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필 Zho YP Feb 01. 2023

조선비즈 창의력 설문

조선비즈 2006년 12월호 2006.11.29.


국내 32개 대기업 아이디어맨 및 일반사원 창의력 특성 설문 & 면접조사



[설문조사] “아이디어맨들은 보장된 길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열정가들이다”

 

‘창의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32개 대기업 우수제안상 수상자 70명, 일반사원 147명 등 217명 대상

‘창의적 특성 평가 설문’은 이순묵 성균관대 교수팀이 개발


이번에 설문조사한 ‘창의적 특성 평가 설문’은 BK21문화역량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성균관대 인재개발학과 이순묵 교수가 고안한 것...

이 교수는 90년대말 MBC의 <성공시대>에 출연한 127명 중 ‘비즈니스적으로 창의력이 높다(창조 경영)’고 판단된 43명을 꼽아 2000년대 초 설문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지능 및 창의성을 연구하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43명의 성공 기업인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통적인 단어를 형용사까지 찾아내 전문적인 관점에서 창의적인 특성을 알 수 있는 109개의 질문을 추출해냈다. 이 같은 시도는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이를 기업인들에게 조사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이코노미플러스>는 이를 토대로 매출액 상위 60대기업 중 32개 기업에 11월6~15일까지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조사 기업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공사, LG전자, SK(주), 포스코, 국민은행, GS칼텍스, 기아자동차, KT, 교보생명, 대한생명, 한국가스공사, 현대중공업, SK텔레콤, 현대오일뱅크, 삼성화재보험, 대한항공, 현대모비스, 지엠대우, LG화학, 신세계, LG상사, KTF, 한진해운, 하이닉스반도체,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제철, 현대상선, 대림산업, SK네트웍스 등이다.  

설문조사는 우수제안 수상자 등 창의력이 높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는 70명과 일반 사원 147명 등 217명에게 실시됐다. (표-설문자 현황)


30문항의 4개 카테고리로 평가

아이디어, 전문가 정신, 문제해결, 개성 등

조사자료에 대한 분석은 성균관대 인재개발학과 이순묵 교수팀이 담당했다. 이 교수팀은 먼저 설문 분석 문항들간의 상관관계를 뽑았다. 비슷한 성향의 대답이 나온 것들을 묶은 것이다. 이를 토대로 109개 설문항목 중 56개 항목을 통해 6개의 카테고리군을 만들었다. 풍부한 지식과 새로운 아이디어, 개성, 문제해결 지향, 전문가 정신, 리더십, 성실성 등이 그것이다.(표 참조)


하지만 이중 리더십과 성실성의 특징을 드러내는 두 카테고리는 버렸다. 이 교수는 “대부분 상위 기업들이고 기업들에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며 “또 성실성 부문은 한국의 정서상 모든 직장에서 요구하는 것들일 뿐 아니라 창의성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추려진 4개의 창의력 특성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먼저 ‘풍부한 지식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항목은 ‘지식기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창조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식기반 창조력과 비지식기반 창조력이다. 비지식기반의 대표적인 것이 연예인, 예술가들이다. 즉 엔터테인먼트 부문이다.


이 교수는 “젊은 스타들은 갑자기 나오는데, 10~20년 종사한 사람들보다 팡팡 튀는 아이디어와 재주를 가진 젊은 재사들이 잘 활동하는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비지식기반 분야”이며 “이를테면 물리학에 대해 어떤 지식도 없다면 어떤 새로운 이론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처럼 지식기반은 학문적 영역으로 교수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는 지식기반과 비지식기반의 중간 단계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비즈니스에선 지식도 중요하고 개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비즈니스의 창조력은 지식기반 하에서 나오는 것이란 얘기다.


두 번째로 ‘개성’이란 사람들이 볼 때 창의성하면 가장 크게 떠올려지는 부문이다.


세 번째로 ‘문제해결 지향’은 자신의 업무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나오게 된다.


네 번째로 ‘전문가 정신’이란 자기 일을 잘 알고 항상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 즉 프로페셔널을 말한다. 이들은 일에 몰입할 줄 알고, 전문 분야의 책이나 정보도 계속 읽으며 일을 즐기는 사람들... 이다.


