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 젬선생
우리는 일주일 각 요일의 이름을 월-화-수-목-금-토-일 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7일의 주기는 우리 동양의 전통은 아니었다. 그 대신 이 7일의 주기는 <주기적 휴일의 탄생>에서 다룬 바와 같이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시 칼데아의 천문학에 감명 받은 유대교와 그로부터 파생된 로마 가톨릭에서 확립된 서구의 전통이었다. 물론 이러한 7일 주기가 유대교에서 무한 루프로 형성되는 데에는 유대인의 Exodus의 출발지였던 이집트 태양력의 영향이 일부 감지되기도 한다.
이러한 7일 주기의 각 날에 대한 이름은 또 어떻게 부여된 것일까? 실제로 7일 주기 무한 루프를 만들어낸 유대인들은 각 요일에 대해 특별한 이름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특정한 이름을 부여하는 대신에 단순히 그 순서에 의해 첫째날, 둘째날 등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는 지금도 유대인, 아랍인과 페르시아인, 슬라브인과 포르투갈인 그리고 중국인이 이 날들을 부르는 방식이다. 사실 일신교의 문명에서 천체-신의 이름으로 각 요일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매우 이교도적이다. 다만, 원래 이교도 지역이었던 로마에서는 이 날들 각각에 대해 매우 특별한 이름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이후 로마 가톨릭의 영향을 받은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러한 로마의 명명법에 따라 요일의 이름을 정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로마의 요일 명칭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 또한 멀리는 바빌론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론적으로는 사람이 지상에서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하늘에서 움직이는 7천체와 지구와의 거리 순서에 기반하여 칼데아인들의 천체-신이 특정 시점과 날을 지배한다는 금기일적 관념에서 이 명칭들은 유래하였다. 이러한 요일의 이름은 지구가 속한 태양계의 천문학적 현실을 반영하므로 지극히 필연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우리 동양에서도 이 7천체에 대해서는 칠요七曜라 하며 그 이동 궤적을 매우 주의깊게 관측해왔다. 그리고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의 요일 개념을 접했을 때, 그들이 요일에 부여한 천체에 대응하여 손쉽게 칠요에 따라 요일 이름을 배정힐 수 있었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바빌론의 천체-신이 특정 시점과 날을 지배한다는 사고의 핵심 전제는 7천체의 존재(지구와의 거리)와 함께 하루(지구의 자전주기)가 24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논리적으로는 요일의 이름에 매우 결정적으로 중요한 선행 요소이다. 따라서 다시금 하루가 왜 24시간으로 정해졌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하는데, 이는 <요일의 이름>보다 더 심오한 문명의 산물이다. 이에 대해서는 <하루 24시간에 대하여>에서 상론하기로 한다.
1. 천체의 배치: 지구에서 먼 순서 (칼데아 배열)
바빌로니아인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들이 도는 속도를 관찰하여, 지구에서 먼 순서(공전 주기가 긴 순서)대로 천체를 배치했는데, 이를 '칼데아 배열(Chaldean Order)'이라고 부른다.
토성(Saturn) → 목성(Jupiter) → 화성(Mars) → 태양(Sun) → 금성(Venus) → 수성(Mercury) → 달(Moon)
칼데아(Chaldea)는 역사적으로 메소포타미아 최남단, 바빌론 시보다 더 남쪽,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만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페르시아만 연안의 늪지대인 해안 저지대를 가리키던 고대 지명이다. 칼데아인들은 기원전 9~8세기경 이 지역에 정착한 서부 셈족 계열의 부족들로 알려져 있다. 아카드어(고대 메소포타미아 공용어)로는 '갈두(Kaldu)' 또는 '카스두(Kasdu)', 구약성경에는 '가스디(Kasdim)'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리스인들이 '칼다이오스(Chaldaioi)'라고 부르면서 오늘날의 '칼데아'라는 영문 표기가 정착되었다. 이들 칼데아인은 신바빌로니아 제국(기원전 626년 ~ 539년)을 세웠는데, 느부갓네살 2세(재위 기원전 605년~562년) 때 최대 번영을 누렸다. 이 시기에 바빌론은 단순한 정복 국가가 아니라 당대 최고 수준의 '지식 허브'였으므로 당시 '칼데아인'이라는 단어는 종족의 명칭이기도 했지만, 그리스와 로마인들에게는 '별을 읽는 현자(점성술사/천문학자)'와 동의어로 통용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유대인들의 바빌론 유수의 시기와 겹친다.
