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가리 작전 성공

스카우트편 01

by 궁리인


내가 나서야겠다



8번에 걸친 지점 생활을 돌이켜 보면, 고객 유치 영업분야에서는 부임 초기보다 한 군데 빼놓고 모두 향상된 실적으로 마무리했다.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역시 증원에 힘썼던 것이 가장 힘이 되었다.


참 이상하게도 영업조직이 붕괴된 곳으로 부임하거나, 부임 초기에 영업사원이 대거 이탈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더 파고들었고, 고민했고,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이때의 노력과 실행력이 증원에 대한 나름의 방향성 정립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점에 처음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실적과 영업사원수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었다. 수적인 열세도 있었지만, 질적으로도 미흡해 하루 영업하면 2, 3일은 나오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고, 대들거나, 영업태도도 엉망이어서 일반적인 영업조직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식이나 경험이 모두 일천하니 우선은 직원들을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상황이 쉽사리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몇 달을 고생한 끝에, 내가 직접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분이 있는 부지점장에게 전화를 해서 지점 인근의 타사 영업팀장을 소개받았다.

생전 처음 해 보는 경력자 스카우트를 직접 시도해 보게 됐다. 자신이 없었으나, 어찌하랴. 부딪혀 보는 수밖에



#1 스카우트 일선으로 돌격




첫 전화를 L팀장이라는 이에게 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그리 쌀쌀맞지는 않았다.


“누구시지요? 아, 글쎄요. 스카우트 때문에 전화하셨군요. 별 생각이 없네요.” 한다.


또 다른 K팀장도 비슷한 반응이다. 예상했던 일이라 그리 상심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이상하게 투지가 생기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첫 술에 배 부르겠어? 하는데 까지 열심히 해보자’ 하면서, 그래도 믿는 구석은 여기밖에 없으니 시간이 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각기 10명 이상의 영업사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쟁사 영업소의 핵심 팀장으로, 스카우트만 한다면 일시에 지점 실적이 배 이상 향상될 수 있기에 희망을 걸어야 할 상황이었다.


우선 2, 3주에 한 번 꼴로 전화해서 조금이나마 친숙해지자는 생각을 했다. 일부러 전화도, 비 오는 오후 등 날씨가 안 좋아서 좀 심리적으로 가라앉는 날이나, 실적 마감 이후 등 여유 있을 때 했다. 세 번, 네 번 통화가 거듭될수록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조금씩 호의적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한 번 차라도 할 기회만 주세요. 이것도 인연인데 제가 영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니,


“그럼, 차 한 잔만이에요. 우리는 움직일 사람들이 아니에요.”


“예예, 잘 압니다. 편하게 나오세요.” 했다.



#2 두근두근 영업인생




긴장하고 나가니, 보통이 아니어 보이는 L과 깐깐한 느낌의 K가 나왔다. 이런저런 업계 동향과 영업과 신상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동시에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조건을 넌지시 제시했다.

두 팀장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 그 정도 조건이군요”라고 하면서, 몸을 달게 만들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일어섰다. 조바심에 참다 참다 며칠 있다 L팀장에게 연락을 했다.


“팀장님 좀 상의는 해 보셨어요? 그것 말고도 사은품 지원 등도 가능하니 이 참에 같이 일해 봐요.”


“아이고 부지점장님! K팀장이 고집이 세서요. 저는 움직여도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K팀장이 그냥 있자 하네요.”


기운이 쭉 빠졌다.


"아휴, 팀장님이 좀 거들어 주세요. 여기서 즐겁게 한 번 같이 해봐요. 저도 최선을 다할게요.”


전화를 끊고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의외로 잠자코 듣고만 있던 K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아니면 L의 핑계인지 모르지만, 의도적이라도 성의를 다 해 보자고 생각했다. K에 대해서 알아보니 지점 관내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남편이 공무원으로 여섯 살 아들이 하나 있다 했다.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K팀장 아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을 사서 집을 찾아가서 부탁해 보자는.



#3 용가리 대작전




당시 <용가리>라는 제법 비싼 장난감이 또래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는데 그걸 사 들고, 일부러 집에는 있을 법하되,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닌 8시 반 경에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다. 십여 초 지났는데도 금방 안 나와서 잘못 찾았나 하는데, 누가 머리를 산발한 채 나와서 멈칫했다. 아마도 머리를 감다가 나온 모양이었다.


자세히 보니 K가 맞았다. K는 K대로 예상하지 않은 사람이 찾아와서 그런지 당황하고 놀란 것 같았다.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어, 재빨리


“잘 부탁한다!”라고만 얘기하고, ‘용가리’ 장난감을 들여놓고 얼른 문을 닫았다.

초조했지만 마음도 충분히 전했고, 이제 희망을 갖고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아 그나저나 우리 아들도 못 사준 용가리였는데’ 하는 생각이 집에 다다르니 문득 떠올랐다.


1주일 정도 있다 마침내 L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럼 부지점장님 성의를 봐서도 움직여 보겠다” 는 답이었다.


‘아! 이제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영업 생초짜가 6개월 정도 공 들였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4 환골탈태 괄목상대



2명의 팀장이 각자 6명의 팀원들과 함께 다음 달부터 함께 했는데, 역시 다들 영업력이 남달랐고, 따라서 실적은 비약적으로 신장했다.


나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겨주었고, 두 팀장 또한 전부터 근무했던 것처럼 열심히 해 주니 실적을 뛰어넘어 일하는 분위기 자체가 비로소 영업소 다운 영업소로 바뀌는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종전의 문제가 있던 영업인력도, 제풀에 지쳤는지 자연스럽게 그만두는 긍정적 효과까지 생겨 영업소 운영에도 더 탄력이 붙었다.


몇 달이 지나 또 낭보가 전해졌다. 2명의 팀장이 잘 적응해서 그런지, 다른 팀장 두 명 또한 15명 정도의 인원을 이끌고 넘어왔다. 상반기 내내 십여 명 남짓의 몇 명 안 되는 영업사원으로 최하위권을 맴돌았는데, 일시에 상위권 실적을 거두게 되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양적, 질적으로 취약하고 문제가 많았던 영업소의 영업구조가 환골탈태하게 된 점이었다.


이 두 명의 팀장과는 이후에 또 다른 곳에서도 만나게 되었고 비록 이전의 실적이나 실력은 아니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였는지 굳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잘 따라주었다. 그날 불현듯 생각난 용가리가 파워를 발휘해서 나에게 행운을 주지 않았을까?


이 스카우트 성공은 이후의 영업에 있어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스스로의 성장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정해서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진정성있게 실천한다면 좋은 성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목이 마르면 우물은 내가 파야 하니 말이다.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제목 - 넷플릭스 #1 #2 #4 - 픽사베이 #3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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