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키 고오스케
오오키 고오스케 (박희준 역), 마약·뇌·문명 - 물질을 통해 정신을 본다, 정신세계사, 1991.
6-7/ ...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물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뇌를 거대하게 발달시켰다. 그 가운데서도 대뇌에 있으면서 인간의 정신활동을 관장하는 '전두연합령'이라고 불리는 부위를 비대화시켜 과잉활동을 하도록 숙명지어진 것이 문제이다...
... 인간의 뇌는 또 자신의 뇌에서 분비되고 있는 마약이나 각성제와 똑같은 분자구조를 가진 물질 - 뇌내마약물질, 뇌내각성물질 - 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 있는 마약과 각성제와 똑같은 작용을 하는 물질이 뇌의 내부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성 역시 인간의 뇌의 진화에 의해서 초래된 것이다.
... 뇌내마약물질과 뇌내각성물질의 작용은 인간의 창조성과도 깊게 관련되어 있다. 즉 인간은 자기의 내부에 있는 마약과 각성제의 작용에 의하여 인간에게만 있는 문명을 창조했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17/ ... 현대사회가 그 사회구조의 내부에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로서 쾌감과 깊은 관련이 있는(있다고 생각되는) 세 가지 사항이 있다. 섹스, 정신병, 그리고 세계적 규모로 확대되고 있는 마약 문제 셋이 이것이다.
19/ ... 미국국립마약문제연구소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1988년 한 해 동안 12세 이상의 미국국민 37퍼센트, 약 7,240만 명이 어떤 종류이건 마약을 사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1년 간만 보아도 800만 명이 코카인을 사용했으며, 그 가운데의 100만 명이 상용자라는 것이다.
33-34/ [어째서 문명의 발상지와 마약의 발상지가 겹치는가]
...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이들 지역은 모두 문명의 발생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도 유수한 마약, 특히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와 대마(마리화나)로 대표되는 환각식물의 산지였던 것이다.
37/ ... 모헨 조다로를 비롯한 인더스 문명의 유적에서는 '티롬'이라고 불리는 대마를 흡연하는 도구가 수많이 발굴되어 있다.
대마는 '천국으로의 안내자', '슬픔의 위안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던 환각식물의 일종이다...
... 기원전 15세기경의 이집트 최고(最古)의 의약서인 《에벨스 파피루스》에는 아편이 상처 치료와 아이들이 밤에 우는 것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기원전 9세기경, 음유시인이라고 일컬어지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도 제우스의 딸이 이집트로부터 마약을 증여받는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38-40/ 멕시코의 마야 문명, 안데스 산맥을 따라서 발달한 나즈카 문명, 잉카 문명 등...
마야 문명은 환각성이 있는 버섯과 선인장이 사회적인 통일을 꾀하는 정치적·종교적 의례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나즈카 문명과... 잉카 문명... 바로 안데스 산맥에 자생하는 코카 잎(코카인의 원료)의 영향이 있었음을 엿볼 수가 있다.
... 남미의 인디오들은 근대 과학이 그 주성분의 분석에 성공하기 훨씬 전부터 코카 잎이 가지고 있는, 정신을 각성시키고 근육의 활동성을 높이며 다행감을 가져다 주는 작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그들은 경단 크기의 그 코카 분말을 입에다 털어넣고, 침으로 반죽하여 오른쪽에서 왼쪽 볼로 옮긴다...
41-42/ ... 고통의 뒷면은 쾌감이다. 사디슴과 매저키즘의 관계는 그런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고통과 대상代償, 고통과 쾌감 - 이것이야말로 마약과 각성제의 문제가 거느리고 있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48/ ... 1989년... 《분자와 세포수준에서 본 약물의존》... 그 속에서 미국의 미시간 대학 정신위생연구소 정신의학과의 스탠리 왓슨 교수와 후더 아킬 교수 부부가 마약과 각성제의 뇌에 대한 각각의 작용 메커니즘(후더 아킬의 모델)을 밝힌 것이다...
... 각성제(암페타민)는 측좌핵에, 코카인은 측좌핵과 전두연합령에, 그리고 모르핀, 헤로인 등의 마약은 시상하부, 중뇌, 측좌핵에 작용한다...
52/ 아편에는 20종류 이상의 알칼로이드(식물염기)가 들어있는데 그 가운데 약 10퍼센트를 점하는 것으로 모르핀이 있다... 1805년에 독일의 젊은 약제사인 F. W. 제르튜르너에 의하여 아편으로부터 단리, 결정화되었다.
