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애환편 07

by 궁리인


쉬는데... 왜 그랬을까?



#1


어느 부서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영업조직은 실적에 따라 영업소나 지점 분위기가 좌우되고 직원들의 승진급 등과도 직결된다. 실적 달성 이야말로 최고의 지상과제라 할 수 있다.


시장 호황기로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영업 또한 폭발적으로 신장하였는데, 다들 목표 달성은 기본이고 전년 대비 신장률이 100%에 달해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지나친 시기였다. 너무 과열되어 동료들끼리도 영업을 훼방 놓는 사례도 있었고, 타 지점장이 영업 현장에 나타나 X배너를 발로 차는 등 자기 지역을 침범했다며 언성을 높이는 서글픈 일도 발생하였다.





다들 직원들을 동원하여 주말 영업도 불사하는 상황이었다. 하위권을 전전하는 우리 지점 입장에서는 더더욱 어쩔 수 없어서, 나도 직원들을 이끌고 주말 신도시 아파트 입주 지역에서 고객 유치 활동을 벌이곤 했다. 요즘이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는데, 그때는 해보자는 일념 하에 열심히 따라주었다. 정말 고맙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기만 한, 과도한 경쟁이 낳은 산물이었다.



#2



언젠가, 올림픽 펜싱 공원에서 모교 총동문회 행사를 한다기에 부진한 실적 타개를 위한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영업담당 임원에게 읍소하여, 냉장고를 경품으로 내걸고 상품 유치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행사장 입구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정치인 선배에게 상품 권유를 하니, 그 선배가 “난 벌써 가입했다네. 수고 많아요” 하고 낭랑한 목소리와 몸에 밴 세련미로 대응했던 기억이 난다.


수많은 동문 가족이 집결한 행사로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제휴상품 덕분인지, 그래도 적지 않은 실적을 올리기는 했다. 큰 규모의 행사인 만큼 연예인들도 다수 공연을 했는데, 정신없이 직원들과 영업을 하느라, 왔나 보다 하였다.


다른 직무 직원들까지 모두들 열심히 해 주었는데 영업실적이 부진해서 하는 행사인데도, 정작 가장 열심히 해야 하는 영업소장이 넋을 잃고 공연을 보고 있는 장면을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저 친구 참 너무하네, 역시 기본적으로 일에 대한 책임감이 없구나. 내 마음 같지 않네’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또 한 번은 국회 운동장에서 거행된 체육행사에 사은품을 넉넉히 준비해 주말에 행사장을 방문해서 영업한 적도 있었는데, 비용 대비 효과가 미진해 크게 실망하기도 하였다. 사은품과 투입인원은 많았으나, 효율적 인원 배치와 영업 스킬이 미흡한 탓에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였다.

행사장소와 행사 성격, 고객 동선, 타깃과 상황에 맞는 사은품 등 보다 철저하고 디테일한 준비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실적이 좋은 지점은 영업(전문) 사원만으로도 높은 달성률을 기록했지만, 우리 지점은 영업 사원 인원수가 부족하다 보니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그룹 연수원을 방문하여 신입사원 대상으로 직접 유치활동을 하기도 하는 등 상대적으로 다양한 고민과 노력을 하였다.


그러한 현장에서의 다양한 시도와 경험들은 이후, 본사에서 정책을 입안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시장의 흐름과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하였고, 직원들에게도 ‘현장 중시’를 강조하였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기획이나 평가항목 등은 과감히 없애고 철저히 현장과 시장 중심으로 바꿔 나갔던 것은 어려웠던 시절의 이런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쌓여 있어서 그런 듯하다.


본사 Staff이 시장 상황과 현장에 더 열린 자세로 다가가, 마음과 귀를 열고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수용하고 기획에 반영할 때, 그 회사의 미래는 더 밝을 것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중장기 관점의 업무방식과 체제가 구축될 때, 요즘 기업들의 화두인 ‘지속성장’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제목 픽사 베이 #1 #2 게티이미지뱅크

매거진의 이전글돈 더 준다는 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