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웁니다

애환편 04

by 궁리인


돌파구가 필요해


3월이었던가, 타 지점들은 130% 목표 달성해서 시상금을 얼마를 탔느니, 목표 달성으로 사은품을 추가로 지급받았느니 하는데, 1월, 2월 연 이은 실적 미달 지점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영업조직 독려, 증원 활동 등은 기본이고, 외부 경력자 영입 등도 적극 추진했으나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다, 규모가 큰 모교 고등학교 네트워크를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났다.


#1


동문 주소록을 활용하여, 당시 모교와 제휴되어 있던 상품 가입신청서와 회송봉투를 동봉한 편지를 발송하였다. 몇 회 졸업생인 누구라고, 인사드리고 제휴상품 이용 시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안내한 내용으로 직접 작성하여 200여 통 남짓 보냈다.


당시는 인정이 남아 있는(?) 시대상인지, 열몇 통의 가입 신청서가 동봉되어 와서 참으로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실적에는 턱없이 모자라서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2




고향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느 날 스치고 지나는 생각에, 갑자기 충동적으로 지점장실을 두드렸다.

“지점장님 저 고향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영업 좀 하고 올라오겠습니다.”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셨던 지점장님은 믿고 일임하고 계셨던 만큼, “그래 잘 다녀 오소”라는 말씀뿐, 흔쾌히 허락하셨다. 고향에 친한 친구들은 거의 없었고 아버지 인맥을 영업에 좀 활용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실적 앞에서 앞뒤 생각해 보지 않고, 무작정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다.



#3




소개 좀 시켜주실 수 있는지요?


“아버지! 저 실적 때문에 내려가는데 몇 군데 소개 좀 시켜주실 수 있는지요?” 잠시 후 아버지는 무슨 내용인지 듣더니 “그래 내려와라”라고 말씀하셨다. 평소 어렵기만 했던 아버지였는데, 나도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이었나 보다.


아버지가 앞장을 서서


“우리 아들인데 혹시 좀 도와줄 수 있으면 해서….”


현직에서도 은퇴한, 순하기만 한 양반이 헛기침과 함께 말을 하면, 아들놈은 상품 신청서와 함께 상품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신청을 권유하였다.


시청, 농협 등 서너 군데를 방문했다. 아버지와의 친분 때문인지 흔쾌히 가입해 준 분이 대다수였다. 당연히, 뜨악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가입하는 분도 있었다. 그중에 몇 명은 신청은 하였지만, 결국 취소하였고...


소개해 주신 덕분에, 지점 목표의 몇십 프로를 기여할 정도의 생각보다 높은 성과를 올렸다. 지점장님의 칭찬도 있어서, 내심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덕분에 간신히 목표 달성을 하였지만 역시 그달뿐...


영업은 단기 성과나 일회성 이벤트로는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결국 튼튼한 기본 인프라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후 외부 우수 경력자 증원 활동을 직접 하는 등 영업 전반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계기가 되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날 아버지를 앞세우고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게 한, 나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자식이 뭐라고 안된다는 말씀도 못하고 그리 하셨을꼬…


불효자는 다름 아닌 나였던 것이다.

그날을 떠올리면 송구스러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1 게티이미지뱅크 #2 #3 픽사 베이

매거진의 이전글그만 자리 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