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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Aug 06. 2022

현장에 답이 있었네!

보람과 애환 사이


 현장 = 실적


 볼거리 놀거리가 많아 스키장, 워터파크  레저 업체 위상이 예전만 못하지만, 기세 등등하던 시기였다. 고객에게 레저 이용 할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계약을 했다.


 부서장 회의에서 CEO가 갑자기 묻는다.

"워터파크 현장 방문은 한 거야?" 아무래도 비용이 크다 보니, 마음에 걸린 듯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긴장했다.


 "예, 다음 주 방문 예정입니다." 하니, 잘 챙겨보라 하신다. 맞는 말씀이라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1  현장은 언제나 옳다


 몇 년간 레저업체 제휴업무를 맡다 보니 여름철 물놀이 시즌과 겨울 스키철 전에는 항상 현장을 방문했다. 홍보물을 점검하고 부족한 점은 없는지, 타사 대비 위치는 적절한지 점검하고 개선했다.


 경쟁이 치열해 투입비용에 따라 광고판 위치와 크기도 다르다. 제휴처와 관계가 좋을 때는 적당히 위치를 변경해 주기도 하는 영업의 묘미도 있지만, 반대로,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너무 상대방에 우호적이라 답답할 때도  있었다.


 N리조트에서의 일이다. 상대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탓인지 주요 위치는 미리 선점을 해서 매출 차이가 크게 우려될 상황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리조트를 돌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후문 쪽에 아파트가 눈에 띄었다.

순간 아파트 벽면에 광고물을 부착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시선을 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관할 지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대형 플래카드를 설치할 수 있었다. 실무자에게만 맡기고 현장을 살피지 않았다면 하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다.


 현장 방문은 시장과 업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제휴처 네트워크를 다지는 강점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의 다양한 반응을 통해 매출에 대한 이해의 폭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홍보물의 위치, 내용 등도 타사, 타업종까지 알 수 있으니 디테일한 내용까지 고민하고 추후 개선할 수 있다.


 때로는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현장의 생생함을 눈여겨보는 것도 필요하다.



#2  강원도 눈의 


 어느 겨울날이었다. 그날도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여섯 군데  스키장을 하루에 돌겠다는 일념으로 5시 반에 출발했다. 미미한 적설량이라는 일기예보를 믿은  것이 문제였다. 점차 눈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 리조트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고속도로 입구로 진입하던 에 갑자기 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는 것이 아닌가? 말로만 듣던 블랙아이스 (Black Ice : 도로 위 결빙 현상)에 제대로 당한 것이었다.


 빙판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안 되는데도 놀래서 밟으니, 차가 속도가 더 붙어 빙글 돌았다. 비상시 찰나 지간에 많은 생각이 스친다는데, 어떤 느낌인지 알 거 같았다. 큰 사고로 연결되지 않기 만을 빌었다.


 크게 한 바퀴를 회전한 차가 간신히 벽 앞에서 멈췄다. 몇 초 뒤, 뒤따르던 차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지나쳐갔다. 정신을 차려 보니 다리 난간을 20센티미터 정도 남긴 부딪히기 일보 직전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사람도, 게다가 차도 안 다쳤으니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지만 국도는 더 험난했다. 미끄러져 중앙선을 몇 차례 침범했다. 천만다행으로 마주오는 차가 없었다. '그래도 오늘 방문을 마무리해야지' 하면서 몇 분 가다가 위협적인 빙판길에, 결국 차를 돌리고야 말았다.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복귀하다가 문득 십여 년 전 고생했던 일이 그제야 생각났다.





 아끼던 후배의 강원도 상가에 가던 길이었다. 사회 초년병으로 세상 물정을 모르던 시기로 한창 일에 재미를 붙이던 때였다.


 저녁 8시경이었다. 요즈음 같이 네비도 없고 도로 사정도 안 좋은데, 눈은 퍼붓고 빙판길은 갈수록 두터워져 중앙선도 안 보였다. 시종 미끄러지니 마치 공중을 떠가는 듯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가는 차도 거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기름마저 떨어져 가는데 아뿔싸 주유소도 문을 닫은 것이었다. 경험하지 못한 공포감이 엄습했다. 갈 수도 돌릴 수도 없는 아득한 상황...


 그 순간 뜻밖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경찰차였다.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받아 가까스로 주유를 하고 일정을 마무리지었지만, 강원도 아니 대자연의 위대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레저 업체와의 제휴 업무 경험은 레저 업종에 대한 이해 심화, 다양한 마케팅 방법 시도, 현장 홍보의 중요성, 고객 관점의 홍보물 운영, 홍보물 제작의 디테일 등 마케팅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과정 속에서 제휴처 분들과 좋은 인연이 되기도 했다.


 진정한 파트너십은 제휴 조건의 단순한 득실보다도 서로의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 리조트 할인 행사 이외에 이용 고객과 리조트 성격에 맞는 최적의 이벤트도 필요하다. 또한, 리조트 내외 요식, 골프 업체 등 3자 연계 마케팅도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와 매출로 다가올 것이다.


 

 강원도를 갈 때면 문득 그 시절의 시간들과 기억들이 가슴을 파고든다. G리조트에서 펼쳐진 청소년 대상의 이벤트 대회에서, 설원을 마음껏 만끽하던 미소 띤 얼굴들이 눈에 선하다.



이미지 출처 : 제목, #1 - 픽사베이 #2 - 속초시,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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