2. '시간의 지배자' 원리 (Planet of the Hour)
고대인들은 하루 24시간을 각각 하나의 천체가 지배한다고 믿었다.
첫 번째 시간: 그날의 성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규칙: 1시간마다 위 리스트의 순(토성부터 시작해 안쪽으로)으로 지배 천체를 할당한다.
3. 요일을 지배하는 천체의 탄생 과정 ( 24 ÷ 7 의 나머지 )
하루는 24시간이고 천체는 7개. 24 ÷ 7 = 3 이고 나머지가 3이 남는다.
이 '나머지 3' 때문에 다음 날 첫 번째 시간을 지배하는 천체는 전날보다 3칸 뒤의 천체가 된다.
-토요일: 제1시를 토성이 지배.
-일요일: 토성에서 3칸 뒤인 태양이 다음 날 제1시를 지배.
-월요일: 태양에서 3칸 뒤인 달이 다음 날 제1시를 지배.
-화요일: 달에서 3칸 뒤인 화성이 지배.
-수요일: 화성에서 3칸 뒤인 수성이 지배.
-목요일: 수성에서 3칸 뒤인 목성이 지배.
-금요일: 목성에서 3칸 뒤인 금성이 지배.
4. 헬레니즘과 로마의 점성술적 결합 (기원전 1세기~서기 1세기)
바빌로니아의 천문학 지식이 그리스와 로마로 유입되면서, 바빌로니아의 '금기일'이 '행성의 날(Planetary Days)'이라는 체계로 탈바꿈.
-그리스의 필터링: 헬레니즘 시대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이 바빌로니아의 점성술 체계를 그리스 기하학적 천문학으로 정립하면서 이 명칭들이 고착화.
-칼데아 점성술의 확산: 로마인들은 원래 8일 주기(눈디나에)를 썼으나, 동방에서 온 7일 주기 점성술에 매료.
-명칭의 확립: 로마인들은 바빌로니아의 신-천체 명이 그리스 신으로 바뀐 것을 다시 자신들의 신화 속 신들로 치환.
Shamash (정의의 신, 해) → Helios → Sol
Sin(지혜의 신, 달) → Selene → Luna
Nergal(전쟁과 죽음의 신, 화성) → Ares → Mars
Nabu(기록과 전령의 신, 수성) → Hermes → Mercury
Marduk(신들의 왕, 폭풍의 신, 목성) → Zeus → Jupiter
Ishtar(사랑과 풍요의 신, 금성) → Aphrodite → Venus
Ninurta(농업과 시간의 신, 토성) → Cronus → Saturn
5. 북유럽·게르만 신화의 '번역' (서기 4세기~11세기)
로마 제국이 유럽 전역으로 확장되면서, 게르만족과 앵글로색슨족은 로마의 요일 이름을 자신들의 신화 속 신들로 '의미 번역(Interpretatio Germanica)'.
화요일 (Tuesday): 전쟁의 신 마르스(Mars)를 게르만의 전쟁신 티와즈(Tiw)로 대체.
수요일 (Wednesday): 전령의 신 메르쿠리우스(Mercury)를 지혜와 마법의 신 오딘(Woden)으로 대체.
목요일 (Thursday): 벼락의 신 유피테르(Jupiter)를 천둥의 신 토르(Thor)로 대체.
금요일 (Friday): 사랑의 신 베누스(Venus)를 풍요와 사랑의 신 프레이야(Frigg/Freya)로 대체.
토요일 (Saturday): 북유럽에 마땅한 대응 신이 없어 로마의 사투르누스(Saturn) 명칭을 그대로 유지.
