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자크
5/ '상형문자 오리한테 물렸다간 놈에게서 평생 놓여날 수 없다.'
프랑스의 초가 이집트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루제Rouge의 말이다.
상형문자로는 '아들', 또는 '젊은이'를 뜻하는 그 오리란 녀석은 5천 살을 넘기고도 여전히 팔팔한 젊음을 누리고 있는 정말 끈질긴 새다. 놈은 아직까지도 고대 이집트 문명에 빠져든 사람들을 물어뜯어 가며 그들의 열정을 자극하고 있다...
17/ ... 1799년 8월의 로제타 마을로 날아가보자. 더위에 지쳐있던 부샤르가 우연히도 땅 속에서 알 수 없는 기호들이 잔뜩 새겨진 돌덩어리를 끄집어낸 바로 그때 그곳 말이다. 부샤르는 나폴레옹 장군의 원정대에 소속돼 있던 장교였다. 그는 용감한 군인이었을 뿐, 기원전 196년의 사제들이 프톨레마이오스 5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작성한 포고문을 해독할 수 있었을 리는 만무하다...
18/ 기원후 1세기, 유대인 필로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그들은 이른바 '신성한' 문자들 안에 자신들의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 이집트인들의 언어는 그 자체가 곧 갖가지 상징들로 표현되는 하나의 세계관이다.
3세기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자 플로티노스는 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한다.
이집트 현자들은 상징기호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그들은 상징기호들을 써서 직관적으로, 이를테면 굳이 입밖에 내어 말하지 않고도 자신의 의도를 십분 전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상형문자는 그 하나하나가 저마다 학문 또는 지혜의 한 체계를 이룬다고 하겠다.
19/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주장들이다. 알렉산드리아의 도서관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그 두 사상가들이 상형문자를 읽을 줄 알았다는 얘기니까. 하긴 시성詩聖이라 일컬어지는 호메로스도 이 탁월한 언어를 자주 사용했다고 하지 않던가?
25/ 샹폴리옹은 단 한 번 이집트에 가보았다...
1829년 1월 1일 와다할파에서 샹폴리옹은 건널 수 없는 나일의 제2폭포를 바라보며 다시에 남작에게 보낼 감동적인 편지를 적어내려간다.
... 우리가 알아낸 상형문자 알파벳은 정확해서 어디에다 적용하든 꼭 들어맞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와 로마 시대의 이집트 유적들은 물론이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파라오 시대의 신전과 궁전과 무덤에 새겨진 문자들까지도 우리의 이론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29/ 상형문자를 가리키는 말인 '히에로글리프hieroglyph'는 이집트어가 아니라 그리스어로서 '신성하다'는 뜻의 hieros와 '새기다, 조각하다'라는 뜻의 gluphein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그렇다면 이집트인들은 자기들의 언어에 어떤 이름을 붙였을까?
... 지팡이(M+D+OU) 그림이다. 이 그림은 '지팡이'란 말과 '말'이라는 말로 쓰인다.
30/ ...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N+T+R)인데, '신'이란 뜻도 있어서, 신전 정면에 꽂힌 깃대는 신의 현존을 알린다.
따라서 이집트인들에게 상형문자는 자신의 삶을 이끌어달라고 의지할 수 있는 '신의 지팡이'이자, 귀 기울여야 하는 '신의 말씀'(MEDOU NETER)인 것이다.
31/ 신성한 언어인 상형문자를 세상사람들에게 누설한 자는 따오기의 머리를 가진 토트 신이다... 따오기는 '발견하다, 알아내다'라는 개념을 상징하는 새이기 때문이다. 늪지로 날아가 앉는 위풍당당한 자태, 발견한 먹이를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단번에 물어올리는 치밀하고 단호한 몸놀림...
옛 현자들은 토트 신을 '빛의 심장'으로, '창조주의 언어'로, 신들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지혜로운 서기로 묘사했다. 모든 서기들은 상형문자를 새기기 전에 토트신에게 기도를 드려야 했다. 여기 그들의 기도문 하나를 발췌한다.
