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궁리인 Nov 09. 2022

콜라보의 묘미

주말 반납의 결과

 

 불가피한 상황으로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기회가 감소하는 듯하다.


 업종과 영역을 넘나들며 많은 마케팅을 경험했는데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들이 있다. 십수 년 전 지방 지점에서 근무할 때였다.


 어느 날 본사에서 고객 참여형 마케팅을 해 보라는 가이드가 내려왔다. 평소 매출 일변도의 마케팅에 답답해하던 차에, ‘그래 이게 바로 살아있는 마케팅이지’ 하고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니 마침 딱이었다. 문득, 지자체와 연계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지자체도 지역을 알리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을 거라고 확신했다. 


 지역의 지자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진안군과 함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 체험 행사 제안을 해 보라고 직원에게 이야기하고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1  즐겁기만 했다


 며칠 후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들어온다.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취지이니 군에서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합니다.” 바로 다음 주에 실무회의를 잡고 같이 참석하기로 했다.


 40분은 족히 걸리는 험한 길을 달려 진안에 도착했다. 물리적 장벽이 지역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발전은 더디게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무회의를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했다. 아침에 출발해 마이산 탐방, 인삼타운 방문, 식사 후 고구마 캐기 체험 등 세부 일정과 동선을 논의하고, 군청 실무자가 안내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우리 군 특산물인 애저(哀猪) 탕은 드셔 봐야지요?” 처음 들어 보는 음식이었다.


 알고 보니 한 달 남짓 새끼 돼지가 주재료인 보양식으로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독특한 향토 음식이었다. 말을 듣고 보니 입맛이 싹 달아나서(?) 입이 짧다는 핑계로 거듭 양해를 구하고 다른 음식을 청했다.


 몇 주 후에는 행사 일정대로 사전 답사를 해 봤다. 소도시 특유의 정취와 실무자, 지역민 등의 열의가 다소의 부족함을 지웠다. 군수님도 바쁜 일정에도 함께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처음 가보는 마이산은 색다른 풍경과 신묘한 기운이 또 다른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투박하지만 정성이 넘쳐나는 신선함 그 자체인 마을식당의 산채 정식은 영업의 고달픔에 찌들어 있던 나를 달래주는 보약이나 다름없었다. 새로운 시도에 모두가 흥분과 기대감으로 덕담을 주고받는 흥겨운 자리였다.



#2  비 오는 날의 수채화?


 10월의 어느 토요일 40여 명의 고객 가족들과 함께 진안으로 출발했다. 자녀 동반 가족, 친구, 모녀, 부부 등 다양한 고객 가족들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준비한 김밥과 음료를 마주했다. 기대와 들뜬 마음이 표정에 묻어났다.


 마이산 탐방부터 일정이 시작되었다. 조금 흐린 날씨가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욱 진하게 했다. 등산길도 적당한 거리였다. 인간의 노력이라 믿어지지 않는 기묘한 탑들에 눈길이 절로 갔다.


  

 “이 지역에 살면서도 처음 왔는데 특이한 기운이 느껴지네.” 하면서 고객들도 연신 감탄의 눈초리를 보낸다.


 인삼 하면 금산이나 풍기, 강화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 진안 인삼 타운에서 많은 점포를 구경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인삼과 약초를 양손 가득히 구입한다. 분위기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가격을 물어보고 동참하고 말았다.


 점심 식사로 제공된 산채 비빔밥에 모두 흡족한 표정이었다. 떠들썩한 분위기와 맛있게 먹는 고객들을 보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고구마 수확 장소로 향하는데 부슬부슬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한다. 미리 준비한 우비를 고객들에게 건넸다.


 마을 농부의 고구마 캐기 안내와 시연이 끝나자마자, 환호성과 함께 모두들 하나라도 더 캐려고 호미를 잡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이 시범을 보이며 한 수 실력을 뽐낸다. 시간이 가며 튼실한 고구마들이 가족들 앞에 쌓여갔다.


 

 평소 경험 못한 일이라 그런지 경사지인데도 힘든 줄 모른다. 웃음과 아이들의 까르륵 대는 소리가 고구마밭을 들썩였다. 한 박스 두 박스씩 버스에 싣는 그 모습에 활력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일정이 끝나고 말았다. 군청 실무자들과 서로 감사 인사를 나누고 뿌듯함과 고마움을 느끼며 진안을 뒤로했다.


 전주에 도착해서 고객들에게 한 분 한 분 머리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구경 했어요”


 “최고입니다. 고맙습니다.” 고객들의 인사말과 미소 띤 얼굴을 보며 ‘이런 마케팅을 더 많이 하고 지속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자체로서는 지역을 알리고 매출도 올리고 고객들은 체험을 통해 만족하고 회사도 마케팅의 다양성과 콘텐츠를 확대하는, 마케팅의 재미와 의미를 다 잡는 모두가 만족하는 행사였다.


 본사로 올라가서도 진안에 홍삼 스파가 생겼다는 기사를 보고 먼저 접촉해 단독 할인행사를 수년 동안 하는 등 진안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갔다.




 

 우리나라의 시와 군의 숫자가 무려 228개나 된다고 한다. 관광지, 특산물, 박물관 등 특색 있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쳐난다. 아마 이곳을 모두 한 번씩 방문하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세수 증가와 일감 확대를 위해 지역 축제, 관광지 개발 등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다. 관광 업체에 방문 고객 인당 몇만 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자체도 많다. 이에 착안해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 지자체와의 관광 마케팅을 활성화하는 업체도 있다.


 업종과 영역을 불문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마케팅의 묘미인데, 지자체와의 콜라보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영역이라 본다.


 지금 바로 관심 가는 지자체, 업체 등 관련 사이트를 찾아보자. 많은 콘텐츠와 다양한 마케팅 거리가 널려있다.


 의외로 많은 기회가 숨어있는 만큼, 앞으로도 재미있고 풍성한 스토리가 있는 마케팅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미지 출처 : 제목, #1 - 전라북도 #2 - 진안군청, 전라북도, 픽사베이, 진안군청

매거진의 이전글 현장에 답이 있었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