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의 힘
#1 조급하기만 했다
영업소 통합이나 폐쇄는 시장 상황 등 대외적 환경에 기인하든, 영업실적 저조나 영업사원의 대거 이탈 등 내부적 요인이든, 지점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법이다. 위축되는 느낌이고 실적 만회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B시의 영업 사무실이 두 개였으나, 한 곳의 실적이 운영이 힘들 정도로 미흡하여 결국 2월 말에 통합을 결정했다.
'하필 부임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했지만, 십여 명 남짓으로 현실 극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어서 이 상황을 빨리 탈피하여, 원상회복해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내심 조급하기만 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영업소장으로 열정적인, (보람편 2 에서 언급한) L소장을 임명했다. 3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으로, 중하위 순위로 출발하게 되었다.
영업소 운영에 있어서 영업인력의 사무실 통합은 난이도가 있으므로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통합되어 새로운 사무실로 합류한 영업사원들의 소득감소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감성관리는 물론, 영업 분위기 활성화 차원의 프로모션도 당연했다.
또 기존 인력과의 원만한 융합을 위한 디테일한 이벤트와 기존 인력의 상대적 상실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섬세한 터치도 중요했다.
L소장과는 여러 모로 의기투합했다. 영업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 맞추기 힘들었다(?)는 직원들의 언급이 많았던 나였는데, L소장은 그런 요구들을 잘 이해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실행에 옮겼다.
수치화하기 어렵겠지만 경험으로 봤을 때, 영업 실적은 결국 영업 소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장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영업 소장이 의지를 갖고 실천해 나가면 실적은 향상되기 마련이다.
#2 시골 초가집 벽에 신문지로 도배한 것처럼…
실적 만회할 생각에 마음이 급했던, 나는 L소장에게 증원을 서두르자고 하면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우선은 증원이 급선무이니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보게나. 나도 별도 프로모션을 우선 지원하고 다른 방안을 더 찾아볼게.”
"L소장은 사무실 환경부터 증원이 일상이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봐! 옛날 시골 초가집 벽에 신문지로 도배한 것처럼 증원 문구를 사무실 여기저기 부착해 봐! 좀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화장실에도 하고, 재미있는 이벤트도 물론 같이 병행해야겠지"
"조회 시간에 표어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고, 제출하게 하면 어떨까? 1, 2, 3등은 커피 쿠폰 등을 주고, 제출한 사람은 시상품을 제공해서 분위기를 끌어내자고! 1, 2, 3등 표어는 잘 만들어서 사무실 곳곳에 부착해서 수상자들의 자긍심을 높이면 좋겠어!"
속사포처럼 평상시 생각하던 증원에 대한 이야기들을 꺼냈다.
평소 잘 접하지 못했을 내용을 정신없이 듣게 된, 영업소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음 맞는 영업소장이라 확신한 나로서는 하루가 급한지라 증원을 강조하는 융단폭격을 퍼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도 힘이 되어 주자! 아침 출근 시에 증원을 강조하는 <머리띠>를 머리에 두르고 참여를 독려하면 어떨까’는 생각이 스쳤다.
다음 방문 시에 깜짝 이벤트로 출근하는 영업사원들에게 일일이 증원 독려 기념품을 나눠 주며 증원 인사말을 하였다. 이어서 조회를 직접 주재하며, 증원의 중요성과 증원에 따른 시상 내용을 직접 발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잠시 여운을 둔 뒤, 머리띠를 호주머니에서 꺼내 머리에 두르고 증원 독려 강의를 하니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던 영업사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역시, L소장이었다. 평소 경험 못한 지점장의 처음 듣는 말에 적지 않게 놀라고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차근차근 멋있게 수행해냈다.
출근 시에도 증원에 대한 강조 구호와 함께 영업사원을 맞이했고, 영업사원 대상 1대 1 증원 면담은 기본이고 스스로도 외부 인력을 대상으로 꾸준한 증원 활동을 수행했다.
증원 분위기 조성과 프로모션, 소소한 이벤트, 외부 영업사원 영입을 일관성 있게 열정을 갖고 추진했다. 이런 실행에 힘입어 영업사원 수도 증가해, 다달이 질적&양적으로 실적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소장이 직접 나서서 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한 타사 영업 사원들을 영입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타사 경력자를 스카우트하는 것은 영입 조건이나 담당자의 노력은 물론 많은 시간과 정성을 요하는 일이다. 마음이 급했던 나는 과거 타 지점 근무 시에, 경력사원 증원에 성공했던 경험이 생각나서 영업 소장을 도와주고 싶었다.
"L소장! 내가 그 사람들, 같이 한 번 만나볼까?" 하니
"지점장님! 한두 번 더 만나면 될 거 같아요. 조금 더 기다려 주세요." 했다.
그의 말처럼 몇 주 후에 낭보가 날아들어 왔다.
"그쪽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일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은 통쾌함이 느껴졌다.
L소장은 수개월에 걸쳐 많은 만남으로 유대관계를 쌓아 가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 그들에게 같이 하면 되겠다는 믿음을 줬던 것이다. 이와 같은 신뢰감이 그들이 이동하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3 전국 1등 영업소를 만들 수 있었다
뭔가 느낌이 좋아서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1등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기를 결국 앞당길 수 있었다. 마침내 12월에, 영업 Staff들의 열정과 실행에 힘입은 폭발적인 증원과 열정적인 사무실 분위기 덕분으로, 전국 1등 영업소가 되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백수십 개나 되는 영업소에서 1등을 하다니 쾌거 그 자체였다. 연초에 통합되어 축소된 영업소가 연말에는 1등을 했기에 더 뜻깊었던 듯하다.
역시 가장 큰 성공요인은 해 내겠다는 열정적인 소장의 업무태도와 실행력일 것이다.
영업소의 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기존 영업사원의 인당 생산성 제고에 중점을 둘 것인지, 증원에 역점을 둘 것인지 전략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L소장은 취약한 영업소 인프라 강화에 전력을 다함으로써 단기간에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
대대적 증원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적절한 프로모션, 새로운 터전에서 순조롭게 정착이 가능하도록 디테일한 감성관리와 기존 인력과의 갈등 최소화 등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이런 훌륭한 성공체험은 나로서도 이후 영업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단순히 순위나 실적 보다도 더 소중한 선물은, 치열한 고민과 빠른 실행 과정 속에서 쌓인 업무스킬과 내공(?)이지 않을까?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제목 노컷뉴스 #1 픽사베이 #2 중앙일보 #3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