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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각의 링

담배 끊는 방법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나의 Facebook 글/ 2011. 6. 1.)
담배를 배울 때, 담배를 피는 행위는 권위에 대한 도전이므로, 권위의식이나, 권위에 대한 피해의식이 없어야 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담배는 자유를 향유하는 것이므로, 반항적 자유에서 자율적 자유로 의식이 성숙되어야 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인생의 주인이지, 담배가 나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의식하고, 꾸준히 좋아지는 습관을 축적하여 자신을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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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弟 : 형님! 그런 거 잘 모르겠구요, 제가 몇 번씩 실패 중이라 쬐끔 아는데요, 그냥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가 정답입니다.


H兄 : 저도 예전에 담배를 피워봐서 경험상으로 정리가 됩니다. 중독에서 벗어날려면 중독 그 이상의 마인드 컨트롤이 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어느 것에든지 중독이 되면 그 몇 배의 이상의 노력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겟죠. 그리고 중독에서 벗어날려면 어느 날 갑자기 실행해야 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 같아요. 뜸들이면 그동안 내재된 기억이 다시 중독을 독려하거나 합리화시키죠. 중독이 모순인데,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순을 극복해야 하는데, 문제는 우리인간은 이상하게도 모든 것을 합리화시키는 특이한 뇌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모순에서 극복이 잘 안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죠.


나 : 담배를 끊는 것도 힘들지만. 끊고나서도 문제입니다. 그동안 담배를 피우러 나간 시간도 삶의 일부였는데 무엇으로 담배의 빈 자리를 메우지요? 제 경우는 이 공허감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연인과 이별한 후에 엄청나게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우린 끝없이 금연하고 다시 흡연합니다. 따라서 금연의 성공에는 이러한 순환고리를 깰 수 있는 의식의 각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의 화두는 주인의식 그리고 '좋은 습관'이었습니다.


H兄 : 그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되네요. 나에게는 성경의 말씀을 그 공허한 시간 대신에 메꾸어 줄려고 노력하고 그리고 실패 속에서 어느듯 나의 뇌구조 속에서 담배가 아니고 말씀을 믿고 의지할려는 그런 것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보죠. 그리고 핵심은 담배 곧 건강에 안좋다는 것이죠. 이것이 인식이 안되요. 합리화로 인해서. 쉽지는 않아요. 가톨릭 신부님들 술과 담배 끊으라면 아마도 99% 힘들겟죠. 믿음이 있는데도 말이죠. 중요한 것은 몸에 안좋은 것이다라는 그런 믿음이 생긴다면 끊을 수 있죠. 진짜 몸에 안좋은데 어떻게 계속 독을 몸에 넣고 다니죠. 그렇다 해도 쉽지는 않아요.


나 : 몸에 안좋다는 정도로는 담배를 정말 끊기가 힘듭니다. 목구멍이 헐고 부어서. 의사가 경고해도 딱 한 대만 하면서 피우고야 마는 것이 담배이니까요. 고통은 또한 쾌락의 한 종류이기도 하여서 그 고통도 오래 계속되면 친근한 벗처럼 느껴지지요. 금연은 자신이 인생의 주인임을 걸고 하는 건곤일척의 승부입니다. 절대 적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H兄 : 맞아요, 내가 할려고 한 말도 겹칩니다. 몸에 안좋다는 것, 그러면 이 세상 빨리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는 것, 그러면 이 인생의 주인이 전혀 주인이 아니고 자기 집을 지키기를 포기한 것이 되죠. 그러면 곧 인생이 끝이다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인생에 칼을 들이대고 못죽여서 안달하는 것이지요. 그것을 알면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바로 볼 수 있겠지요. 주인의식 아주 중요해요.


나 : 담배를 끊을 때는 담베를 피고 싶도록 유도하는 모든 개별 상황에서 단련되어야 한다. 이것을 소흘히 하면 평상시에는 담배를 끊다가도 술자리에선 담배를 핀다든지. 집에서는 안 피는데 회사에서는 핀다든지 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디서라도 일정 기간 안 피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에 그러한 장소와 상황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대용물을 쓰는 것은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즉 금연초니 하는 것인데. 금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이 최초로 직면한 극기(克己)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제 경우엔 바둑이 그 난관 중 하나였는데. 바둑을 둘 땐 담배를 피우며 두는 묘미가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선 상대의 재촉을 피해 담배 한 대를 물며 시간을 번다. 그리고 그 상황을 타개했을 땐 또 그 기쁨을 즐기기 위해 담배 한 대를 빼어물고 유유히 상대의 면전에 담배연기를 뿜어낸다. 속으로는 '이것 보시게 이젠 어쩌실텐가' 하는 기분으로. 이때 바둑을 두지 않는 것으로는 담배를 끊을 수 없다. 작심하고 바둑을 두면서 금연을 할 수 있을 때. 이제 한 상황을 극복한 것이 된다.


H兄 : 그럼, 지금은 바둑을 두면서도 금연이 가능하다는 말씀. 필경, 경지에 도달하였구려. 나 같은 바둑 아마추어는 흡연도 연막작전 내 이 방 안의 산소부족을 일으켜서 상대방의 정신을 혼미케하여 한 수의 앞길을 못보게 하는 아주 영리한 전략으로 보였는데, 그 수는 못쓰게 되는감...


나 : 상대의 산소부족을 유발시키는 연초 초식이라!!! 하기사 예전에 기원 가면 온통 연기 굴이었습지요. 그리고 상대의 실수를 기다리는 어린 마음도... ㅋㅋ


H兄 : 이제는 바둑 기원에 금연인가요?


나 : 금연과 흡연룸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지요. 상대가 애연가이면 흡연룸에서 합니다.


H兄 : 그럼 님은 상대방이 애연가이면 흡연실에 두시나요. 아니면 그냥 둘 때는 당연히 상대방에게 금연하라고는 말 못하겠죠. 그러다 같이 피우기 시작하는 사태가 있지 않을지, 유혹이라서?


나 : 바둑을 1년에 한 두세 번 두는데요. 흡연자와 둘 때는 흡연실에 갑니다. 바둑이란 수담(手談)이라 하여 일종의 대화인데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게 기본 매너이지요. 물론 정말 완전 연기굴이면 오히려 상대가 저를 배려하여 금연실에서 두겠지요. 비록 흡연실에 가더라도 저는 연초향을 구수하게 느끼며 간접흡연합니다. 제게 있어 흡연과 금연의 문제는 건강문제가 아니라 성찰의 문제이거든요. 유혹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단계가 있지만. 그 다음은 유혹을 의식하지 않는 단계가 있지 않을까요? ^^


(2011년 6월 1일 ~ )



Note:

최근에는 담배값이 갑작스레 올라서 애연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였지요... 이렇게 흡연의 비용 압박이 만만치 않는데... 이런 이유로 만약 금연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요... 그래도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라도 담배를 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01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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