53-55/ ... 무수초산을 모르핀에 첨가하고서 가열을 하면 '아편이라는 어머니와 화학자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적 존재'로 일컬어지는 디아세틸모르핀, 즉 '마약의 황제'인 헤로인이 탄생한다.
... 진통과 쾌감... 모르핀이 헤로인으로 바뀜으로써 효과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효과가 3,4배는 되리라고들 이야기한다.
... 혈액·뇌 관문을 통과하여 뇌내로 들어가는 양을 비교하면 모르핀은 투여량의 약 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데 비하여 헤로인은 무려 약 65퍼센트나 되는 것이다.
천연물인 모르핀은 수용성... 이기 때문에 지질인 혈액·뇌 관문으로부터 거부반응을 당하는 반면에... 헤로인은 지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혈액·뇌 관문을 통과하는 출입증을 발급받아 가지고 있는 셈이다...
60/ 잉카의 신화에 의하면 '태양의 아들(신들의 심부름꾼)이 기아와 피로로 약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불행한 사람들로 하여금 슬픔을 잊게 하기' 위하여 인디오들에게 내려준 것이 코카 잎인 것으로 되어 있다...
73-74/ 측좌핵... 전두연합령 바로 뒤에 위치한 좌우 두쌍의 겨우 2.5밀리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이 기관이, 전두연합령과 뇌의 다른 부분과의 교량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측좌핵은 컴퓨터로 치면 중앙연산장치에 해당하는 전두연합령과 그 주변장치라고 할 수 있는 뇌의 다른 부분과의 접점이 되는 것이다.
중뇌는 시상하부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보행과 자세의 제어, 눈의 동공의 수축을 조정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뇌가 그 이상으로 중요한 점은 'A10신경'이라고 불리는 쾌감을 빚어내는 신경세포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77-78/ A10신경의 출발지점은 뇌간에 있는 중뇌이다 A10신경은 거기서부터 인간의 뇌 속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욕망의 뇌'인 시상하부로 나아가며 다른 많은 신경과 굵은 다발을 이루고서 통과한다.
그 굵은 다발은 내측전뇌속이라고 불리는데, 제임스 올즈라는 젊은 연구자가 실험용 쥐의 뇌에 잘못하여 전극을 꽂아 넣었더니 쥐가 쾌감을 일으키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시상하부를 통과한 A10신경은 대뇌로 들어가 우선 동물시대부터 존재하면서 희로애락을 빚어내고 있는 '동물의 뇌'인 대뇌변연계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공격성을 관장하면서 좋고 싫은 감정을 결정하는 편도체, 기억과 학습과 관련이 있는 해마, 최고의 행동력을 내는 전두연합령과 뇌의 다른 부위와의 교량역할을 하고 있는 측좌핵이 있다...
마지막으로 A10신경은 '지의 뇌' 또는 '인간의 뇌'라 불리는 대뇌피질에 도달한다. 즉 인간의 정신을 빚어내는 전두연합령, 본능을 통합·제어하는 전부대상회, 기억·학습을 종합하는 측두엽의 3개소이다.
그 가운데서도 마약과 각성제의 작용을 생각할 때에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측두엽의 내측에 있는 내와피질이라고 불리는 부분이다.
내와피질은 인간이 최고의 쾌감을 느끼는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79/ 도파민은 뇌내의 신경세포의 정보전달에 이용된다. 쾌감과 각성을 가져다 주는 신경전달물질neuron transmitter의 하나이다... 도파민과 각성제인 암페타민의 화학식이 아주 비슷하다... 도파민은 인간 스스로가 뇌내에서 만들어 내는 각성제 - 뇌내각성물질 바로 그것인 것이다.
... 인간이 뇌내에서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는 마약은 뇌내마약물질이라고 불리고 있다.
... 도파민은 고등 포유동물의 뇌만이 사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82-83/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에는 스스로의 체내 환경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는 기구가 있다...
이것은 생리학에서는 '항상성'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항상성은 또는 '마이너스 피드백'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마이너스 피드백이 작용하지 않는 시스템이 있다. '플러스 피드백'이라고 불리는 것이며...