창의력 우수자와 일반 사원의 상관관계 0.37

개성 부문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나타내


30문항으로 이뤄진 4개 카테고리를 통해 창의력 점수를 산출한 결과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들과 일반 사원들 간 상관관계는 0.37로 나타났다. 상관관계는 통상 ‘-1~1’로 나타내는데 인문과학에서 0.5정도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0.3이면 중간정도, 0.1이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설문결과 창의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간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창의력 우수자와 일반 사원들의 4개 카테고리군의 평균점수 차이는 9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문적으로 분석된 창의력이 있는 사람들과 일반 사람들의 차이와 거의 같은 수치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낸 부문은 ‘개성’ 부문으로 창의력 우수자(평균값 68점)와 일반사원(56점)의 차이는 12점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기업에서 창조적인 사람을 양성하려면 직원들의 개성을 한껏 살려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개성과 관련된 설문 문항은 5가지 중 창의력 우수자들에서 ‘보장된 길을 버리고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편이다’는 문항에서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왔다. 이는 창의력 우수자들은 자신의 개성을 제한받는 곳에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뜻한다.


두 번째로 큰 차이를 낸 부문은 전문가 정신으로 10점의 차이를 나타냈다. 이 부문의 5가지 문항 중 창의력 우수자들은 ‘어렵더라도 해보고 싶은 일을 반드시 시도해보는 편이다’는 문항에 우선순위를 뒀다. 특히 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성향을 보이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창의력 우수자들은 지식기반과 관련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분야가 있다’는 문항에, 문제해결 지향과 관련해선 ‘실패한 후 금방 다시 도전하곤 한다’는 문항에서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업종별로는 전자통신업의 창조성이 가장 높았고, 서비스업, 중공업, 석유화학 순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석유화학 쪽은 지식기반 수준이 거의 정점에 와 있어 창조성이 덜 나타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문자 현황]


창의력이 높은 집단 70명,

일반사원 147명 총217명

나이 평균 33세,

입사후 평균 근무기간 8년


- 남녀비울

남 158명 : 72.8%

여 59명  : 27.2%


- 업종

건설중공업자동차 72명 : 33.2%

전자 통신 58명 : 26.7%

서비스업 51명 : 23.5%

석유 가스 화학 전력 37명 : 16.6%


- 지위

신참팀원 95명 : 43.8%

고참팀원 77명 : 35.5%

팀장 및 부장 39명 : 18%

임원 4명 : 1.8%

고위경영자 2명 : 0.9%


[창조력의 카테고리별 비중]

개성 - 29%

전문자 정신 - 26%

풍부한 지식과 새로운 아이디어 - 24%

문제해결지향 - 21%


[창의력 우수자와 일반인의 4개 카테고리별 점수]


<풍부한 지식과 아이디어>

우수자 : 75

일반인 : 66


<개성>

우수자 : 68

일반인 : 56


<문제해결 지향>

우수자 : 78

일반인 : 70


<전문가 정신>

우수자 : 77

일반인 : 67


<전체 평균>

우수자 : 75

일반인 : 66


[체크해보세요] 창조력 지수


아래는 설문조사 결과로 뽑아낸 ‘창조성(창조력)’ 항목들입니다. 각 설문을 읽고 자신에 맞게 1~4점까지 점수를 주시면 됩니다. 설문이 끝나면 점수를 더해 보십시오. 120점 만점입니다.

합산이 끝나면 아래의 해설에 따라 평가하시면 됩니다.


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1 )

     1=매우 아니다.

     2=조금 그렇다

     3=많이 그렇다

     4=매우 그렇다


 풍부한 지식과 아이디어

1. 세심한 관찰력을 지니고 있다.  

2.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분야가 있다.  

3. 물건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내 취향에 맞게 바꾸어서 사용한다.  

4. 한 번 보고들은 것은 그대로 모방해 본다.  

5. 상식이 풍부하다.  

6.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7. 자연 및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8.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내놓는 편이다.  


 개성

9. 주변사람들에게 싫고 좋음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10. 관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싫어한다.  

