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좀비가 생존하는 만화

<좀비딸>

by 줄리이

<좀비딸>

네이버 만화, 이윤창


웹툰으로 쓰는 첫 글인데, 사실 이건 학교 과제였다.

학교 과제로 쓴 글을 여기도 올려본다.

수업 과제로 처음 읽게 된 이 작품은 한 마디로 '보통이 아닌' 작품이었다.

보통의 좀비물도, 보통의 개그물도 아닌 새로운 어떤 것이었다.




좀비 서사는 기본적으로 ‘최후까지 인간으로 살아남는 일’을 목적으로 하는 생존의 서사다. 좀비로 변하지 않기 위해 좀비를 처치해야 하는 대결 구도는 1968년,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구체화 되었다. 이러한 구도는 영화 <부산행>(2016)과 창궐(2018), 드라마 <킹덤>(2019), 웹툰 <데드 라이프>(연재 중), <미시령>(연재 중), <1호선>(재연재 중) 등에서 볼 수 있듯 한국 콘텐츠에서도 현재까지 재생산되고 있다.

movie_image.jpg
킹덤_메인포스터.jpg

반면 2011년 즈음 새롭게 탄생한 포스트-밀레니엄 좀비 서사는 포스트-아포칼립스적 설정으로 파국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이후를 이야기한다. 드라마 <인 더 플래쉬>(2013), 영화 <웜바디스>(2013)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포스트-밀레니엄 좀비는 더 이상 살아있는 육체만을 탐하는 존재가 아니라 부당하게 주변부로 밀려나고 소외당한 타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

k.png
movie_image (1).jpg


이윤창 작가의 <좀비딸>은 이전의 좀비 서사와는 다르게 매우 독특한 지점에서 좀비를 그려낸다. 작중 배경은 포스트-밀레니엄 좀비 서사처럼 좀비 사태 당시가 아닌 1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파국 이후가 아닌 좀비들이 말살된 희망적 결말 이후다. 좀비 사태 후 제거되지 않은 마지막 좀비 수아는 자연스럽게 ‘최후까지 살아남은 좀비’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인간 세상에서 홀로 남은 좀비로서의 수아가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살아남는 과정을 그리는, ‘좀비의 생존’ 서사가 탄생한 것이다.

‘좀비의 생존’이라는 독특한 서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좀비가 왜 생존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해명되어야 한다. 독자가 주인공의 생존 과정을 응원하고 그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배척의 대상이었던 좀비가 어떻게 수용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로메로 감독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구체화했던 초창기 좀비의 원형적 모습을 따르면서, 몇 가지 특징을 부각하는 방법으로 좀비의 생존 서사를 가능하게 한다.


홀로 남은, 약한 좀비

좀비는 여타의 괴물과 달리 초월적 힘이나 지능, 불멸의 육체 중 어느 것도 지니지 못하며 오히려 부패하고 경직되어 다수가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두려운 괴물로서 존재할 수 있다. <좀비딸>은 최근, 신체 능력이 발달된 좀비가 자주 등장하는 것과 달리 원형적 좀비, 즉 그야말로 살아있는 시체로서의 좀비를 보여준다. 수아가 할머니와 정환에게 충분히 제압될 수 있고, 돼지 창자를 먹음으로써 식인 습성을 해소하는 것은, 식인의 습성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성 외에 인간을 압도할 능력이 없는 좀비가 인간과 공존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과 닮은 좀비

좀비는 뱀파이어, 늑대인간, 유령, 외계인, 안드로이드와 같은 다양한 언데드군 속에서 인간과 가장 닮은 존재다. 단순히 접촉을 통해서 누구나 쉽게 좀비가 될 수 있기에 좀비는 이웃, 가족, 친구라는 가장 평범하고 친숙한 존재를 낯선 타자로 회귀시킨다. 개그 만화적인 코드를 가진 서사에서 작품은 육아 서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좀비가 된 수아와 함께 살고자 노력하는 정환의 모습은 흡사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잘 기르기 위한 아버지의 모습처럼 보인다. 아버지 정환의 입장에서 수아는 좀비로 변했다 하더라도 죽여야 할 타자가 아니라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고 싶은 자식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좀비와 인간이 가족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통해 친숙한 존재로서의 좀비를 제시한다.


비자율적인 좀비

좀비 생존 서사의 특징은 생존을 도모하는 주체가 좀비 자신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변형적 좀비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좀비는 제대로 생각하거나 계획할 수 없는 존재이며, 오로지 고집스럽게 지속되는 충동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다. 따라서 좀비는 스스로 생존을 꾀할 수 없고, 좀비의 생존을 돕는 비(非)좀비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비좀비의 등장은 인간 생존 서사의 ‘어떻게 몰살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로 치환한다. 독자를 좀비인 수아보다 수아를 돕고자 하는 정환에 집중하게 하여 주인공과 함께 좀비의 생존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것이다.



<좀비딸>은 원형적 좀비의 형상과 포스트-밀레니엄 좀비 서사의 결합을 통해 좀비의 생존 서사를 만들어냈다. 생존 이후의 과제는 공존이다. 현재까지의 연재분에서 수아는 화장을 통해 ‘인간’의 모습으로 가족 외의 사람들과 교류한다. 좀비인 것이 밝혀지면 전염을 걱정하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사살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수아가 인간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가 아직 타자로 인식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밀레니엄 좀비 서사적으로 해석할 때, 결국 수아의 정체는 밝혀질 것이며, 본성을 숨기고 ‘인간’으로 교류하는 지금의 상황은 좀비가 된 수아도 타자가 아닌 자신과 같은 인간적인 존재로서 수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정상에서 배제된 존재로의 괴물로만 여겨졌던 좀비가 단순한 배제의 대상에서 벗어나 수용과 포용의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다름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통해 좀비와의 진정한 공존은 성립된다. 아직 좀비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은 수아가 앞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생존을 이어나갈지 기대된다.


※참고문헌

박하림, 「2000년대 한국 문화에 나타난 좀비 서사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이동신, 「좀비 반, 사람 반: 좀비 서사의 한계와 감염의 윤리」, 『문학과 영상』 제18호, 문학과영상학회, 2017

김형식, 「‘포스트-밀레니엄 좀비(Post-Millennial Zombie)’ 서사에 나타난 주체성 연구 -‘주체의 죽음’과 새로운 주체성 사유를 중심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6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