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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장기 샬탈에 대한 17C 중국인의 기록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돈황기경에 장기의 기원과 관련된 단서가 있다는 글을 읽고, 돈황기경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서 조사하던 차에 흥미로운 문서를 발견하였다. 이 문서의 전체 글의 취지는 장기가 중국의 역(易) 사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석한 후, 그러므로 장기를 창제한 민족은 중국인이라고 하는 억설을 펴는 내용이지만, 다음에 인용한 일부 기록은 17C의 몽골장기를 관찰한 기록이었다. 한번 용기를 내어 번역해 보았다.


清初人徐蘭1688年到蒙古,發現了一種“蒙古象棋”,他的《塞上集唐六歌·蒙古棋》:

청나라 초기에 서란이라는 사람이 1668년에 몽고에 가서 "몽골상기"를 발견하였는데, 즉 [한상집당육가의 몽골장기]이다:


局縱橫九線,六十四罫。

장기판은 가로세로 9*9선이 그어져, 64칸(8*8)을 이룬다.


註1) 결국은 칸이 중심인 체스판인데, 중국인의 눈으로 보니까, 선이 중심인 중국 장기 형태에 유추하여 가로세로 9*9 선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棋各十六枚:八卒、二車、二馬、二象、一炮、一將,別朱墨。

기물은 각 16 개로 졸 8, 차 2, 마 2, 상 2, 대신 1, 장 1 로 구성되며, 붉은 색과 검은 색으로 양편을 구분한다.


註2) 서양 체스에서 대신(퀸)에 해당하는 기물이 중국 장기에서는 사졸(士)에 대응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대신(퀸)을 중국장기의 대기물 중 결락된 포로 인식하고 있다.


將居中之右,炮居中之左,上于將一罫。

장군은 중앙의 우측에 자리하며, 대신(퀸)은 중앙의 좌측에 자리하는데, 대신(퀸)은 장군보다 1 칸 더 행마를 할 수 있다.


註3) 장군이 서로 마주 보지 않으므로, 원시 체스(샤트란지)의 기물 배치이다.
註4) 여기서 장군의 행마에 대한 설명없이 대신(퀸)의 행마만 설명되어 있어, 그 행마의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즉 장군의 행마가 샹치처럼 사방 1 칸일지, 체스와 같은 전방향 1 칸일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인 체스류의 전통과 샬탈의 장군 및 대신의 행마로 추측해본다면 전방향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몽골장기 샬탈의 장군 행마와 중국장기 샹치의 장군 행마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 시기 중국 장기에서 장군의 행마가 오늘날과 같이 사방 1 칸이 아니라, 한국 장기의 장군처럼 전방향 1 칸이었을 수도 있다.


車、馬、象左右列,卒橫於前,此差同乎中國者也。

(장군과 대신이 중앙에 있고) 차, 마, 상이 좌우에 도열하며, 졸은 그 전방에 가로로 배치되는데 그 순서는 중국장기와 동일하다.


其棋形而不字, 將刻塔, 崇象敎也;象刻駱駝或熊,迤北無象也。

기물은 형상은 있으되 글자는 없고, 장군은 탑을 조각하였는데, 코끼리를 숭상하는 종교이다 ; 상은 낙타 혹은 곰을 조각하였는데, 타마르칸트 사막 이북에는 코끼리가 없기 때문이다.

註5) 샹치와 같이 한자가 표시된 토큰형태가 아니라, 체스류의 기물이 조각된 형태이다.

註6) 장군 기물은 코끼리 등에 탑이 있는 형태로 보인다. 전투용 코끼리의 모습이 연상된다. 또는 실제로 탑상이 조각되었는데 코끼리를 숭상하는 인도문화나, 힌두교가 연상되는 모습일 수도 있다.

註7) 타북(迤北)에서 타(迤)를 타마르칸트 사막으로 이해하였다.


多卒, 人眾以爲强也。

졸이 많은데, 사람이 무리를 이루면 강해지는 까닭이다.


無士, 不尙儒生也。

사졸(士)이 없는 것은 유가의 선비를 숭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註8) 대신과 사졸(士)이 대응되는 것을 모르고, 대신의 기물이 있음에도, 포(包)로 착각하고서는 엉뚱한 해석을 하고 있다.


棋不列于線而列于罫,置器于安也。

기물은 선 위에 놓이지 않고, 칸 위에 배치되는데, 행마시 안정감이 있다.


註9) 置器에서 굳이 棋 대신 器를 쓴 것은 형상화된 기물임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馬橫行六罫, 駝橫行九罫, 以駝疾于馬也;滿局可行, 無河爲界, 所爲隨水草以爲畜牧也。

마는 날일자 행마를 하고, 낙타(상)는 밭전자 행마를 하는데, 이는 낙타가 말보다 더 질주하기 때문이다 ; (낙타는) 장기판의 어디에도 갈 수 있으며, 경계를 구분하는 강도 없다. 이른바 물과 풀을 따라다니며, 가축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註10) 중국 장기에서는 상이 '하계(河界)'를 건너지 못하는 데 비교하여, 몽골 장기에서는 낙타(상)가 장기판 전체를 갈 수 있는 것과 같은 행마 규칙의 차이에 대해 낙타와 유목민의 생태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卒直行一罫至底, 斜角食敵之在前者, 去而複返, 用同于車, 嘉有功也。

졸은 앞으로만 1 칸 행마하여, 적진 끝까지 간다. 적이 앞에 있을 때, 사선으로 잡을 수 있다. (끝까지) 가서, 다시 새롭게 되는데, 그 쓰임이 차와 같다. 이는 그 공이 있음을 가상히 여기는 것이다.


註11) 졸은 체스의 폰과 같은 이동과 공격의 행마를 하며 또한 승진도 한다. 졸이 승진하면, 차가 된다는 것이다.

註12) 다른 기물과 달리 차의 행마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몽골 장기의 차와 중국장기의 차의 행마가 같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眾棋還擊一塔, 無路可出(走), 始爲敗北。

여러 기물이 둘러싸서 하나 남은 장군을 공격하여, 장군의 살기 위한 다음 행마가 없으면, 패배가 된다.


註13) 체스의 Bared King의 규칙을 설명하는 것일 수도 있다.



상기 기록 인용자의 의도는 몽골 장기가 중국 장기의 아류임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 체스류 연구에 기반하여 기록을 살펴보면, 인용자의 의도와는 달리, 몽골 장기 샬탈은 서세동점의 시기 이전부터 중국 장기 샹치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오히려 아랍 장기 샤트란지와 친연성이 아주 높은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부기 : 샬탈은 현재는 아래 그림과 같이 왕과 왕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이는 현대 서양 체스의 보급에 따른 영향으로 보이며, 전통적으로 또는 17세기에는 원시 체스류와 같이 서로 엇갈리게 포진하였음을 알 수가 있다.






(2015. 0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