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HE Mar 26. 2022

문과생, 개발을 결심하다.

일의 의미와 취업의 기준을 찾아서

“창업을 해야겠어!”


학부 시절부터 내 꿈은 나만의 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더 어릴 때부터인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부터 막연히 사업가를 꿈꿨으니. 그래서 대입과 취업이 더 쉽기를 바라며 진학한 과학중점반(인문계 고등학교지만 2개 반이 과학중점반으로 운영되었다)에서 뒤늦게 사회탐구를 공부해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해 투자자들과 만나고 다니는 성공한 사업가는 어릴 적의 내가 꿈꾸던 모습이었다. 아뿔싸. 경영학과라니. 그 시절의 나를 만난다면 당장 멈추라고 어깨를 잡고 흔들어주고 싶다.


학부 시절에는 창업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 했다. 전공수업도 힘들기로 유명한 교수님의 창업 수업 위주로 들었고,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가서도 창업대회에 참가했다. 휴학 중에는 신한은행에서 주관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참가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실현할 능력이 부족했고, 능력을 보완할 패기는 더욱 부족했다. 그렇게 창업에 대한 열의가 사그라들면서 하나 둘 주변에서 취업하는 친구들을 보며 조급함을 느꼈고, 나 또한 취업을 해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 중위권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해 영어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문과생은 너무나 많았고, 그들이 들어갈 수 회사는 너무 적었다. 게다가 내가 첫 취준을 시작한 시기는 코로나19가 막 터진 시점이라 기업들은 채용을 대폭 줄인 시기였다. 높은 눈을 가지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던 나는 스타트업, 중소기업으로 목표를 낮췄지만 그마저도 취업은 쉽지 않았다.


나는 위기감을 느끼며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취업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내게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고민했다. 이전까지는 취업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이름을 들어본 기업이라면 무조건 지원했지만 잠시 지원서를 작성하는 것을 멈추고 시간을 가지며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웠다.


그리고 내가 세운 세 가지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계속 자기 계발할 수 있는 직업

2. 세상 어디에 던져놔도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직업

3.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직업


위의 세 가지 기준과 함께 곰곰이 고민해 본 결과, 데이터를 다루는 것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경영학과를 전공하다 보니 자연스레 데이터의 중요성을 느꼈다. 특히 중국에서 창업대회에 참가할 때는 데이터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중요성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되었다. 수요를 예측할 때, 입지 선정을 할 때 등등 많은 과정에서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세 가지 기준으로 돌아가서 얘기를 해보자면, 먼저 IT 분야는 기술의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생각했을 때에는 관심 있는 기술을 계속 공부하며 발전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에 IT 분야가 꽤 마음에 들었다.


둘째, 나는 30대에는 해외에서 근무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해외취업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리모트 근무가 가능한 외국 회사에 취업해 휴양지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일을 하는 것도 버킷 리스트에 있다. (한 번쯤은 이런 생각 하시잖아요? ㅎㅎ) 가끔 해외취업 사례를 찾아보면서 세계 각지에서 취업을 해 데이터 분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고, 데이터를 다루는 직종이 장기적으로 유망한 직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아서 나도 이쪽 분야에 종사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취업을 계획하지만,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다시 창업을 꿈꾸게 되었을 때, 빅데이터를 다루며 얻는 인사이트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기준을 세우고, 진로를 다시 고민하다 보니 내게 당장 필요한 것은 취업이 아닌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빅데이터는 최소 석사 졸업이 요구될 만큼 공부가 필요한 분야이고, 마침 자대에는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이 있으며,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에 진학한 경영학과 졸업생들의 선례가 있었다.


그렇게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에서 근무하는 선배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하면서 나는 개발자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