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로맨스릴러의 탄생

<치즈인더트랩>

by 줄리이

<치즈인더트랩>

네이버 만화, 순끼


학교 과제로 썼던 두 번째 글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에게 추천받아 뒤늦게 몰아봤던 작품,

너무 재밌게 봐서 드라마, 영화도 잘 만들어지길 바랐지만...

(할말하않)




드라마 <어비스>,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황후의 품격>의 공통점은 모두 ‘로맨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 tvN 월화 어비스 (문수연'유제원)○2.jpg
2019 tvN 월화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 (양진아'김병수)○13.jpg
2018 SBS 수목 황후의 품격 (김순옥'주동민)O1.jpg

최근 여러 드라마, 영화 홍보에 자주 쓰이는 ‘로맨스릴러’라는 명칭은 로맨스와 스릴러의 합성어로 긴장감이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을 말한다.(출처: 우리말샘)

<치즈인더트랩>은 ‘로맨스릴러’라는 명칭을 탄생시킨 작품이다.(네이버 뉴스에 ‘로맨스릴러’ 검색 시 가장 오래된 기사 중 하나는 <치즈인더트랩> 관련 기사이고, 비슷한 시기에 언급된 다른 작품들 중 가장 빠른 시기에 <치즈인더트랩>이 연재를 시작했다._관련링크) 스릴러 장르에 로맨스가 가미된 작품은 이전에도 있었다. 오히려 ‘다 된 장르물에 로맨스 뿌리기’ 혹은 ‘한국 작품은 법정에서 연애하고, 수사하다 연애하고, 병원에서 연애하는 작품밖에 없다.’는 식의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장르물에 로맨스 요소를 섞는 작품은 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즈인더트랩>이 ‘로맨스릴러’라는 장르 명칭까지 끌어내며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단순히 스릴러 요소와 로맨스 요소가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 아니라 둘 사이의 유기적인 결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스릴러 장르의 기본 플롯은 하나의 추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어떤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쫓게 되고, 그 후 전환, 반전 등의 다양한 내러티브 전개 방식이 등장하여 관객을 추적 과정에 들여놓는 것이다. 반면 로맨스 플롯은 두 인물이 사랑을 느끼고 연인관계가 되는 과정을 그리며, 절망과 갈등상황을 거쳐 진정한 사랑을 이룩하게 된다. <치즈인더트랩>은 추적 서사와 로맨스 서사를 긴밀하게 결합해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추적대상을 남자 주인공으로

<치즈인더트랩>의 추적대상은 남자 주인공 유정이다. 연인관계에서 서로의 배신행위나 사랑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갈등을 빚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치즈인더트랩>은 유정을 속을 알 수 없고, 어딘가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 성향을 보이는 것처럼 묘사하여 사랑이나 관계에 관한 의심이 아니라 사람됨에 대한 의심을 심어놓는다. 작가는 사랑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유정에게 의뭉스러운 행동을 부가하여 탐색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었다. 스릴러 장르의 쫓기는 사람과 로맨스 장르의 남자주인공을 결합하여 여자주인공이 연인인 남자주인공의 정체에 대해 추적하는 서사를 구축한 것이다.


추적방법을 회상으로

<치즈인더트랩>의 추적방법은 기억을 통한 회상이다. 일반적으로 연인관계가 된 두 사람은 더 깊고 단단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서로에 대한 탐색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이 과정은 수사나 연구가 아니므로 보통 현재와 관련된 과거 사건을 회상을 통해 재해석하거나 주변인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지금껏 로맨스 서사를 다룬 작품에서 크게 다루지 않은 부분이었다. 하지만, <치즈인더트랩>에서는 여자주인공 홍설이 유정과 사귀면서, 지금의 모습과는 달랐던 사귀기 전의 모습을 회상하며 비교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거친다. 홍설의 회상은 작품 연재 내내 매우 빈번하게 제시되고, 이를 통해 독자는 유정이라는 인물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조합하여 그 정체를 파악하고자 하게 된다. 스릴러 장르의 추적 과정을 연인관계의 탐색 과정과 결합하여 제시한 것이다.


추적목적을 사랑으로

<치즈인더트랩>의 추적목적은 사랑이다. 로맨스 서사의 독자는 두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스릴러 서사의 독자는 추적의 성공을 바란다. <치즈인더트랩>은 사랑으로 가는 길목에 남자주인공의 정체성 문제를 삽입하여 ‘남자주인공은 사랑할 만한 인물인가?’를 두고 독자가 혼란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로맨스 장르에서 남자주인공은 여자주인공을 사로잡는 과정에서 독자 또한 매료시켜야 한다. 주인공이 작품 속에서 자신의 매력과 가치를 증명할 때 비로소 독자에게 바람직한 남성 주인공, 즉 여성 주인공과의 교제를 응원할 만한 주인공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특히 도덕과 윤리 관념에서 남성 주인공에게 이러한 잣대는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작품은 유정이 폭력성, 공격성, 비도덕성 등의 부정적인 성품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만한 장면을 반복해서 묘사한다. 이는 사랑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행적으로 추적이 성공해야 하는 구조를 형성하여, 홍설이 유정의 정체에 대해 추적하는 과정에 독자가 참여하게 한다. 스릴러 서사의 목적과 로맨스 서사의 목적을 일직선상에 배치하여 독자가 두 목적을 하나로 인식하고, 동시에 추구하게 만든 것이다.



<치즈인더트랩> 이후 매우 다양한 작품이 ‘로맨스릴러’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작품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의 작품이 <치즈인더트랩>처럼 두 장르를 긴밀하게 결합한 것이 아니라 그저 수사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추적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등의 서사를 보이며, 결국은 두 장르의 병치에 그친다는 점에서 <치즈인더트랩>은 매우 의미가 있다.

최근 드라마, 영화, 웹툰을 가리지 않고 장르 융합 사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치즈인더트랩>은 장르의 단순한 병치를 넘어서 장르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고,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선행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추후 만들어질 장르 결합 서사 작품에도 좋은 교본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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