... 체내에서도 특별히 중요한 긴급시기에만 작동이 되는 것이다. 여성들만의 현상인 배란, 출산이 그것이다. 일단 시작이 되면 되돌아 가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1981년에... 미국 예일 대학 의학부의 약리학·정신의학 교수인 로버트 로스에 따르면... A10신경에는 마이너스 피드백 기구가 존재하고 있지 않으며... 뇌 자체도 과잉활동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85/ 보통 체내의 세포 상호간의 정보전달에 사용되는 물질은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그 가운데서 신경세포 상호간의 정보전달에 사용되는 호르몬을 특히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부르고 있다.
... 호르몬에 대하여는... 펩티드라고 불리는 소형단백질이 많이 사용됨에 비하여, 시냅스라는 극히 제한된 장소에서만 사용되는 신경전달물질에는 아미노산 혹은 그것을 분해한 아민이라는 물질이 사용되고 있다...
신경섬유의 말단부에서 분비된 신경전잘물질은 시냅스를 거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표적세포에 도달한다. 그 표적세포의 표면에 있는 것이 수용체이다.
수용체란... '열쇠 구멍'과 같은 것이어서...
수용체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측의 표적세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섬유의 말단부에도 존재한다. '자가수용체'라고 불리며 자신이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과잉활동을 하는 일이 없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을 가진 수용체이다...
86/ 만약에 자가수용체가 없다면 도파민은 봇물이 터진 것처럼 분비되어 인체의 항상성으 붕괴되어 버리고 만다...
하지만 앞에서 로버트 로스가 지적한 것처럼 A10신경의 주요 부분에는 자가수용체가 없다...
그리고 또 중요한 일이 있다... 코카인과 각성제가... 재흡수 시스템을 저해하는 일이다...
87-88/ ... 노르아드레날린은 도파민의 형제분자라고도 할 수 있는 최강의 각성제인 신경전달물질이다. 무슨 일과 맞서서 분투하려 할 때에는 뇌뿐만이 아니라 전신의 교감신경에서도 분비된다...
... '분노의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노르아드레날린이 급격하게 분비되어 혈액이 뇌에 집중되기 때문에 안면이 창백하게 되는 것이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사람의 하루의 활동 사이클과도 관계되어 있다. 즉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에 의하여 잠에서 깨어나서 활동을 하며, 그 분비가 감소되면 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도파민이 인간의 정신활동의 원천이 되는 것임에 비하여 노르아드레날린은 생명력, 정신력, 운동력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맹독물질이다... 이 이상의 독성이 있는 것이라면 뱀이나, 복어의 독 등 손으로 셀 수 있는 몇 종류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생명력의 원천은 맹독물질이 가져다 주고 있다는 말이다...
... 효과가 좋은 의약품의 대댜수가 동시에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90/ ... 이들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은 모두 티로신이라고 하는 아미노산으로부터 효소작용에 의하여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아드레날린 이라는 순서로 차례차례로 만들어진다. 티로신은 치즈와 죽순 등에 많이 있다.
92/ 인체 내에서 아미노산 이외에 벤젠환을 함유하고 있는 물질은 여성을 여성이게 하는 난포호르몬(여성 호르몬의 하나)뿐이다.
100/ 1975년에 최초의 뇌내마약물질이 발견되었다... 엔케팔린(뇌내 인자라는 의미)이라고 명명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엔도르핀(체내 호르몬이라는 의미)이라고 명명된 뇌내마약물질도 발견되었다...
... 현재 약 20종류가 확인되고 있다.
102/ ... 마약이나 뇌내마약물질은 A10신경의 활동을 억제하고 있는, GABA라고 불리는 신경에 있는 마약수용체에 작용하여 그것의 억제작용을 억제해 버리는 것이다.
마약수용체는 뇌의 신경에 뿐만 아니라, 통각신경을 비롯한 전신의 신경에 존재한다. 정신계에만 작용하는 코카인이나 각성제와는 달리 마약이 전신에 작용을 미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26/ ... 성무천황 사후에 이들 약물은 광명황후에 의하여 유품과 함께 동대사 정창원에 보관되게 되었다. 약품목록으로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정창원의 '약종헌물장'에 의하면 60종 남짓한 약물이 보관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미국에서 <드럭스토어 카우보이>라는 영화가 히트했다. 약물중독에 빠진 한 사나이가 약방을 터는 내용을...
"드림, 모르핀, 코카인......, 눈을 돌릴 수가 없다."
