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귀가
나는 가만히 있는데
차는 달린다
도시의 야경(夜景)은 엄청난
빛들을 강물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오늘 내가 보낸 하루도
저 빛의 어두운
물살 한켠에서 흔들린다
이제라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일간신문의 한구석에서 기보(棋譜)를 찾아 감상하고는
녹음기를 꺼내
늘지 않는 히어링연습을 한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지만 실은
무언가를 하려한다
그리고 차는 달린다
나의 가족들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일곱달배기 아들이 있는
아담한 나의 가정으로 달린다
세월은 가고
무언가를 하려했지만
가만히 예전 그대로인 내게도
가족이 생겼다
그렇게 차는 달리고
기억할 수 없는 불빛의 걸음을 밟고 간다.
(1996년)