11.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12. 보장된 길을 버리고서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편이다.  

13. 매사에 독특한 해결 방식을 추구하는 편이다.  


 문제해결 지향

14. 실패한 후 금방 다시 도전하곤 한다.  

15.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16. 일단 계획하면 빨리 행동으로 옮긴다.  

17. 몰입할 때와 그만 둘 때를 안다.  

18. 가치관이 뚜렷하다.  

19. 최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20.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직접 확인해 보는 편이다.  

21. 문제의 핵심을 잘 파악하는 편이다.  

22. 하고 싶은 일은 하고야 만다.  


 전문가 정신

23. 어렵더라도 해보고 싶은 일은 반드시 시도해보는 편이다.  

24. 인생의 목표가 뚜렷하게 서 있다.  

25. 다른 사람에 비해 포부가 큰 편이다.  

26.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27.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한다.  

28. 항상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  

29. 자신의 전문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30.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  


[해설]  창조력 지수

90점 이상... 매우 우수

90점 미만 80점 이상... 우수

80점 미만 70점 이상... 보통

80점 미만 60점 이상... 분발


주) 우수 제안자들의 평균은 90점, 일반인들의 평균은 79점이었습니다.


 1~8번까지는 ‘풍부한 지식과 아이디어’에 관련된

     문항입니다.

 9~13번까지는 ‘개성’과 관련된 문항입니다.

 14~23번까지는 ‘문제해결 지향’과 관련된 문항입니다.

 24~30번까지는 ‘전문가 정신’과 관련된 문항입니다.

 각 항목당 평균을 내 다른 항목의 평균에 비해 낮은 부분을

    더욱 키우시면 당신도 ‘창조인’이 될 수 있습니다.



::: 면접조사 :::


“문제는 곧바로 해결해야 직성 풀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은 보통 사람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분명 다르다. 창의력이 남다른 것으로 소문난 최진성 현대자동차 과장과 노해강 SK텔레콤 매니저를 면접조사의 전문가인 성균관대 인재개발학과 최인수 교수와 함께 만나 봤다.


최진성 현대자동차 혜화지점 과장


올해 39세인 최 과장은 ‘영맨(영업사원)’으로 한 달에 평균 20~30대의 자동차를 판매한다. 그는 다양한 영업 아이디어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 연속 판매왕을 차지했다.



창조력의 비밀 1-풍부한 지식과 아이디어

“사람을 많이 만나야죠”


최 과장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요즘엔 덜하지만 영업을 시작할 무렵엔 새벽시장에서 무작정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처음엔 단지 ‘차를 살 사람들이 많아서’였지만 자꾸 찾다 보니 상인들이 어떻게 물건을 사고파는지, 어떻게 첫 거래를 트는 지 등 ‘장사의 기술’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도 영업에 대한 ‘열정’이 떨어지면 시장을 찾는다. 처음의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다시 한 번 시장 상인들의 방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그의 전공은 원래 신학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 현대자동차에 들어왔다. 하지만 신학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그가 하는 비즈니스에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대학 때 배운 설교는 고객과 대화할 때 유용하고, 성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데 좋다.


그는 자동차에 관한한 기술과 금융 부문의 전문가다. 자동차를 팔기 위해선 고객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이 자신을 믿는다. 그는 자동차의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자동차와 관련된 보험이나 할부금융, 리스 쪽에도 해박하다. 요즘 들어 그는 ‘할부를 할 것인지, 일시불을 할 것인지’ 아니면 ‘리스를 할 것인지, 일반 할부를 할 것인지’가 고객을 만나는 순간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창조력의비밀 2 - 개성

“연미복입고 오토바이 타며 영업합니다.”


그의 명함엔 최진성이 아닌 ‘최진실’이란 이름이 쓰여 있다. 그 위엔 ‘영업 대통령’이라고 크게 적혀 있다. 그는 항상 일반적인 넥타이가 아닌 나비넥타이를 하고 다닌다. 때로는 양복대신 연미복을 입고 회사에 나오고, 어떤 때는 교복도 입는다. 윗도리 등엔 ‘최진실’이라고 크게 박혀 있고 휴대폰 번호도 적혀 있다. 휴일 조기축구회에서 축구를 할 때면 파마머리 가발을 쓰고 운동장을 누비기도 한다.


