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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Mar 18. 2021

겨울 女子

조영필

겨울 女子(여자)




난로가에 한 여자 불을 쬐고 있네
방 저 쪽의 사람들은 먼 인가(人家)처럼 아득하고
난로가의 한 여자 가슴에서 접혀진 나비를 날리고 있네
나비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너울너울 하늘이 출렁거리고
먼 인가에 노을이 질 때
못 다 준 사랑인가
난로가의 한 여자 깊고 깊은 살을 벗고 있네
한 장씩 벗을 때마다 살갗은 지전(紙錢)이 되고
남자들의 새새끼처럼 귀여운 부리에 지전을 먹이네
삐약삐약 새새끼들이 부리를 닫을 때까지
남은 것은 그녀의 아궁이 같은 자궁에 넣어 불을 지피네
생나무를 태우는 매운 연기가 지나고
하얗게 구운 땀으로 맛들인 여자 같은 빵이 익을 때면
그녀의 가슴 속 나비를 접는 마음이 녹아질까
촛농처럼 똑 똑
흘러내릴까 어쩔까
난로가에 한 여자 불을 쬐다 말고
아프리카의 카니발(carnival) 타는 장작더미로
눈동자를 춤추러 보내네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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