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화를 하면서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
그 말에 대한 판단을 먼저 준비한다.
이 말은 옳은지,
저 말은 과한지,
지금 이 사람은
어떤 의도로 말하고 있는지.
그 판단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함이라기보다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경청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판단을 멈추지 못한 채
대화에 머문다.
적게 판단하고
많이 경청한다는 것은
상대의 말에 동의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그 사람이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세계를 말할 수 있도록
잠시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다.
경청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태도가 아니라,
상대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태도다.
그 안전함 앞에서야
사람은
말을 고치지 않고,
감정을 줄이지 않고,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판단이 많아질수록
관계는 무거워진다.
말은 짧아지고,
의도는 숨겨진다.
반대로
경청이 많아질수록
관계는 가벼워진다.
말은 길어지고,
사람은 편해진다.
어쩌면 우리가 관계에서
원했던 친밀함은
정확한 조언이나
옳은 판단이 아니라,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제
대화 앞에서
이 한 문장을 떠올리려 한다.
지금 이 순간,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일까,
아니면
경청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