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홍콩영화 《스잔나》(Susanna, 1967)에 나오는 노래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 1970년에 수입되어 1971년까지 전국을 돌며 상영되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본 시점이 70년일지, 71년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본 것으로 생각되지만, 지방에서 그 영화를 1970년에 볼 수 있었을런지는 알 수 없다.
어릴 때 나는 가족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 너무 큰 감명을 받았었다. 특히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이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영화관 로비에서 영화 관련 상품과 함께 영화 속 노래의 레코드판도 팔고 있었다.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라 보았지만, 아마 경제적 형편상 그냥 집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
영화의 장면들과 노래들은 내 맘속에 깊게 새겨졌지만, 나중에는 완전히 잊혀졌다. 2025년 3월 5일 쯤에 여러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데 참석자 중 한 사람의 고향이 충남 '서산'이라고 한다. 그때 나는 '해는 서산에 지~고♬'의 노래가락이 갑자기 떠올라 조금 흥얼거렸다. 테이블 맞은 편에 있던 동년배가 호응해주었다. 그리고 그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영화를 본 경험과 그 영화의 어렴풋한 느낌에 대해 함께 얘기해 주었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우선 대만 영화를 검색해 보았다. 어렴풋하게 무대 배경을 대만으로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그런데 예전의 중국 영화가 모두 홍콩 영화이었다는 것이 생각나 홍콩 영화를 검색해 보았다. 1967년작 '리칭의 스잔나'라는 영화의 제목을 보는데 어떤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도 다시 듣고 싶었던 그 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엄청난 세월 동안 동면하고 있던 신경의 한 부분이 활성화되었다.
隨風歸去 바람 따라 돌아가리 - 스잔나(珊珊) 주제곡
쉐이펑꿰이취
夕陽照天空, 태양은 하늘은 비추는데 / 하늘에 저녁놀 지고
시양자오티엔쿵
掠過一陣無情風, 한 줄기 무정한 바람 스쳐가네 / 무정한 바람 부네
뤼에구어이쩐무칭펑
吹落片片梧桐葉, 우수수 날려 떨어지는 오동잎 / 떨어져 날리는 오동잎
췌이루어피엔피엔우퉁이에
黃葉滿街秋意濃. 누런 잎 거리에 가득하고 가을은 짙어가네 / 黃葉滿階秋意濃 단풍지니 늦가을이구나
황이에만지에치우이눙
秋意濃, 夢成空, 가을은 짙어가고 꿈은 헛되어라./ 가을은 깊어가고 꿈도 사라지네
치우이눙멍청쿵
怕見黃葉舞秋風, 가을바람에 누런 잎 춤추는 것 보기가 두렵구나./ 바람에 날리는 낙엽 보는 게 두렵구나
파찌엔황이에우치우펑
生命像這一樹梧桐, 생명은 이 한 그루 오동나무와 같아 / 내 생명 한 그루 오동나무 닮았네
성밍시앙쩌이수우퉁
怎堪那凜冽的西風. 그 차가운 서쪽 바람을 어이 견디리./ 怎堪那凌厲的西風 모진 바람 어이 견디리
전칸나린리에디시펑
夕陽留不住, 석양은 잡아 둘 수 없고 /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시양리우뿌주
人生來去太悤悤 인생은 오고감이 너무 빠르구나 / 인생은 너무나 짧구나
런성라이취타이충충
明春梧桐發新綠, 내년 봄이면 오동나무는 새싹이 돋으련만 / 봄이 오면 오동나무에 새싹이 나겠지
밍춘우퉁파신뤼
我隨風歸去永無踪. 나는 바람따라 돌아가 영원히 흔적조차 없으리 / 바람 따라 영원히 나는 가리
워쉐이펑꿰이취융우쭝
출처: 너른돌, 2013.2.2., 다음카페 [포크청개구리친구들, 자유게시판]; 스잔나(珊珊) OST 리칭(친팅) - 바람 따라 돌아가리... , 2018.12.14., 유튜브 [Wind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