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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Sep 14. 2022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데

독단이 싫었다


 정책이나 제도 변경은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게재된 언론 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홍보 부서에서는 기사 등을 스크랩해서 전 직원에게 공유한다.


 경영진이 저녁 뉴스에 내용을 접하고 출근하자마자 관련 내용을 따져 묻고 대책을 지시하기도 한다. 임원, 팀장들은 기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어떤 이들은 뉴스 앱으로 수시로 확인한다.


 부담이 지만 언론 기사의 좋은 점도 많다. 업계의 동향은 물론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으며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특정 사안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통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도 한다.


 이에 반해, 굳이 검토하거나 확인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내용을 잘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이 큰 틀에서는 맞는 일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등 시간과 힘의 낭비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1  왜 안 하고 있지요?


 정기적인 부서장 회의에서 여느 때처럼 이슈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지원부서장인 K팀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언제부터인지 K팀장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아마 경영진이 힘을 실어 준 모양이다. 갑자기 우리 팀 관련 이야기를 던졌다.


 

 “OO시장이 열린다고 하는데 대응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엊그제 관련 기관에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기사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OO영역은 아직 공급자 위주 시장으로 업체가 난립해 있고 혼탁해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당장 우리 회사가 진입하기는 어려워요.”라고 확실히 이야기했다. 너무 명확한 내용이었지만, 영업 경험이 전혀 없는 K팀장이니 그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주일 정도 지났는데 우리 팀을 관할하는 영업 담당 P임원이 보자 한다. 임원실로 들어가니, K팀장이 와 있었다.


 “지난번 부서장 회의에서 이야기한 OO시장은 좀 들여다보고 있나 해서요” K팀장의 거만한 표정과 다그치는 듯한 태도가 거슬렸다. 순간 ‘뭐 이런 경우가 있지?’ 했다.


 지난 회의 시에 시장 특성상, 바로 진입하기 어렵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황당하고 불쾌했다. 시장 특성을 모르면서도 고참 부장인 내가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했는지, 임원을 통해 밀어붙인 것이다.


 “그래, K팀장 이야기대로 OO시장은 타사보다 조기에 진입하도록 해보자고!” P임원의 한 마디에 더 힘이 빠졌다. ‘너무나 뻔한 내용인데, 힘 있는 K팀장 말이라고 손을 들어주나’ 싶었다. 상황을 정리해서 P임원에게 보고하자고 생각했다.


 연도별 매출, 시장 구조와 특성 등 시장 현황과 당사 매출 규모와 추이, 검토 의견 등을 요약해서 OO시장 현황 보고서를 작성했다.


 업체가 난립해 있고 판매자 위주 시장이라, 업체 대형화, 가격 표준화, 온라인 거래 확대 등 업계 성숙도에 따른 단계적 대응이 맞다는 의견이었다. 판단에 오류가 있을지 모르니, 영업 베테랑인 L지점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C부장 말이 맞아. 아직 문제가 많아서 우리가 영업하기는 힘든 시장이라 굳이 신경 안 써도 돼. 시간이 많이 필요해.” 하고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2  왜 그랬을까?


 다음 날 보고서를 들고 임원실을 두드렸다. 찬찬히 들여다보던 P임원이 한 소리 한다.


 

“그래 C부장은 시기상조라 이거지? 알았어.” 하며 내가 있는 자리에서 OO영업에 일가견이 있는 L지점장을 비롯해 지점장 2명과 약속을 잡았다.


 현장 의견 수렴을 자신의 강점으로 여기는 P임원의 접근 방식에,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니 차라리 잘 됐네'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물러났다.


 며칠 후 2명의 지점장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 본 P임원은 OO시장 공략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 이야기가 없었다.


 궁금해서 지점장들에게 전화해서 P임원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봤다. 이구동성으로 시장이 혼탁해서 공략이 어려운 영역이라고 충분히 했다고 한다.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쉽지 않다고 느낀 듯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P임원이 직접 현장 지점장도 만나는 등 할 만큼 했다는 것을 실세인 P팀장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수년이 흐른 지금도 다소 개선은 되었지만, OO시장은 비활성화 영역으로 여전히 변화가 없는 시장으로 남아있다.




 사안에 따라서 중요도와 시급성이 다르다. 내용에 따라서는 당연히 현장과 업체 방문도 필요하다. 또한 관련부서와 사내 전문가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반영도 중요하다.


 관건은 사안을 보는 안목과 식견이고 이에 따른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이다.


 직장에는 다양한 부서가 있다. 효율적 경영을 위해 업무도 세분화되어 있다. 직장에서도 힘 있는 부서가 있다. 타 부서의 업무를 점검하는 등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럴수록 해당 부서도 타 부서에 과도한 개입이나 안 해도 될 일을 하게 하는 불필요한 소모와 낭비가 없는지, 늘 경계하고 돌아보면 두루 좋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제목 #1 #2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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