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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Mar 18. 2021

거미

조영필

거미
 


 
늙은 사냥꾼


온 숲을 펄펄 돌아다니며

맹수와 맞닦뜨리는 모험은 싫고

온 숲을 살그머니

함정으로 마련한다
 
지네 한 마리
어두움의 아늑함 속으로 묻혀보려는 즈음
여지없이 걸려든다
 
발버둥을 쳐도 불가항력의 포승

어느새 칭칭 동여매진 놈은

헤라클레스(Hercules)의 대지를 떠나

길로틴(Guillotine)의 하늘로

쳐들리운다
 

그칠 줄 모르는 인내로

무엇이고 감아들이는 자여!


그대의 거미줄이 빛을 휘감아

소리를 휘감아

오늘도 아늑한 저녁


껍질만 남았네




 
(198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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