물론 그의 이런 ‘튀는’ 개성을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도 있다. 길거리에서 만난 친구가 모르는 척 돌아선 적도 있다. 하지만 영업은 ‘튀어’야 된다. 서울 시내엔 수많은 자동차 영업사원들이 분주히 뛰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 바로 서울이다. 그의 개성을 일에 대한 열정으로 알아주는 사람도 많다. 고객에게 강하고 자신감 있는 인상을 줘야 기억에 남는다. 때문에 그는 앞으로도 ‘튀는’ 아이디어로 자동차 영업을 계속해 나가려 한다.



창조력의비밀 3 - 문제해결 지향

“고객의 불만은 그대로 두면 안 됩니다. 바로 해결해야 뒤끝이 없습니다.”


그의 일처리는 빠르다. 심사숙고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감을 믿고 직관적으로 결정한다. 일단 결정한 사안이 있으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물론 안 좋은 결과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미 끝난 일 후회해야 소용없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자꾸 예전 일을 생각하면 다음일도 꼬인다.

특히 고객의 불만은 그때그때 해결해야 한다. 별 것 아닌 불만이라고 조금만 미뤄 두면 그 고객의 불만은 더 커지기만 한다. 잘못하면 영영 그 고객을 볼 수 없을 수도 있다. 고객은 사람 간의 네트워크가 생명인 ‘영맨’에게 최고의 재산이다. 빨리 달려가서 그의 불만을 처리해야 뒤끝이 없다.



창조력의비밀 4 - 전문가 정신

“운도 실력입니다.”


그에겐 한 가지 원칙이 있다. 항상 새로운 고객을 찾으라는 것이다. 실적이 안 좋은 영업사원들은 지인들을 중심으로 일한다. 비즈니스란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꾸 부탁만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영업사원의 생명이 길지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40대가 돼도 ‘영맨’이고 싶은 그는 이 원칙에 철저하다.


또 ‘내가 기분 좋으면 남도 기분 좋다’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받아서 기분이 좋았던 영업방식은 항상 벤치마킹하려 한다. 그가 고객들에게 가끔씩 직접 손으로 편지를 써 보내는 이유는 예전에 누군가에게 받았던 편지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뀔 때면 사비를 들여 달력도 만든다. 새해를 맞는 고객들에게 ‘영업 대통령 최진실을 잊지 말라’는 이유다.


그는 “비즈니스에서 운이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운도 열심히 발로 뛰었기에 생긴다. 그는 얼마 전 한 고객을 만났다. 그 고객은 “오늘 전화를 한다던 다른 영업사원이 감감 무소식이다”라며 그와 덜컥 계약을 했다. 그 고객은 이미 모든 서류와 도장을 준비하고 전번의 영업사원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 영업사원에겐 정말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이런 행운도 그가 게으름을 피웠으면 생길 리 없다.



노해강  SK 텔레콤   CI 기획팀 매니저


노해강(35) 매니저는 작년 SK텔레콤 최다 아이디어상 수상자다. 그가 일하고 있는 CI기획팀은 SK텔레콤에서 제공하는 휴대폰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UI(User Interface)를 보다 쉽고 간편하게 만드는 일을 맡고 있다.



창조력의 비밀 1 - 풍부한 지식과 아이디어

“어떤 일을 하든지 아이디어는 숨어 있습니다.”


그는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이다. 전 직장인 삼성전자에 있을 땐 휴대폰에 CDMA2000(현재 쓰이고 있는 휴대폰 방식)을 상용화시키는 일을 했었다.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기고도 그 일을 맡아 했다. 그가 처음 CDMA2000 일을 맡았을 때만 해도 이 방식을 이용하는 가입자는 불과 4만 명뿐이었다. 지금 그의 노력이 담겨 있는 CDMA2000 방식 휴대폰은 3000만 대에 달한다. 그는 자신이 이 방식이 대중화하는 데 한몫을 한 것 같아 자랑스럽다.