134-135/ 1989년에 이 쾌감의 메커니즘에 관해서 하나의 작용 모델이 제출되었다. 독일의 막스 프랑크 연구소의 신경약리학부 부장인 A. 헬쯔가 제출한 것이다...
... 도파민 수용체와 마약 수용체이다. 헬쯔의 모델에 의하면 도파민 수용체에는 주로 D1과 D2의 두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서 각성제와 코카인이 작용하는 것은 D1 수용체이다...
그러면 D2 수용체는... 주로 뇌를 각성시키고 구동시키는 일과 관계하고 있다...
149/ 최근의 의료인류학 등의 의견에 의하면 환각작용을 가진 식물은 약 4만 년 전인 구석기시대부터 사용되고 있었다고 이야기된다. 멕시코의 마야, 아즈텍 문명의 발굴조사 결과에 의하면, 환각식물로서의 버섯의 사용은 적어도 기원전 1천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음이 확인되어 있다.
1950년대에 유명한 모건은행의 부행장이기도 했던 민속학자 R. G. 왓슨은 '테오나나카틀(신의 고기)'이라고 불리는 버섯을 사용하는 멕시코 인디언의 환각체험에 관하여 조사를 했다...
152/ ... 멕시코 인디언은 버섯 외에 '페요태'라고 불리는 선인장의 일종을 환각 발동약으로서 이용하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선인장의 머리 쪽 둥글고 긴 부분을 -페요태의 버튼이라고 불린다- 건조시켜서 먹는 것이다.
154/ 카트는 아라비아반도의 고원지대와 동아프리카(케냐, 이디오피아 등)에서 생육, 재배 -더욱 양질의 카트를 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디오피아의 수출액은 연간 1,500만 달러 이상에 이르른다- 되고 있는 엽차와 흡사한 식물이다.
코카 잎이 그런 것과 같이 카트도 잎과 새싹에 중요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이미 13세기경부터 공복감과 피로감을 제거하고, 다행감과 성적 흥분작용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 카트의 유효성분의 구조가 해명된 것은 1975년의 일이다. 미국의 마약연구소에 의하여 '카치논'이라고 명명되었다.
카치논의 화학구조는 각성제인 암페타민과 흡사하다...
156/ 환각식물로 알려져 있는 것 중에 대마(마리화나)가 있다. 중앙아시아 원산인 뽕나무과의 1년생 본초이다. 마리화나란 '흥분제'를 의미하는 포르투갈어 '마리광고'가 변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마의 잎과 꽃에서 추출한 엑기스를 농축시켜 수지 상태로 만든 것이 이른바 하시시hashish이다. 유효 성분의 순도에 따라서 위로부터 차라스, 간자, 반가 등으로 나뉘어 불리는 일도 있다. 차라스는 반가의 7,8배나 되는 효력이 있다고 한다.
177/ 쾌감이 있기에 의존한다, 의존하기에 쾌감이 있다
178-179/ 약물 의존의 개막
... 근대과학에서 말하는 알칼로이드(식물염기)라는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꿈의 신(모르페우스morpheus)의 이름을 본떠서 명명된 모르핀이 최초이다.
1805년 아편으로부터 모르핀.
1821년 커피콩에서 카페인.
1828년 담배 잎으로부터 니코틴.
1859년 코카 잎으로부터 코카인.
... 1933년에 미국에서 암페타민이, 1938년에 독일에서 메탐페타민(상품명 히로뽕)이 각각 합성되었다.
188-189/ 무엇에 의존하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
가족, 회사, 연인, 친구, 이데올로기, 종교, 가정용 컴퓨터...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무엇인가 의존하는 '타인'이라는 전제가 소멸되었을 때 '자기'도 소멸되는 거이다. 그 결과로 초래되는 것이 자기동일성identity의 붕괴이다.
192/ ... 폭력성·공격성이 발현되는 배경에는 뇌의 '쾌감 시스템'이 어김없이 관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뇌내마약물질과 뇌내각성물질에 의하여 생겨나는 의욕과 창조성을 부여받는 한편, 이런 폭력도 쾌감으로 여기는 뇌의 시스템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인간에게서만 보이는 학대와 피학대 등의 성적 현상 역시 기본적으로는 이런 시스템에 연유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195/ 인간만이 획득한 뇌의 쾌감 구조. 그것이 빚어낸 것이 바로 현대문명이다. 생각하건대 문명이라는 것은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것이면서도, 인간이 최종적으로 의존하는 대상은 아니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