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궁극적으로 닿아야 할 경지가 ‘초연함’이라고 한다.
초연함이란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는 태도가 아니다.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게도
반드시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상태.
사람에게서 의미를 빼앗지 않고
그 사람에게
나의 중심을 맡기지도 않는 것.
초연함은
무언가를 포기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하다는 감각에서
조용히 생겨난다.
사랑이 언젠가는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불안 때문에
나 자신을 더 조이지 않아도 되는 마음.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은 채로
스스로를 증명하느라
소모되지 않는 태도.
초연해진다는 것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느끼면서도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기대가 흔들릴 때에도
나의 자리가 무너지지 않는 상태.
그래서 초연함은
관계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방식에 가깝다.
나는 이제
누군가를 붙잡지 않아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그 사실이
삶을 차갑게 만드는 대신
오히려 더 넓게 만든다는 것도.
어쩌면 초연함이란
삶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삶을 신뢰하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붙잡지 않아도
흘러갈 것은 흘러가고,
남을 것은 남는다는
조용한 확신.
그 확신이 생긴 이후에야
삶은 비로소
나에게 자유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