그의 좌우명은 ‘카르페디엠(carpe diem)’이다. 현재를 즐기며 살라는 뜻이다. 주말이면 그는 레포츠를 즐기러 집밖으로 나선다. 산악자전거, 래프팅 등 워낙 종류가 많아 누가 취미를 물으면 그저 ‘레포츠’라고만 말한다. 레포츠를 하다 보면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를 테면 ‘왜 산에선 휴대폰이 잘 안 터질까. 이걸 어떻게 하면 터지게 할 수 있을까’, ‘오랜 만에 강원도에 가는 데 길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것들이다.


또 그는 시간이 나면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져 본다. 눈에 띄는 휴대폰 콘텐츠가 나오면 꼭 다운 받아 본다. 못 보던 것을 보면 호기심이 생겨 이리저리 만지다보면 불편한 게 나온다. 어떤 콘텐츠는 휴대폰의 확인 버튼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어떤 버튼은 취소 버튼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걸 통일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즐길 수 있을까. 그에겐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휴대폰과 맞닿아 있다.



창조력의비밀 2 - 개성

“아닌 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합니다.”


그를 처음 보면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인다. 말투도 간결하고 조리 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상사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달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그의 성격 때문에 다른 팀에 있을 땐 밉보인 적도 있었다.  


그는 삼성전자 휴대폰연구소란 큰 조직을 떠나 SK텔레콤의 부서원 60명의 CI본부라는 작은 조직에 왔다. 작은 조직이다 보니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어 즐겁다. 공학도인 그의 재능이 이곳에선 독특한 것이다. 인문계 출신들과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항상 새롭게 느껴진다.



창조력의비밀 3 - 문제해결 지향

“문제가 생기면 끝없이 생각합니다. 내 스스로 만족할 결론에 도달할 때 까지”


그의 일은 대부분 프로젝트성 일이다. 짧으면 3개월에서 길면 1년 정도 걸리는 프로젝트다. 과제가 주어지면 일단 혼자서 오랜 시간을 심사숙고한다. 동료들과 어울려 저녁도 함께하고 맥주도 한 잔 걸치는 것이 즐거운 그지만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쉽사리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는다. 무책임하게 ‘이거 어떻게 하지?’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는 프로젝트 기간의 대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이 일을 처리하는 게 좋을까’하는 구상을 한다. 모든 정보와 자료를 모아 놓고 고민 고민한다. 프로젝트 말미에 가서야 길고긴 기획을 마친 결과물이 나온다. 그때부턴 자신의 기획을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인다. 가장 집중력이 높아지는 시기다. 스스로 이런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여유 있는 시간이 온다. 이 때 그는 업무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멈춘다. 여유가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생각하는 그다. 하는 일이 있다면 신문과 인터넷을 뒤적이는 일이다. 관심사가 생기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많은 정보를 찾아 파 들어간다.



창조력의비밀  4 - 전문가 정신

“지금의 일이 재밌습니다. 앞으론 경영학 쪽을 공부해 보려 합니다.”


그는 자신이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작년 회사에서 최다 아이디어상을 준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는 2003년 처음으로 연구직을 떠나 이곳에 왔다. 계획을 짜고 회사의 결과물이 그 계획에 따라 나오는 기획파트의 일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냈다. 돌아보니 어느덧 회사의 ‘아이디어맨’이 돼 버렸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하게 스티븐 호킹이 지은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읽고 공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도 쉴 때면 과학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는 최근 들어 경영학에 호기심이 생긴다.  CI본부의 일은 공학과 경영학이 함께 필요하다. 만약 자신이 경영학도 아우를 수 있다면,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떤 영역이든 하나 정도는 전문적인 지식을 쌓아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계가 없어도 상관없다. 인생엔 여러 가지 일이 생기고 자신의 전문성이 어느 순간 어떻게 쓰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hawlling@chosun.com



::: 좌담회 :::


“창조경영 다음엔 도덕경영 시대 온다”

 

- 삼성의 트리즈는 상당히 독특했는데요.(62~63쪽 참조)

