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잘못했어요?

애환편 05

by 궁리인


"내가 뭘 잘못했어요?"



업종과 영업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업조직은 대부분 영업실적에 따라 소득을 올리는 영업 전문인력 (설계사, 플래너, 파트너, Agent 등)과 그들을 관리하는 실적과 증원 능력이 우수한 팀장으로 구성된다.


지점이나 본부에 소속되어, 정규사원이나 매니저 또는 소장, 그리고 지원 Staff과 지점장의 관리 및 지원을 받는 체제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당시 지점의 영업소는 한 곳이었고 정규사원인 대리 1명이 유일한 소장으로, 영업전문 인력을 관리하는 구조였다. 연초의 십여 명 남짓하던 영업조직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십 명 이상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1




회식 좀 하자고요!


어느 날, ‘인원도 좀 늘었으니 봄맞이 회식을 했으면 한다’는 영업소장의 건의로, 사기진작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어서 추진하라고 하였다. 영업사원이 대부분 참석해 신나는 시간을 가졌다.


분위기도 좋게 1차를 마무리했는데, 너무 달렸는지(?) 1차였는데도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나왔다. 계속 이어 가면 운영비의 대부분을 쓸 거 같았다. 소장에게 너무 늦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비용도 과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먼저 자리를 파했다.



#2




열두 시가 다 되어서였던가? 야심한 시간에 전화벨이 울렸다.


‘누구지? 이 시간에….‘ B소장의 전화였다.

그때까지 몇 차나 했는지, 만취한 상태로 “분위기 좀 띄우자는데 내가 뭘 잘못했냐” 고 따지는 내용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화도 나고 당혹스러우면서도, 내일 아침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이 확 달아났다.

‘이건 뭐지? 아무리 초창기 성장해 가는 회사라지만, 직장인으로서 기본이 안된 것 아닌가?’

‘내가 더 잘 설명하지 못해서 그런 건가?’

‘아니? 너무 밀어 부친 건가, 차근차근 설득해 가며 변화를 모색해야 했던 건 아닐까?’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맞이했다.



#3



소 귀에 경 읽기


다음 날 영업소에 가서 소장과 면담을 했다. 역시 예상한 대로였다. 3차까지 하고, 비용도 영업소 한 달 비용을 거의 다 사용한 듯하였다. 여전히 내가 뭘 잘못했냐는 얼굴이었다.


회식 운영에 대한 생각과 이벤트, 시상 등 효율적인 비용 사용의 중요성을 얘기해도 수긍하는 거 같지 않았다. 듣지 않는 이한테는 '소 귀에 경 읽기' 이므로 '앞으로는 효율적으로 하자'고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영업소를 나왔다.


각기 지점과 영업소의 운영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당시 그 지점은 소장이 알아서 비용을 운영하는 상황이었는데, 초임 부지점장이 적정하게 운영하라 하니 터치를 받는다고 생각한 듯했다. 수년 동안 이 지점에서 소장만 하던 그에게는 처음 겪는 일이라 앞뒤 안 가리고 내게 달려든 것이다.


당시는 영업환경이 좋아서 지금보다 몇 배나 많은 운영비가 지원되는 상황이었다. 그 운영비가 한 번의 술자리로 낭비(?)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영업조직인만큼 출근, 증원, 실적 이벤트와 연동된 소소한 경품 시상에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사무실 환경개선 등 운영비와 회식비 등으로 적절하게 구분하여 활용하는 게 맞는데, 답답하고 딱할 따름이었다.


좋지 않은 기억이었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의지와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공감대 형성과 분위기 구축 등, 단계적 접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특히 영업조직의 개선과 변화를 추구할 때는 첫 단계부터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철저하게 팀원들의 이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당시의 나는 그런 Detail 한 것 까지는 미흡했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몸으로 깨우쳐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영업조직의 회식 운영과 관련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재미(?) 있는 것이 평상시에는 잘 안 보이던 영업사원도 회식 때는 참여율이 높다는 점이다. 영업조직의 회식은 일반 직장인에 비해서 계층도 다양하고 팀 간, 개인 간의 알력도 존재하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영업조직의 특성상, 때로는 회식이 필요하다. 긍정적 장(場)이 될 수 있도록, 평소 못다 한 이야기를 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도록 하고, 영업 특유의 분위기 제고와 사기 진작이라는 영업조직의 힘을 강화하도록 운영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1 게티이미지뱅크 #2,3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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