변천사 요약표
구분 바빌로니아 로마 (라틴어) 게르만/영어
일 샤마쉬 (태양) Dies Solis Sunday
월 신 (달) Dies Lunae Monday
화 네르갈 (화성) Dies Martis Tuesday (Tiw)
수 나부 (수성) Dies Mercurii Wednesday (Woden)
목 마르두크 (목성) Dies Iovis Thursday (Thor)
금 이슈타르 (금성) Dies Veneris Friday (Freya)
토 나누르타 (토성) Dies Saturni Saturday (Saturn)
6. 요일의 이름을 순서로 부르는 지역
유대인들에게 요일은 신들의 잔치가 아니라 '안식일을 향해 가는 과정'. ㅏ
요일에 천체-신의 이름을 붙이면, 이는 우상 숭배가 되기 때문에 숫자로 부름.
유대인 이슬람 슬라브 포르투갈 중국
일/제1일 Yom Rishon al-Aḥad 일하지 않는 날(부활) 주님의 날 星期日(天)
월/제2일 Yom Sheni al-Ithnayn 일요일 다음 날 둘째날 星期一
화/제3일 Yom Shlishi ath-Thulāthā’ 둘째날 셋째날 星期二
수/제4일 Yom Revi'i al-Arbi‘ā’ 중간날(셋째) 넷째날 星期三
목/제5일 Yom Chamishi al-Khamīs 넷째날 다섯째날 星期四
금/제6일 Yom Shishi al-Jumu‘ah/모임의날 다섯째날 여섯째날 星期五
토/안식일 Shabbat as-Sabt 안식일 안식일 星期六
서유럽의 주요 국가 중 포르투갈만 서수 형태의 요일 이름 이유
브라가의 마르티누스 (6세기)의 문제 제기
“요일 이름에 이교 신(마르스, 유피테르 등)이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
따라서 성주간(Holy Week)에서 쓰던 “둘째 날, 셋째 날…” 표현을 일반 요일로 확장하기로 함.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천체와 신의 관계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천체 그 자체가 곧 신의 실체이자 의지'라고 믿는 물아일체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들에게 밤하늘은 신들이 인간에게 보내는 거대한 '하늘의 서판(Heavenly Writing)'과 같았다.
1. 천체 = 신의 현현(Appearance)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별이나 행성의 모습으로 하늘에 나타난다고 믿었다.
- 이슈타르(Ishtar)와 금성: 금성이 새벽에 밝게 빛나면 풍요와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가 축복을 내리는 것으로, 저녁에 나타나면 전쟁의 여신으로서 위엄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했다.
- 샤마시(Shamash)와 태양: 태양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정의의 신 샤마시의 눈이었다. 낮 동안 지상을 감시하며 정의를 실현한다고 믿었다.
2. 신의 의지를 읽는 '하늘의 징표'
그들은 자연현상을 우연으로 보지 않고 신이 인간(특히 왕)에게 보내는 메시지, 즉 '징표(Omen)'로 보았다.
- 천문 관측의 목적: 별의 움직임, 일식과 월식, 행성의 합(Conjunction) 등을 관측하는 이유는 과학적 호기심보다는 '신의 계획을 미리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 징표의 해석: 예를 들어, "월식이 일어나는 날 화성이 특정 별자리 옆에 있으면 왕에게 위협이 있을 것"이라는 식의 기록을 남겼다. 이를 '에누마 아누 엔릴(Enuma Anu Enlil)'이라 불리는 방대한 점성술 문헌으로 정리했다.
3. 신들과 천체의 위계질서
하늘의 질서는 곧 신들의 위계였다.
- 삼주신(Triad): 하늘의 신 아누(Anu), 바람의 신 엔릴(Enlil), 지혜의 신 에아(Ea)는 밤하늘을 세 개의 구역(Paths)으로 나누어 다스린다고 여겨졌다.
- 7천체: 수메르-바빌로니아의 주요 신들은 앞서 언급한 7개의 움직이는 별과 연결되어 지상의 운명을 결정하는 '평의회'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4. 계약과 질서의 상징
메소포타미아인들에게 천체의 규칙적인 운행은 신들이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는 '계약의 증거'였다. 만약 별의 움직임이 평소와 다르거나 예기치 못한 천문 현상이 발생하면, 그것은 신들이 노했거나 기존의 질서가 변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요약하자면 메소포타미아에서 천체는 신이 보낸 대리인이 아니라, 신이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이자 신 그 자체였다. 왕들은 이 '하늘의 언어'를 해석하기 위해 전문적인 점성술사를 곁에 두었으며, 이것이 훗날 천문학의 기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