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30일 일기
오늘 한 일, 레몬수 마시기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내일 놀이공원에 가기 위해 미리 해야할 일들을 했다. 세상에 간단한 일은 없으므로 4시간으로 계획한 일은 하루종일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내가 제대로 한 일은 결국 머리가 복잡해질 때마다 레몬수 마시기.
오래 전부터 레몬수를 먹으면 피부가 맑아지고 몸의 독기가 빠진다고 한다. 물론 이 효능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함께 맑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취향으로 말하자면 나는 사실 새콤한 젤리는 좋아해도 레몬은 영 별로다. 화연이네 집에서 모르고 레몬즙을 넣은 생수를 마셨을 때의 안 좋은 추억도 있다.
레몬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몬수를 먹게된 계기는 나의 소소한 물욕 때문이다. 명동 플라잉 타이거에 놀러갔다가 레몬스퀴즈의 색감에 반해버렸던 것이다. 레몬즙을 받는 컵과 뚜껑은 투명하고 오로지 즙을 짜내는 부분만 청량한 민트색인데 내 물건 중에 이렇게 예쁜 민트색은 없었다. 부엌 창가의 햇살을 받으면 해변에 온 듯한 반짝임이 있다. 게다가 샛노란 레몬과 무척 잘 어울려 레몬을 짜다가 문득, 여름이 어서 왔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거나 대책없이 설레기도 한다.
레몬을 직접 사는 수고를 하고 좋아하려는 노력은 여름을 기다리는 나의 의식이 된다. 그렇게 여름의 색을 만지작 거리며 다가오는 계절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