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 나날이 확대되어 보험사 스태프나 콜센터 대표 등과도 얼굴을 자주 접했다. 회식도 많았고 통합 워크숍을 가기도 했다. 친숙해지고 신뢰감도 쌓이다 보니 유명 콜센터 대표들에게 이런저런 제안을 하기도 했다.
“직원들 출장 의료검진 서비스 등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 장기근속으로 연결되지 않겠어요?”
“교육 담당자나 슈퍼바이저 등 육성 담당자 동기유발을 위해 급여를 더 올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상담원의 이동이 많은 업종에서 튼튼한 콜센터 구축을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도록 우리 회사의 고위 임원에게도 성과가 좋은 콜센터는 수수료를 더 올리도록 지급체계를 개선해달라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콜센터 대표 입장에서는 ‘업계 특성상 쉽지 않은 이야기인데 하며 당혹스러웠겠다’는 생각도 든다.
#1 심신 체조를 만들다
어느 날 문득 '콜센터의 하루의 시작은 어떨까?' 하고 궁금해졌다. 일반 회사에서도 아침 체조를 하고 제조업 등에서도 많은 회사가 아침 행사를 하는데, 실적에 치여 너무 무미건조하게 하루를 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담당 관리자를 보자 했다.
“하루하루 영업하느라 힘들 텐데, 콜센터의 아침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파악해 줘.” 역시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다들 비슷한 거 같습니다. 전달할 내용을 공유하거나 짧게 교육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내용은 없다고 합니다”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가다듬어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면 하루가 다른데 안타까웠다. 산업현장에서 아침 운동으로 무재해 시간을 대폭 늘렸다거나 학업성취도가 크게 개선된 사례가 많다.
2018년 조지타운 대학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침의 규칙적 운동은 피로를 감소시키고 에너지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김종성 울산대 교수도 아침 운동이 스트레스 해소와 업무 생산성을 향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콜센터를 위한 아침 체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럽지 않도록 5분 이내로 해서 전신 체조부터 텔레마케팅에 필요한 얼굴 근육 이완과 발성 훈련,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과 구호로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적 심리적으로 준비된 상태로 하루를 열었으면 했던 것이다.
P과장에게 취지와 구성 내용을 이야기하고 콜센터 상담원을 위한 우리만의 심신 체조를 만들어 보자 했다. P과장은 금세 취지를 이해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거 재미있겠는데요. 콤팩트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한다.
며칠이 지나 P과장이 의기양양하게 들어오며 장표를 보여준다. 몸, 얼굴, 목소리, 명상, 구호 등 <콜센터 Fresh 체조>의 완벽한 흐름과 탄탄한 구성을 보고 바로 콜센터에 적용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2 재미있는 영업을 꿈꾸며
콜센터가 열 곳이 넘다 보니 실적도 제각각이었고 운영 책임자인 매니저 성향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좌우되었다. 문득‘상담원들이 즐겁게 일하며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니저와 팀장 중심의 콜센터 운영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P과장, 매니저와 팀장이 콜센터를 사실상 이끌어 가고 실적과 상담원의 소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의 코칭 능력이나 대인관계 스킬 등 콜센터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교육을 해보면 어떨까?”
손발이 잘 맞았던 그는 바로 의도를 파악하고 씩 웃으며 잘 준비해 보겠다 한다.
“아휴 부장님. 제 전공 분야 아닙니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그리 오래지 않아 P과장은 코칭, 면담 스킬, 대인관계 향상 등 콜센터 운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형 교육 내용을 촘촘히 작성해 왔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다. ‘더 여유 있고 느긋하게 일정을 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교육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30명 가까운 매니저와 팀장들도 처음에는 제휴사가 주관하는 교육이라 반신반의하며 참여했지만 교육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결국 프로 강사 못지않은 P과장의 탁월한 강의 스킬과 교육생의 적극적 참여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교육 종료 후의 설문도 호평 일색이었다.
“교육 기회가 좀처럼 없었는데 고맙습니다. 이제 상담원 면담할 때도 배운 대로 해봐야겠어요.”
“하루하루 실적에 치여서 사는데 힐링이 되었어요. 다른 센터 사람들도 알게 되고…”
1천 명이 넘는 상담원을 대상으로, 연말에 시상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관을 빌려서 할 정도였는데 가급적 많은 이들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콜센터에서도 자발적으로 피켓 등을 제작하고 율동을 준비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교육, 슈퍼바이저 등 육성 담당자를 위한 별도 프로모션도 운영했다. 신입 정착과 통화 스킬 등 상담원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그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의 의욕을 고취할 수 있도록 급여 등 실질적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영업환경과 높은 업무강도, 이에 따른 잦은 이직 등 업계 특성상 장기적 관점의 운영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럴수록 콜센터 근무자들이 보다 활기차게 일하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근무환경과 지원체제 구축에 대해 더 고민하고 개선해 보면 어떨까?
종사자들의 밝은 표정과 미소가 궁극적으로, 고객도 만족하고 소위 ‘완전판매’를 가능하게 하고 텔레마케터의 소득을 올리는 모두가 즐거운 길이다.
업무위탁사, 콜센터 등 업계 종사자들도 한 차원 높은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업무환경 개선과 소득 향상으로 활기찬 영업 현장을 만들 때 보람 있고 일도 더 가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