서 또 우리만의 작고, 포근한 공간을 만들어야지. 이번엔 정말 덜어내고, 우리 것을 더하면서 딱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야지.
27살의 지혜는 암을 통보받고, 수술을 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그 경험을 책으로 만들고, 수 많은 여행을 하고, 또 좋은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고, 인생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내 2019년이 이랬을 거라고, 이런 일들을 겪고, 이런 일들을 벌일거라고 아무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올해도 예상치 못한 수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 무슨 일이 오던 상관없다. 다 나의 태도니까. 무슨일을 겪던, 좋은 일이던 나쁜일이던 지혜 필터 거쳐서 나의 소중한 일화들로 만들어야지.
2020년엔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자. 이 뻔한 단어들이 그렇게 소중하다는 걸 알아서 다른건 바라고 싶지 않다. 재밌게 살아야지. 많이 사랑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