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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Oct 12. 2022

제안 다시 보기

답은 늘 우리 가까이



 제안(提案)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업무 개선을 통해 직원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수단으로 역할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최근에는 그 힘이 약해진 듯하다.


 중견사원 시절 1년에 100건이 넘는 제안을 해 “전사 제안왕”을 수상한 적이 있었다.


 “여전히 메모는 많이 하세요? 선배 책상에 덕지덕지 포스트잇이 참 많았던 것이 지금도 생각나요” 하고 후배가 말하는 것을 보면 메모의 힘도 컸던 듯하다.  


 이 수상은 직장생활에 큰 자신감을 주었다. 후배들에게 시간을 줄이고 비효율을 제거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제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는데, 처음 지점장을 한 곳에서는 부서와 개인 모두 제안 1등을 수상해 그 기쁨이 더했었다.


 

 

 1등은 당시 객장에서 상담 업무를 하던 K차장이었다. 제안 필요성에 적극 공감을 하고 꾸준히 제안을 하더니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에도 열정과 업무 태도를 인정받았고 제안 1위도 거의 놓치지 않았다. 급기야 인사부서로 발탁되기에 이르렀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다.


 어느 날 K차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1  내 일처럼 벅찼다


 “부장님 잘 지내시지요. 오랜만에 전화드려요.”


 하이 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연스레 같이 근무하던 15년 전이 생각났다.


 “이번 연말 시상에 그룹 회장상 추천을 받았는 추천사를 부탁드려도 될까 해서요.”


 K차장의 열의와 태도를 잘 아는 지라 흔쾌히 오케이 했다. 


 고품격 고객응대 등 업무 전반의 독보적인 성과와  제안왕 수상, 동료에 대한 배려 등 업무 외적인 내용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쑥쑥 써 내려갔다.


 결국, K차장은 지원부서로는 최초로 그룹 회장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뜻밖수상에 울먹이던 K차장이 눈에 선하다.


 

 몇 년 후, K차장에 이어 제안 1등을 한 P과장에게 비결이 궁금해 물어보니,


 “같이 근무했던 K차장님을 보고 자극이 되었고 롤 모델로 삼았어요. 업무 하나하나를 다시 살펴보고 타 부서 업무도 관심을 기울이개선점보였어요.” 한다.  


조용한 성품인 P과장의 끈기와 열정이 더없이 훌륭하게 느껴졌다.



#2  직원의 힘을 믿자


 몇 년 전, 지점 관할 객장에 본사 직원이 같이 근무하고 있었다. 부서를 떠나 서로 돕고 배려하는 모습이 더없이 고마웠다. 객장을 방문할 때마다 식사도 하고 이런저런 직장 이야기를 했다. 본사 소속 L대리는 제안에 진심이었다.


 정기적인 테마 제안 이벤트 등 수상자 명단에는  이름이 보였고 나도 우리 부서 일처럼 축하를 해주었다. 때로는 식사 자리에서도 신이 나서,


 “이렇게 개선하면 더 좋지 않을까? 마케팅도 접목해서 상담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영업의 시름을 달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L대리의 열정과 자세가 표정과 태도로 나타나, 상담 현장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고 동료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지금 같은 실행력으로 L대리가 직장 생활을 멋있게 펼쳐 나가길 바란다.




 

 회사 제안 시스템에서 직원들의 제안 내용을 보는 경우가 있다. 평이한 내용이 많지만 눈에 띄는 깊이 있는 내용도 있다. 또, 이 제안은 시급한데 왜 아직 적용을 안 할까? 제안 채택이 안 되었나? 하고 의문이 들기도 한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말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 말을 실천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제안인데 갈수록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 


 형식적으로 운영하거나 이벤트 성격이 강하거나 비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많지 않은 포상을 축소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경영진부터 제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수십억을 들여 외부 컨설팅을 하고 얼마 못 가서 큰 변화 없이 흐지부지 끝나는 일도 적지 않은데, 내부의 사정과 업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임직원임을 명심하자.


 선진 혁신기법이나 컨설팅도 필요하지만 직원들의 제안이 함께 이루어질 때, 그 성과는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정책 제안, 업무 프로세스 변경 같은 파급효과가 큰 제안부터, 홈페이지의 상품 노출 순서를 바꾸는 소프트한 것까지 제안의 긍정적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업무를 단기간에 일정 수준으로 올리거나 특정 테마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수집할 때도 좋은 장치로서 기능한다. 회사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아이디어 도출이 가능한 것이다.




 다시 제안 제도를 들여다보자.


 문화, 프로세스, 시스템, 포상 등 제안 운영 전반을 신속히 개선하자.


 운영부서와 제안 업무 담당자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회사 업무에 두루 정통하고 시급성과 파급 효과를 판단할 줄 아는 식견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방대한 업무의 질과 양을 고려해 힘도 실어주어야 한다.


 우선, 제안은 고루한 것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또 소극적 운영에서 비롯된 직원들의 불신과 무관심도 조속히 없애 나가자. 제안 심사 프로세스와 피드백 등 운영도 개선해야 한다.


 포상도 질과 수익 기여도를 감안해 파격적으로  어떨까? 제안 중, 사내 벤처로 연결되어 미래의 크나 큰 수익원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업종의 환경과 회사의 상황에 따라서는 제안 제도 운영이 최선의 혁신 방법일 수도 있다. 직원들의 힘을 믿자. 마음껏 의견을 제안하도록 해, 업무의 질적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과 경쟁력 제고를 모색해야 한다.


 가령, 상품 신청 프로세스에 제안 내용을 반영만 해도 신청 시간 단축을 통한 실적 제고와 고객만족이 가능한 것이다.

 

 직원들 또한 일에 대한 의미와 재미를 찾게 되고 성장의 동력으로 연결된다.


 실적 등 평가항목 이외의 정성적 측면에서 임팩트 있는 개인 브랜드 관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툴임을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 보면 어떨까?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것처럼 혁신 또한 우리 주변에 있음을 잊지 말자.



이미지 출처 : 제목 #1 #2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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