최인수 교수: 10면체 주사위 10개가 있다고 하죠. 각각 어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 이를 테면 TV를 10가지로 나누면 케이스 디자인, 브라운관 등이 나오겠죠. 각각의 주사위에 각 부분에 대한 또 다른 열 가지 아이디어를 써 놓고 주사위를 계속 던집니다. 그럼 수많은 조합된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이중 최고를 찾는 것입니다. 삼성은 이 방법을 활용해 떼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 창조 경영 이후 도덕 경영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최인수 교수: 사람의 역할을 중시하는 창의적 조직은 개인적인 경향, 즉 이기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불어 사는 삶, 즉 창조적인 개인들을 한데 아우르는 어떤 도덕이나 윤리가 필요한 것이죠.

한국이 미국을 뒤따른다고 볼 때, 창의력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도덕 연구로 몰리는 경향이 생길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창의적 조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이 부분이 주목될 것입니다.


-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얘기인가요.

서용원 교수: 그렇게 말하긴 힘듭니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역량을 높이려면 조직은 그들을 따라 줘야 합니다. 조직이 개인주의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공정성이 중요한 겁니다. 공정성으로 조직을 움직이게 하고 평가의 기준과 원칙을 뚜렷하게 해야 조직이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중요합니다. 연봉제가 대표적인데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창의적 사고란 쉽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보상이 없다면 기업에서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다른 기업으로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최인수 교수: 창의적인 사람은 기본적으로 집단과 공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획일성을 넘어서는 사람들입니다. 옥수수를 튀겨 팝콘을 만드는 게 창의력이라면 이 팝콘들을 담을 수 있는 새 그릇이 필요합니다. 바로 정직성이죠. 그동안 미국의 창조적인 CEO들과 인터뷰를 해봤는데 그때마다 이들은 정직성을 강조하더군요.


이순묵 교수: 기본적으로 창조적인 것은 어떤 개인적인 규범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잘 나옵니다. 역량을 최대한으로 모아 한 번 점프하는 게 창조력입니다. 당연히 그 사람을 존중해야겠지요.

한편으로 너무 창조력만 강조하면 가치에 대해 망각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 인간복제 등이 그것입니다. 또 창의력만 강조하다 보면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나치의 우수한 인종 만들기에서 비롯된 인종 청소도 그런 것입니다. 창의적인 집단이었던 나치에게 도덕성이 없었던 것이죠.


최인수 교수: 모든 사람의 가치가 중립일 순 없습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선 창조적 능력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먼저 가치교육을 시킵니다. 똑똑한 로스쿨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 그럼 도덕 경영은 창조 경영이 안착된 후에나 가능하다는 얘기인가요.

서용원 교수: 공정성이란 기업이 창조적 결과물로 돈을 벌어 새 창조적 결과물을 위해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이를 위해 창조적인 생산과정이 얼마나 정직했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고 또 그 결과에 따른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도 중요한 것이죠.


최인수 교수: 민주 경영도 창의적 경영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바로 최상위자에게 보고되는 제안 제도가 중요합니다. 국내 기업들은 중간간부의 필터링을 거칩니다. 그런데 중간간부는 대부분 타성에 젖은 사람이 많습니다. 따라서 말단직원이 현장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바로 보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소속감도 갖게 되고 직장에 애정도 생기는 것이죠. 일례로 모토로라는 이메일로 CEO에게 제안을 하면 일 주일 내에 답신이 오는데 직원들은 여기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합니다.


서용원 교수: ‘위계적 통제’, 즉 상사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묵살하거나 가로채는 것은 창의적 조직을 억제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이순묵 교수: 창의적 제품의 개발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걸 최종으로 마무리하는 건 대부분 한 사람의 뛰어난 인재입니다. 그럼 그 모든 결과물을 그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을까요. 본인은 모든 걸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창조적인 사람에게 인센티브는 필요하되 그 결과물로 다른 사람의 잠재력을 재생산하게 하는 노력도 꼭 필요합니다. 1등이 다 가져가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조직에는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Note:

예전에 엡노트에 담겨있던 내용을 옮겨놓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Karl Marx의 원자론적 인식에 관한 비판적 연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