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이중언어의 벽 앞에서

인터뷰 탈락

by Young

그 ‘폭탄’은 바로 아들의 국제학교 인터뷰 탈락이었습니다.


지원서를 제출한 지 거의 2년 만에 인터뷰 연락을 받았을 때,

저는 무척 설렜습니다.

아이가 초등 초반에 영어가 서툴다고 하소연하긴 했지만

요즘 들어 영어로 다다다 말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괜찮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생겼습니다.


홍콩에서는 국제학교 입학이 ‘전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명문 학교는 인터뷰 대비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저는 그런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까지 있겠어?’

솔직히 말하면, 그 마음에는

교사로서의 자존심과

‘우리 아이는 자연스러움으로도 충분히 통할 거야’라는

조심스러운 자신감이 섞여 있었습니다.

꾸밈없는 아이의 성향과, 그동안 쌓인 언어 감각이

오히려 진정성 있게 전달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날, 아이는 긴장한 표정으로 인터뷰실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대기실에서 조용히 손을 모으고 앉아 있었습니다.

30분쯤 지났을까요.

문이 열리고, 아이가 인터뷰어 선생님과 함께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웃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교실에서 기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Your son is so sweet,”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은 이미 합격 통보를 받은 듯 가벼워졌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이랑 무슨 이야기했어?”

“기차랑… 내 장난감 이야기 했어요. 재밌었어요.”

그 말을 들으며 저는 미소 지었습니다.

‘이제 끝났다, 잘 해냈구나.’


그날 하루, 저는 ‘김칫국’을 진하게 마셨습니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친한 지인들에게 인터뷰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거지만,

그래도 아이가 잘했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합격 통보를 받은 사람처럼

새 학교와 지금 다니는 학교 사이에서

‘어디를 보내는 게 더 좋을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메일함에 새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Regret to inform you…”

짧고 냉정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불합격.

대기 순번도 아닌, 그냥 탈락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 안의 모든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마음을 졸일 여유도, 기대를 붙잡을 여지도 없이

결과는 단호했습니다.


문득, 전날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귀가하던 길,

그때 느꼈던 안도감과 자부심이

하루 만에 부끄러움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그 부끄러움은 아이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제 자신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믿었던 걸까.’

아이의 가능성을 믿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 신념과 자존심을 믿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저는 처음으로 교육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엄마로서의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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