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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완 다이바 - 쇼기 일드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하치완 다이바'는 쇼기를 두는 사람이 쇼기의 81路 반상으로 몰입해들어가는 것을 다이바(Diver)한다고 생각하여 붙인 제목이다. 80을 하치 로 1을 완(One)으로 표현한 것도 이채롭다. 줄거리는 프로가 되기 위한 장려회에서 탈락한 젊은이가 진검사(내기꾼)로 나서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에는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그 꿈을 실현해나간다는 성공신화 스토리이다. 그 과정에서 로맨스도 있으므로, 청춘 멜로 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을까.

'시온의 왕'에 이어 '하치완 다이바'까지 보고 나니, 일본의 쇼기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우선은 일본의 쇼기는 대중성이 매우 높은 오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먼저 쇼기만을 두는 쇼기기원이 따로 있다는 설정으로도 충분히 짐작케 되고, 또 내기쇼기꾼이 있다는 것으로도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기원은 따로 없으며, 내기장기꾼 역시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의 대중성을 지닌 오락에 대해 우리가 미루어 짐작하여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우리에게는 바둑 정도가 아닐까.

다음으로 알게 되는 것은 일본쇼기의 프로제도이다. 즉, 쇼기의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일본쇼기협회의 장려회에 들어가서, 프로가 되기 위한 수련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어떤 연한(나이제한 또는 3단에서의 1년?) 내에 4단으로 승단을 하여야 진정한 프로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프로로서의 꿈은 그만 접고 다른 길을 찾아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바로 이렇게 매우 젊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잃은 패자들의 시련과 도전의 나날에 초점을 맞추어 시청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런데, 인생의 한 시기에만 주어지는 그 관문을 통과할 수 없어서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점에서 본다면, 바둑은 장기와 달리 동양 3국에서 거의 같은 규칙(rule)으로 두어지고 있으므로, 그만큼 시장이 크고 기회도 많아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아무리 일본 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쇼기라고 하지만, 아마츄어가 쇼기를 전업으로 하여 먹고 살 만큼의 시장은 아니라는 것일까.

아무튼 바둑의 경우에는 한국의 예로 보면, 일본쇼기의 장려회와도 같은 한국기원의 연구생제도를 통해서 한 해에 2명의 프로를 배출하는 외에도 국내아마대회를 통해서도 년간 1명 정도 프로가 될 수 있으므로 탈연구생이 그의 인생의 끝은 아닐 것이다.(이 상식은 20년전의 내용이므로 오늘의 상황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또 프로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실력만 출중하다면, 세계아마바둑대회나, 프로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오픈세계대회(삼성화재배)에 참여하여 우승할 기회 또한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즉, 이 드라마의 설정처럼 실력이 뛰어남에도 프로가 아니어서, 아마이기 때문에 스타덤에 오르지 못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작품은 상당히 만화적인 느낌이다. 여주인공이 청소대행 메이드로 나타날 때 꼭 만화같은 의상을 하고 있고, 주인공의 대사 및 동작 또한 단순한 감정선으로 과장되게 표현되고 있다. 주인공은 인생을 걸고 하는 강호 고수들과의 실전대국을 통해 그들의 실력을 자신의 실력으로 흡수해 나가면서 결국 자신의 실력의 한계를 돌파하지만, 우리네 현실에서 우리자신의 실력의 한계를 한뼘이라도 극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09.11.28. [쓰지 않는 배: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