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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Jul 24. 2016

유럽 바둑대회 참관기 - 2013 아일랜드 오픈

조영필

아일랜드 바둑대회는 스위스 리그 방식으로 3월 2일, 3일 토, 일 양일간에 걸쳐 더블린에서 열렸다. 그 전날인 금요일은 일종의 Fun으로 속기대회를 가지기도 하였다.


장소는 더블린 시내 중심에 위치한 Parnell 가의 Teacher's Club인데, Teacher's Club이란 명호가 갤릭어로 적혀 있어서, 처음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겉에서 보기엔 아무런 특징 없는 일반 가정집 같은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대회의 주최는 아일랜드 바둑협회이고, 더블린대학 공자센터에서 후원하였다.


참가 선수는 유럽 각국에서 출전하여 약 4~50명 정도 되는데, 3~6단이 약 10명, 그리고 그 이하가 약 30명으로 1차적으로 3단을 기준으로 실력에 따라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으로 분류된다. 하위그룹 선수들도 계속 승리를 하게 되면 상위그룹과 대결할 수 있다. 다만 하위그룹이 우승을 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하위 그룹에 프리미엄이 주어지는데, 그것은 하위 그룹에 대한 별도의 포상이다. 따라서 실력에 관계없이 모든 선수들이 모두 끝까지 진지하게 경기를 하였다. 특히 스위스리그 방식은 풀리그 방식이며, 그 전 게임의 성적에 따라, 다음 상대가 정해진다. 따라서 한판을 지고 나면, 보따리를 싸고 마는 토너먼트와는 많이 달라 실력에 상관없이 모든 바둑 동호인의 축제의 장이 된다.


시간제한은 각 1시간에 3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지는데, 처음에 시간을 너무 많이 주는 게 아닌가 생각했으나, 유럽 선수들의 특징이 변화를 추구하면서, 찬스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또한 끈질긴 바둑을 두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여야 하므로 의외로 시간이 많이 든다.


본 게임은 5라운드 경기인데 토요일 3 게임, 일요일 2 게임을 가져서, 종합성적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참가비는 20유로이고, 본 게임의 1위는 트로피와 함께 400유로, 2위는 300유로, 3위는 200유로였다. 하위그룹 선수들도 1,2,3위는 성적에 따라 시상을 하였는데, 상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나의 성적은 2승 3패를 기록하였는데, 3패 중 2 패는 하나는 시간 패이고, 하나는 초반과 후반의 엄청난 실수였다. 초반의 덜컥수는 판을 흔들어 만회하였으나, 후반의 실수는 종반 1~2수를 남겨두고, 대마를 비명횡사시키는 바람에 결국 지고 말았다. 시간패의 경우에도 종반 1~2수를 남겨두고 초읽기 시계를 누르는 것을 잊어버린 경우이다. 초읽기 시계가 영어로 경고하는 것을 무의식 중에 인지하지 못한 결과였다. 결국 다 이긴 바둑을 지고야 말았는데, 결국 경험 부족이라고 하겠다.


유럽 선수들과 바둑을 두어본 결과, 그들은 초반 포석에 대한 연구를 엄청나게 하였다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무언가 본능적인 감각이 부족하기에, 상대의 작전을 방해하거나, 자신의 포석을 준비할 수는 있어도, 상황이 미묘하게 변할 때, 곧잘 허점이 생기곤 한다. 그것은 아마 유럽 바둑의 경우, 진정한 세력바둑이나, 싸움바둑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문에, 초반에 승기를 잡을 기회가 오는데, 이때 확실하게 판을 결정지어야 한다.


중반전의 경우에도 항상 돌의 숨통을 노리는 공격이 강하였다. 다만, 수비만 하고 있어서는 계속 선수를 뺏겨 곤란하게 된다. 그러므로 변화를 꾀하여 선수를 잡거나, 역으로 공세를 펴야 한다. 수비의 경우에는 모험을 피하고 확실하게 방어를 하려 하므로, 행마가 느려지게 된다. 이때 승기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 즉 공격을 할 때는 강력하게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종반에 가면, 초중반에 비해 엄청나게 침착하고 또한 수읽가 강하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초중반의 기세와 공방의 흐름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여 단위가 낮은 것이지, 절대 수 읽기 실력이나, 공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럽 선수들과 대결할 때는 초반에 세력 바둑을 두어서, 중반에 강하게 밀어붙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인상이다. 또한 단위가 낮다고 얕보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고도 철저하게 경험한 셈이다.


첫날 세 라운드를 끝낸 후 저녁을 함께 하였다. 저녁은 전체 경비를 모두 균일하게 나눠내는 방식이다. 모두들 다 외국인들이고,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노래도 함께 부르고 대화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물론 영어로 하는데, 다른 유러피안들도 꽤나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서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중국 레스토랑인데도 한국음식을 제공하기에 나에게 2가지 음식을 고르라고 하여, 두부김치와 해물파전을 주문하였는데, 김치에 대한 반응은 긍정 반, 부정 반이었다. 일요일에는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는데, 나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쯤 아마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모두들 한국바둑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조훈현, 조치훈, 이창호, 이세돌에 대해서 훤히 알고 있었고, 최근 한국기계의 소식들에 대해서도 정통하였다. 직업은 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이 대부분이었다. 체스를 둘 줄 아는지 물어보니, 어릴 때는 체스를 두었으나, 바둑을 알게 된 후 바둑에 매료되어, 체스는 두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체스는 1997년에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는데, 아직까지 바둑은 4~5단 실력에 불과하다. 언제쯤 인간을 이길 것 같은가 물어보니, 10년이면 족하다고 하였다. 나는 바둑은 체스와 달리 경기의 관점이 다양하여, 인공지능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컴퓨터가 바둑을 이기는 기간이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고 하니, 현재 컴퓨터의 실력 증가 속도에 비취볼 때 10년 정도라고 대답한다.


당신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 실력을 증가시키지는 않는가 하고 물어보니, 컴퓨터의 착점 스타일이 꽤나 특이하다고(weird) 한다. 따라서 컴퓨터로 바둑실력이 늘기에는 2프로 부족하다고 한다.


파란 눈의 이방인들이 바둑을 두고 좋아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부러운 바이다.


(2013 0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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