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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hongmin Nov 21. 2021

내가 다이어트를 할 줄이야

내가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네

내가 다이어트를 할 줄이야...


내 인생에서 다이어트는 멀고도 가까운 단어였다. 중1 이럴 때는 고도비만도 찍어봤고, 그 이후에도 대부분 경도 비만 레벨을 찍고 있어서 항상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다 라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살았다.


음... 마음가짐을 지니고만 살았다.


운동도 별로 안 좋아해서 축구를 해본 것도 손에 꼽고, 덕분에 군대에 처음 들어가서 정말 개고생을 했다. 운동장 한 바퀴를 뛸 체력도 안됐었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근데 세상은 넓은지 훈련소에서 비만소대라는 걸 따로 분류해서 살을 빼게 시켰었는데 난 커트라인을 넘지 않아서 그나마 덜 굴림을 당했었다.  요즘은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비만소대라는 걸 운영도 안 하겠지..?


어쨌든 군대라는 노가다와 막노동과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나는 인생(어릴 때 빼고)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70~71kg 정도 나갔던 거 같다. 내 키가 178 정도 되니까 100을 빼고 0.9를 곱하면 70.2kg 정도가 표준(?) 몸무게라고 했던 것 같은데 유일하게 군대 때가 표준 몸무게였다. (키에서 100을 빼고 0.9를 곱하면 표준 몸무게라고 했던 거 같은데 요즘은 바뀌었나 모르겠다)


근데 저게 군대처럼 매일 구를 때나 도달할 수 있는 무게지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먹은 만큼 찌는 사람들한테는 턱도 없는 무게다.


그래서 다이어트라는 마음가짐만 십수 년을 지니고 살면서 경도 비만을 열심히 유지해왔다.


모두가 그렇겠지만(아닌가) 다이어트 시늉을 내본다고 헬스장을 등록해놓고 첫날만 가고 안 가기도 하고, 한 달에 한번 가기도 하고 그랬었다. 그날 하루하고 나면 거울을 보며 살 좀 빠졌네?라고 최면을 걸어도 봤지만 그냥 그게 끝이었다.


이런 나에게도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내년 7월에 결혼을 할 예정이고 그러려면 3월에는 결혼사진을 찍어야 하고, 또 결혼사진을 찍으려면 옷을 맞추고 드레스를 보러 가야 하는데, 사진 찍기 전에 옷이 제작되고 하려면 2~3개월 전에는 맞추러 가야 하니까 12월엔 가야 하고...


이렇게 역산을 해보니 정말 시간이 많지 않았다.


토실토실한 몸뚱이에 예복을 맞출 수는 없으니 12월까지 할 수 있는 만큼 빼야 했다. 


다이어트는 9월부터 시작했다. 9월에는 아직 결혼 일정을 잡진 않았을 때라 막연히 운동을 좀 시작해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서, 집에서 숀리 바이크로 거의 매일 설렁설렁 발을 굴리는 느낌으로 운동을 했다.


시작할 때쯤에는 몸무게도 87kg 정도 나갔었고, 운동을 따로 하지도 않고 또 재택을 한창 하던 때여서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게 좀 부담이 됐었다. 무게가 많이 나가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갈까 봐 걱정도 되고 운동하는 법을 잘 모르기도 했어서 자전거만 꾸준히 탔다.


설렁설렁 타긴 했어도 한 달 정도 그렇게 타니까 다리에 체력이 좀 붙은 게 느껴졌다. 자신감이 좀 더 붙어서 유튜브에서 운동하는 영상을 찾아보면서 좀 더 격하게 하는 운동들을 시도하기 시작했고, 음식도 식단 조절을 조금씩 하면서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예복 맞추는 일정이랑 촬영 일정이 확정이 되니 좀 더 마음이 급해져서 식단도 조금 더 빡세게 하고 진행을 했더니 살이 빠지긴 빠졌다. 오랜만에 재택이 끝나고 출근을 하니 사람들이 살이 빠졌다고 하고, 친척들을 봐도 살이 빠졌다는 얘기를 하니 좀 더 실감이 났다. 실제로 몸무게도 6~7kg 정도 빠진 상태에서 이 범위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그런데 먹는걸 좀 많이 줄이다 보니 부작용이 좀 생겼다. 회사 근처에는 대부분 점심을 먹을 데가 찌개나 중식집, 분식집 이런 곳이 대다수라 점심마다 먹으면 부담이 될 것 같아서 다이어트 도시락을 주문해서 뎁혀먹고, 저녁에도 닭가슴살이나 채소 같은걸 위주로 한동안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부터 에너지가 좀 떨어지는 것 같고, 간만에 몸살도 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덕분에 한 번도 안 해봤던 코로나 검사까지 했었다.(내 콧구멍을 뚫릴 줄이야)


이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싶었다.


평생 한 번도 안 해봤던 PT를 받아보기 위해서 회사 근처에 있는 헬스장을 알아봤는데, 뭐 전문 PT 샵이라고 그런 건지 전문가는 회당 9만 원이고, 어시 분들한테 해도 회당 6만 원씩은 내야 한다고 했다. 회당 6만 원이라니... 가뜩이나 돈 나갈 데도 많은데 너무 사치 같다고 느껴지는 금액이었다.


그러다가 팀원한테 물어보니 본인이 다니는 곳에서 10회에 30만 원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그곳에 가서 PT를 시작했다. 그런데 헬스는 무조건 따로 끊어야 하고, 현금 기준이라고 해서.. 생각보다 돈이 더 들긴 했지만 그래도 1회에 3만 원 꼴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PT라고 해서 군대에서 하는 것처럼 계속 뛰어야 하고 엄청 굴리고 그런 건가 싶어서 겁을 좀 먹긴 했었는데, 다행히 내가 운동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춰서 운동을 차근히 잘 가르쳐주시더라.


혼자 헬스장에서 기구를 써 볼 때는 조금만 해도 손목이 아프고 무릎이 아프고 해서 오래 하지 못했는데, 옆에서 선생님이 자세를 다 잡아주고 하니 운동이 끝나도 무리가 된다는 느낌이 없었다.


뭔가 정말 운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꾸준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식단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을 바로 잡아주었다. 일단 식단을 줄이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하면 나중에는 지방도 안 빠지고 힘은 빠져서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했다. 일일 권장 섭취량을 잘 지키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그 이후부터는 조금 더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그래도 국물 같은 나트륨은 좀 피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자세를 잘 잡아주니 집에서 스쿼트를 할 때도 좀 더 운동이 잘된다.


내가 운동을 하는 느낌을 깨우치는 날이 올 줄이야.


살이 빠지는 게 느껴지고 몸에 부담이 줄고 또 다른 사람들이 살이 빠졌다는 얘기를 해주니까 좀 더 힘이 나서 열심히 하게 된다.


그리고 또 생각보다 먹을걸 줄이고 운동을 하는 게 어렵지 않아서 할만하다. 정말 죽어라 운동하고 무리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고 적당히 먹고 운동 좀 열심히 하는 정도니까 할만하다.


할만한데 살도 조금씩 빠지고 몸도 더 건강해지고 있고 여러모로 좋다.


내가 진지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또 한다고 잘 빠지니까 좋네.

결혼 준비하면서 좋을 걸 많이 깨닫는 중이다.


내가 다이어트를 (진지하게)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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