오 토트 신이여, 나를 헛된 말들로부터 지켜주소서. 내 등뒤에서 아침을 밝혀주소서. 오소서, 신성한 말씀이신 그대여. 그대는 사막의 목마른 여행자 앞에 놓인 달디단 샘이나이다. 그대, 말 많은 이에게는 굳게 닫히시고 침묵하는 이에게는 활짝 열리소서.(살리에 파피루스 1, 8, 2-6)
33/ ... 이집트인들에게 불멸을 보장해주는 것은 좋은 글뿐이었다. 훌륭한 아들은 서판과 같은 존재여서 아들의 마음 속에 현자들의 문장을 새겨넣은 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었다.
중부 이집트의 헤르모폴리스에 페토시리스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토트 신의 대사제이자 상형문자의 대가였다.
그의 무덤에 가면 다음과 같은 글귀를 읽을 수 있다.
이 영원의 집을 보고 이 앞을 지나칠, 땅 위에 살아있는 존재들이여, 이리 오라, 내가 너희들을 생명의 길로 인도하리니. 내 말에 귀 기울이고 그 뜻을 지켜라. 너희의 몸가짐이 너희를 이롭게 하리라.
34/ ... 흔히 상형문자가 최초로 사용된 예로 거론되는 것은 기원전 3200년경 전쟁에서 승리한 왕, 즉 어둠의 세력을 물리친 파라오들을 기념하는 내용의 '나르메르 왕의 팔레트' 또는 '전갈왕의 곤봉'이다. 그러나 상형문자 체계는 그 전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그 등장시기는 적어도 5천 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거대한 피라미드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고왕국시대(기원전 3200년~2700년)의 기록은 너무나 아름답다. 상형문자 하나하나가 천재적인 장인의 손으로 빚어진 작은 예술품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완벽했으니 더 나아질 것도 없었던 것이다. 진보라는 개념은 상형문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집트의 쇠락과 함께 조각 기술이 후퇴했음을 알려주는 자료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35/ 에드푸, 덴데라, 필레 같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신전들을 보라. 기원 후 몇 세기까지도 제사를 올렸다는 신전들이건만, 벽에 새겨진 상형문자들은 그 모양이 조잡하고 답답해서 때로는 읽어낼 수가 없을 지경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파라오의 이집트가 마지막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이집트의 사고와 문명의 중심이었던 상형문자적 '체계'를 고수했다는 점이다.
36/ ... 사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일상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데 사용한 언어는 상형문자가 아니었다...
상형문자가 맨 마지막으로 새겨진 것은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통치하던 394년 8월 24일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2세기도 지나지 않은 551년, '이집트의 경이'라 불리는, 이집트 남단의 필레 신전마저 폐쇄되고 말았다...
39/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아주 조그맣게 쓸 수도 있다. 어떤 서기는 파피루스 한 장에 <사자의 서> 한 장章을 다 써넣기도 했으니까. 곧잘 잊혀지곤 하는 사실이지만 케오프스의 피라미드는 돌로 만든 거대한 한 개의 상형문자다. 그렇게 큰 상형문자도 있다.
샹폴리옹이 이해한 대로라면 모든 것이 상형문자다. 고대 이집트의 회화, 조각, 스케치, 건축이 '지향하는 바'는 단 한 가지, 상형문자를 신전건물이나 조각품이나 부조물, 또는 '불멸의 위대한 문장' 등으로 구체화시키는 것이었다.
서판은 매우 다양했다. 서기들은 석판, 목판, 동판,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 유명한 파피루스 위에 글을 썼다. 파피루스의 제조기술이 부분적으로 밝혀지긴 헀어도 본래의 품질과 빛깔을 얻어내는 데는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생겼지만 3천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원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파피루스들을 보라.
처음에는 상형문자가 모두 750개 정도였다...
40/ 세월이 흐를수록 상형문자의 수도 늘어났다. 신왕국시대에 말(馬)을 가리키는 상형문자가 새로 생긴 것도 좋은 예다. 말은 피라미드 시대의 이집트에는 없었던 짐승이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대신전들이 세워진 이집트 말기에는 상형문자가 수천 개에 이른다.
