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이 아닌 투자로
오래전에 영업소 사무실을 구하러 충정로에서 동교동까지, 하나하나 건물을 살펴가며 임대 표시가 붙은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빈 건물이 넘쳐 나지만 당시에는 그리 많지 않은 대상 중에서, 원하는 곳을 찾으려고 꽤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임대하는 쪽에서는 안정적인 기업에서 운영하면 누구나 선호한다.
구하려고 마음먹으면 어렵지 않으나 위치, 교통편, 건물 상태, 임대인 특성, 임차인 구성, 비용 등 조건을 종합적으로 따져 살펴봐야 했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으므로 3, 4개 물건 중 점수가 높은 곳 중심으로 총무 부서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의사 결정에서 업종과 영역 불문하고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지는 추세인 듯하다.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지나치게 비용을 줄이려는 세태 때문이지 않을까? 나라의 위상에 걸맞게 경영진의 의사결정 수준도 변화했으면 한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더라도 종합적으로 볼 때, 중장기적으로 플러스라면 투자로 생각하는 전향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1 쓴 잔의 추억들
돌이켜 생각하면 영업소 환경이 좋지 않아 쓰라린 고배를 들었던 기억이 꽤 있었다. 문제가 있다고 항상 영업소를 이전할 수도 없는 일이니, 처음 사무실을 구할 때부터 심사숙고가 필요한데 여전히 아쉬운 경우가 많다.
사례 1
영업 활황기로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거두는 시기였다. 영업소 중 한 곳은 대학교 옆 새 건물로 사무실도 쾌적하고 평수도 넓었는데, 의외로 영업사원 증원이 안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철역에서 너무 멀고 버스편도 많지 않은 점이 감점 요인이었다.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영업 시의 교통편이 가장 중요하다. 이면도로라도 전철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좋다.
사례 2
수도권에서 근무할 때, 회사 사정이 어려운 적이 있었다. 부랴부랴 비용에 맞춰 사무실을 찾다 보니, 지하에 유흥업소가 있는 곳으로 한 적도 있었다.
우려대로 영업이 잘 되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영업사원들 몇몇은 수시로 그곳을 가곤 했다고 들으니 힘이 빠졌다. ‘그래서 영업 관련 업체들이 이 주변에는 없었구나’ 했지만 이미 늦었다.
사례 3
지점 외곽에 사무실을 추가로 구한 적이 있었다. 도심 변두리였지만 전철역이 가까워서 희망에 부풀었다. 시간이 가도 인원이 늘지 않아 고전하던 차에, 영업사원이 더 줄었길래 그 이유를 물어보니,
“같은 층에 다단계 사무실이 들어왔는데 꼬임에 넘어갔습니다.” 한다.
예상 못한 답변에 말이 안 나왔다. 오가며 그쪽 사람들을 접하다 보니 유혹에 넘어갔던 것이다.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잘 안되어 고민하던 중 본사로 이동하게 되었다. 나중에 궁금해서 물어보니, 지역적 한계도 있고 결국 1년도 못 가서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한다. 적정 인원 구성이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건물에 영업 직군이 있으면 주의해야 한다고 새삼 깨달았다.
사례 4
지방 영업소였는데 시내 중심지임에도 불구하고 규모 대비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비용이 적었다. 아니나 다를까 냉난방에 문제가 있다거나 청소 등 관리가 부실해 영업소 운영에 차질이 지속되었다.
이렇듯 조금 늦더라도 위치나 교통편은 물론 건물 관리, 임차인의 구성 등 영업소 환경의 중요성을 잊지 말고 이전이나 개설 시 신중을 기해 선정하자. 계약기간도 너무 짧지 않도록 해, 영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자.
식음료 등 유명 프랜차이즈나 편의점 업체들이 별도 부서를 두어 입지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2 소프트웨어 장착
좋은 곳에 사무실을 구하면 하드웨어는 일단 구축된 것이고, 이제 소프트웨어 탑재가 필요하다.
초임 지점장 시절에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영업소장도 교체하고 사무실 명칭도 지역 이름이 아닌 ‘혁신 사무실’, ‘열정 사무실’로 명명해 운영했다.
내친김에 지점 구호도 “혁신아 친구 하자! 열정아 같이 놀자!”라고 정해 분위기를 다잡았다.
또 당시에는 두 개에 150만 원으로 고가였던, 전자 게시판을 영업소 사무실 문에 부착해 영업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게시판 운영은 제법 효과적이었다.
프로모션 실적 게시, 명언과 힘이 되는 좋은 글귀, 특정 영업사원 칭찬 글 등 생소한 전자 게시판 운영이었지만, 영업사원들의 이름이 계속 노출되니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신규로 임명한 영업소장은 소장 경험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타고난 성실과 열의로 잘 안착해 결국 나중에 타사로 스카우트되기에 이르렀다. 열의와 노력이 영업사원들에 까지 잘 전달되어서인지, 연말에 1등으로 마무리해 직원들의 헹가래를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영업사원의 삶터이자 영업의 출발점인 영업소 운영,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까지 섬세하게 준비하고 정교하게 실행하자. 즐거운 영업, 활기찬 영업이 눈앞에 있다.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제목 - 연합뉴스 #1 - 네이버 포스트,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