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준다는 데요?

애환편 06

by 궁리인


"올 것이 왔다."



영업조직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영업소를 운영하는 일은 종합예술이나 다를 바 없다.


실적 관리는 기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 파악과 영업소 환경,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 운영, 증원 활동부터 사소한 사무적 운영까지, 섬세함 뿐 아니라 긴 안목도 필요하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으로 역동적이라 할 수 있다.


영업조직이니 만큼 영업력이 있고 발 빠른 이들은, 동종 업계나 때로는 타업종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전국 상위권 실적으로 50여 명의 팀원을 거느린 실장이 새로운 영업을 위해 외국인과의 결혼 중개 사업에 뛰어든 경우도 있을 정도로, 어쩌면 불안정한 조직일 수도 있겠다.


업종과 업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업무 시간의 20% 이상은 증원 활동에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에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이 소위 '집토끼'라고 일컬어지는, 현재 인력을 잘 지켜야 하는 일이다.


서울은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경쟁사도 많고 영업 가능한 타업종도 많아서 증원도 훨씬 어려운 편으로, 갈수록 영입 조건이나 신입 증원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서울 소재 지점에 발령을 받고 대표 영업소 조직을 보니 3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2개 팀은 실제 인원도 5, 6명으로 약했고, 사실상 특정 팀이 지점 실적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이 상황은 2, 3년 동안 계속되고 있었는데, 이 팀의 실적에 따라 영업소는 물론이고 지점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이런 상황은 즉시 개선이 필요해서 외부 경력자 영입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영입 조건이 안 맞거나, 영입 시 기존 팀과의 알력 등 영업소 운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 쉽사리 증원이 되지 않은 채, 상반기가 지나가 버렸다.


한 번은 영업소 실적의 70%를 차지하는 실장이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당시 고참 지점장이었던 나는 영업소장이 잘 해결해 내리라 봤고 평소 지점장과 영업소장, 각자의 역할이 있는 만큼 너무 나서면 소장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 생각했다.


시책 결정 등 제도적 부분에만 주로 관여하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영업소 사기진작 이벤트나 월례 회의 등에 참석하되, 주 1회 정도 방문하여 사은품 제공, 격려 등 정서적 터치에 주력하는, 평소 방식대로 했다.


#1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소장이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했다.

"K실장이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경쟁사에서 지원을 더 해준다고 이제는 옮길 때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 또 일이 터졌구나. 결국 여유 있을 때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어느 한 팀에 쏠리지 않는 조직을, 만들지 못해서다. 70% 실적이 빠지면 어떻게 하지?’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다음 날 영업소를 방문하니 항상 친근감을 표시하던 그녀가 평상시와는 다르게 눈길을 피하였다. 그리고는 내가 다른 영업사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슬쩍 영업소를 나서는 게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빨리 움직이는 게 낫겠다 생각하여, 어렵게 연락을 하여 자리를 마련하였다. 근처 커피숍에서 마주하였지만 표정으로 보아 쉽지 않겠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실장님과 함께 한지가 이제 6개월밖에 안 되었어요. 좀 더 시간을 주세요. 저희들이 가능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니 결정을 잠시 보류해 주세요."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지점장님한테는 죄송하지만, 그동안 열심히 해왔고 이제 움직일 때가 된 거 같아요. 마침 조건도 좋고요"


보통 때와는 다른 단호함에, 시간을 더 달라하고 자리를 파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만약 K실장이 이탈했을 경우, 전국 최하위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차근차근 따져 보았다. 우선 그 팀장의 성향과 팀원들, 가정사, 취미 등... 뭔가 방법이 없을까?

우선은 K실장의 생각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할 거 같았다.


퍼뜩 예전에 경찰이 학생운동 조직에 정보원을 침투시켰던 생각이 스쳐 지났다.


가장 친한 C팀원에게 이해를 구하며, K실장이 이탈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면서 현재 K실장의 생각과 근황을 수시로 알려달라 하였다.


“이런 이야기를 드려도 되는지 원... 조건이 좋은가 봐요. 이번에는 움직일 생각인 거 같아요.” 하고, 타사로 이동을 거의 결정지은 상태라고 하면서, 자신도 말리고 있다 한다. 계속 동정을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지점 차원의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민 중이니 그녀를 잘 설득해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당연히 C팀원에게 그에 따른 고마움도 잊지 않겠다 하였다.



#2


"아무래도 K실장이 이동하기로 한 거 같아요..."




1주일쯤 지나서 일요일에 C팀원에게 연락이 왔다.

"지점장님! 아무래도 K실장이 이동하기로 한 거 같아요."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 부랴부랴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미안해서 절대 안 보겠다는 K실장을 설득 끝에 마주했다. 고개만 숙인 채 이제 늦었다는 그녀에게, 성심을 다해 이야기했다.


그동안의 기여도에 대한 감사와 이제 단순 실적 기여도를 넘어서 관록과 실력 있는 영업인으로서 우리 회사의 인물로 계속 있어달라고 감성적으로 호소했다.

또 가장 중요한 실적과 연동한 물질적 지원 등 지원방안과 타사로 이동 시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 등, 지원 자체는 경쟁사보다 다소 미흡할 수 있지만 근무지를 옮기는 것은 큰 결정이니 소득, 환경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라 했다.


상반기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며, 목소리에 힘을 주고 조금은 장난스럽게

"실장님과 연말에 올해 이야기하면서 맥주 한잔 할 기회를 주세요" 하면서 진정성을 갖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였다.


두어 시간 가까이 이야기한 끝에, "지점장님 정성을 봐서도 좀 더 고민해 보겠다"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녀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퇴근해서 그래도 더 뭔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다.

갑자기 그녀의 고향이 떠올랐다. 긴장이 풀렸을 때 받아보고, 깜짝 선물에 즐거움과 함께 자연스레 좀 더 고민해 보도록 일부러 고향의 내음이 나는 선물을 보내보자 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녀의 고향 특산물인 산 낙지를 현지에서 공수하여, 회사 이름으로 마음이 전달될 수 있는 글귀를 기재한 카드를 같이 동봉하였다.

긴장의 시간이 지나고, 초조히 기다리던 중 며칠 지나 마침내 영업소장의 연락이 왔다.


‘죄송했다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였다 한다.


'드디어 됐다!' 순간 긴장이 확 풀렸다. 그녀를 향한 내 진심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고생했고, 당분간 더 정서적으로 챙겨달라" 고 일렀다.



물론 운이 좋았겠지만, 그래도 상황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감성적, 물적 노력을 강구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 신속히 실행에 옮긴 것이 이탈을 막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동안 영업현장에서 갈고닦은 경험에서 나온 본능 덕분이었으리라.


영업인력의 이탈은 불가피하지만, 평소 유대관계를 갖고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면 설령 이탈한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영업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영업관리자들에게 박수를!!!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제목 tvN 미생 #1 게티이미지뱅크 #2 SBS 스토브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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