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이 따로 없네

달인편 04

by 궁리인


#1 궁금해서 전화했어요




어느 날, 다른 직원들 면면을 살펴보다 보니, 자기소개가 눈에 띄는 직원이 있었다. '진정한 마케터를 꿈꾼다' 고 되어 있었다. '어 이 친구 재미있네' 싶었다. 대부분 담당 지역이나 업무 소개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P대리의 이름이 선명히 뇌리에 각인되었다.


몇 년 후 본사 영업부서에 있을 때이다. 지점 직원 중에 영업의 귀재(?)가 있다 해서 누구인지 보니, 예전의 바로 그 P였다.


당시 급성장의 초입에 들어서 있던 K, N, B 등 유수의 아웃도어 업체와 콜라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것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때에 지점에서 독자적으로 영업하다니, 아웃도어 업체 영업 경험이 있던 나는 반갑고 고마워서 바로 전화를 해봤다.


"활약상 잘 알고 있어요. 진정한 마케터를 꿈꾼다고 자기소개에 쓰더니 대단하네요. 영업은 어떻게 한 거예요?" 하니,


"아휴 보셨어요? 쑥스럽네요. 예, 당사 고객에 대한 타깃 마케팅, 홍보 등 당사의 강점을 설명하여 공동 마케팅했을 때, 업체 매출에 도움이 되는 점을 과거 유사한 업종과의 마케팅 사례를 들어 제안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당연히 고객 혜택은 해당 업체에서 제공했겠네요?"


"예, 맞습니다. 업체 대리점에도 행사 홍보물을 비치하고, 업체 홈페이지에도 당사 상품 안내를 병행했고요."


몇 년 전에 아웃도어 업체의 원조격인 K스포츠를 찾아가서 마케팅 제안을 했고, 잘 이야기되어 업계 최초로 마케팅했던 것이 떠올랐다.


후배의 멋진 활약에 당시의 내 모습이 교차되어, 미소가 지어졌다. 아웃도어 업종 영업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칭찬해 주며 대화를 마무리하였다.



#2 부탁드려도 될까요?



또 몇 년이 흘렀다.


"부장님 저 P차장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누군가 했더니 그 영업 잘하는 P였다.

"예, 다름이 아니라 부탁 좀 드려도 될까 해서요?"

'어 뭐지?' 하면서 이야기해보라 했다.


"예 이번에 그룹 회장상 추천을 받았는데, 부장님한테 추천사를 부탁드려도 될까 해서요."

'아휴 다른 사람들한테 부탁하지, 왜 나한테 하는 거야?' 하고 두말하지 않고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그다지 친분이 있지도 않은 나에게 부탁하는 그 용기가 마음에 들었고, 그의 탁월한 성과를 그렇지 않아도 탄복하며 전해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사를 그야말로 단숨에(?) 써서 보내 주었다.



#3 새로운 길을 제시하다




회장상에 충분히 도전할 만했다. 제휴 영업을 주로 하던 그가 영업소 운영에서도 연말에는 전국 1위의 놀라운 실적을 보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P차장이 영업소 소장으로 직무를 바꿨다고 해서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그것도 그 어려운 서울 시장에서..., 그래도 영업 내공과 열정이 있으니 잘할 거야!' 하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봤다.


그 걱정은 곧 기우로 드러났다. 증원, 계약건수 등 영업소 실적이 전년도보다 4배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상상 이상이어서 본사 담당자에 과정을 들어보니 역시나 싶었다.


소장 경험이 전혀 없는 P차장이 첫 스타트를 잘 끊었던 것은, 영업사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는 먼저 '우리 영업소는 안된다'는 패배의식을 깨기 위해 부임 초부터 환경 개선에 힘썼고, 이어서 조회 등 기본 활동 강화로 분위기를 다잡았다 한다. 마치 준비된 영업소장처럼...


여기에 가장 큰 성공요인은 본인의 강점인 영업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영업에 접목한 점이다. 거의 대부분의 실적이 영업사원의 영업력에 의존하기 마련인데, P차장은 새로운 영업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중소형 유통점과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직접 영업하여 영업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영업 소스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그야말로 단비가 되었던 것이다.


영업소장이 앞장서서 앞길을 개척하니 영업사원들의 사기와 실적은 나날이 향상되었다. 소문을 듣고 타사에서도 같이 일해 보고 싶다고 합류하는 등, 선순환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룹 회장상 발표날 P차장의 대상 수상을 고대했지만 2등에 그쳐서 아쉬움을 넘어서서 분노가 치밀었다. 양적 성과는 말할 것도 없고, 영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질적 가치에서 비교가 안되었는데...


P차장은 이듬해 본사 영업부서로 자리를 옮겨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상사의 거듭된 주문에도 미처 다른 이들이 하지 못한 일을, 그는 중소기업 제조사 20여 개 업체의 제품 소싱 등 대고객 마케팅을 훌륭히 수행해 냈던 것이다.


상황을 정확히 진단, 분석하여 해결방안을 찾고 상대가 수긍할 최적의 제안으로 회사와 제휴사, 고객 모두가 Win-Win 하는 영업, 이것이 진정 보람 있는 영업이지 않을까?


가는 곳마다 탁월한 실적으로, 작년에 또 승진한 그의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된다.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제목 SBS, #1 #2 픽사베이, #3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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