41/ ... 간단한 요깃거리를 선전하는 광고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현대인들의 상상 속에서 이집트인은 냉정한 표정으로, 그것도 언제나 가자미처럼 납작한 옆모습으로 등장한다.
... 실제로 대부분의 기호들이 옆모습을 보이고 있다...
... 상형문자 중에는 정면을 그린 것도 있는가? 답은 그렇다. 이다.
42/ 옆모습은 가장 많긴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정면 그림은 드물긴 하지만 금지된 것은 아니다.
47/ 무엇보다도, 상형문자에는 자음만 있고 모음이 없다. 왜냐고? 자음은 그 소리가 한결같지만 모음은 입 밖에 내어 발음할 때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48~55/
A
이 멋진 새는 일명 지중해 독수리라는 독수리다... 이 A는우리가 사용하는 그런 모음이 아니라 헤브라이어의 알레프와 비슷한, '소리 약한 자음'이라고 할 수 있다.
I
이 기호는 꽃핀 갈대 모양으로 I로 읽는다. 그러나 IOD의 I에 가까운 발음으로서 프랑스어의 모음 I와는 다르다. 이 상형문자는 삶의 환희, 눈앞에 펼쳐진 자연을 상징한다.
갈대가 두 개 있으면 Y로 발음된다.
손바닥을 위로 펴고 팔을 쭉 뻗은 아래 그림은 '행위'를 상징하는데 A로 읽힌다.
OU
새끼 메추라기, 또는 조그만 메추라기는 OU 소리에 해당한다(음성학상 W로 쓰기도 하는데 발음은 OU에 가깝다).
나선 그림은 가장 순수한 생명을 표현하는 문자의 하나로서(나선형의 은하수를 생각해 보라) 역시 OU소리를 내는 상형문자다...
B
똑바로 선 다리와 발은 B 소리에 해당한다.
P
이 상형문자는 자리, 튼튼한 토대, 동상의 받침돌을 나타내며 때로는 바위에 비유되기도 한다.
F
뿔 달린 살무사는 아주 중요한 상형문자다. 이 뱀에 물린 상처는 치명적이다.
M
정면에서 바라본 올빼미는 M에 해당한다. '내재성'과 관계되는 상형문자로 '~안에, ~안의 것'을 가리킨다.
같은 소리를 쓰는 다른 방법이다. 이 상형문자는 동물의 옆구리를 묘사하고 있다.
N
이 주름진 선은 물결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모든 형태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여신들이 오시리스에게 마법을 거는 그림들을 보라. 그녀들의 손에서 이 기호가 빠져나가는 것이 보인다.
역시 N으로 소리나는 문자. 파라오의 붉은 관을 나타낸다. 나선 모양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R
이 상형문자는 벌린 입을 표현하고 있다.
H
건축물의 윤곽을 간단하게 표현한 이 상형문자는 들판의 갈대 오두막을 나타낸다.
아마천을 꼬아 만든 심지(여기엔 심지 한 개, 다리 두 개, 세 개의 고리, 이 세가지 그림이 포함돼 있다)는 H로 소리난다.
KH
... 가장 본질적인 것을 걸러내고 분별하고 또한 보호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사물의 모태요 여과기인 셈이다. 독일어 NACH에서의 CH 소리에 가깝지만 편의상 KH로 발음한다.
이것은 젖가슴과 꼬리가 있는 짐승의 배 부분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소리 중에서는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없지만 KH에 가깝다.
S
빗장을 나타내는 이 상형문자 기호는 S로 소리난다.
접은 옷감은 높은 사람들이 지니고 다녔던 물건이다.
SH
물이 가득찬 욕조를 나타내는 그림으로서 SH에 해당한다.
Q
이 상형문자는 경사진 작은 언덕인데 Q로 읽는다.
K
손으로 엮어 만든, 손잡이 달린 바구니다.
G
항아리 받침이다.
T
위쪽 반원을 그린 이 상형문자는 빵을 나타내는 것 같다.
TSH
짐승에 씌우는 멍에다.
D
주먹 쥔 손이다. 엄지손가락이 위쪽에 그려져 있다.
DJ
꼬리를 딛고 서 있는 커다란 코브라다... 영어 단어 jean을 발음할 때 내는소리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