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필 Zho YP Mar 18. 2021

외딴집

조영필

외딴집


 


도시의 뿌연 어둠이 아닌

칠흑 같은 밤을 뚫고 찾아갔다


낯선 사람의 범접을 알리며

요란스레 개가 짖자

소도 음메하고 닭도 홰를 친다


할아버지 부부가 나오시고

땅의 너그러운 얼굴로 맞으신다


간단한 용건에도 인정은 넘쳐

고즈넉히 아까운 시간은 흐르고


배웅하는 문턱에선

개도 주인 닮아 꼬리짓하는데

길가의 독사를 조심하라고 하신다


플래시도 없이 진흙탕길을 걸으며

악을 쓰듯 따라오는 개구리의 합창

우리의 두려움을 조롱하였다


 


(1985년 9월)

매거진의 이전글 농촌 활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